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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잦아진 스팸전화…범인은 식당서 적은 출입명부

서울 구로구가 도입한 낱장식 출입명부. 한 장의 종이에 한명의 개인정보만 기록하는 방식이다. 뉴스1

서울 구로구가 도입한 낱장식 출입명부. 한 장의 종이에 한명의 개인정보만 기록하는 방식이다. 뉴스1

 
# 70대 장모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걸려오는 스팸전화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장씨는 최근 음식점 몇 곳을 이용하면서 출입자명부에 이름, 거주하는 구, 휴대전화 번호를 쓴 뒤로 유독 스팸전화가 자주 온다며 제3자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고 했다. 장씨는 “코로나 방역에 당연히 협조해야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동선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막을 책임 역시 국가에 있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전자+수기 명부 56.3%, 수기 명부 42.5%
지자체, 다양한 아이디어로 개인정보 관리

 
#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손님들에게 휴대전화 번호에서 제일 뒷자리를 제외한 연락처를 적으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연락처를 유추할 수 있지 않느냐며 지적하는 손님이 있는 데다 애초 확진자 발생 시 신속·정확하게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명부 작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진자 동선 공개로 사생활이 노출되는 문제에 이어 출입자 명부 작성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 논란이다. 정부가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 명부를 도입했지만 운영상 문제와 불편함 등의 이유로 수기 명부를 작성하는 곳이 많아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입구에 이용 고객이 작성해야 하는 수기 출입 명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입구에 이용 고객이 작성해야 하는 수기 출입 명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7~9일 전국 다중이용시설 3만2000여 곳의 출입명부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자·수기 명부를 함께 사용하는 곳은 56.3%, 수기 명부만 사용하는 곳은 42.5%, 명부를 쓰지 않는 곳은 1.2%로 나타났다. 
 
수기 명부에 적힌 개인정보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돼 악용될 소지가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인 척 하며 출입자 명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20대 남성이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의 휴대전화에서는 다른 업소의 출입 명부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 명부를 보고 연락했다’는 남성이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거나 술을 사준다고 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수기 명부에 이름을 빼고 휴대전화 번호와 시·군·구 주소지만 적도록 했다. 지자체들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서울 중구는 수기 출입명부 가림판 세트 1만개를 제작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심방역수칙 시행업소에 배포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뉴시스

서울 중구는 수기 출입명부 가림판 세트 1만개를 제작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심방역수칙 시행업소에 배포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뉴시스

 
서울 구로구는 구청 방문자가 낱장식 출입 명부를 쓰도록 했다. 한 사람이 명부를 쓴 뒤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라 다음 사람이 기존 작성자의 정보를 볼 수 없다. 구로구는 낱장 방식을 동주민센터와 산하기관, 유관기관 등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서울 중구는 수기 명부 가림판 세트 1만 개를 만들어 일반·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에 나눠줬다. 가림판에 서식을 끼워넣어 이미 작성된 타인의 정보를 가리고 작성하는 칸만 보이게 조절할 수 있는 구조다. 중구 관계자는 “전자 명부 사용을 권하고 있지만 소규모 영업장이나 고령의 영업주는 여전히 수기 명부를 사용해 구에서 차선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는 지정된 전화번호로 전화하면 출입자 전화번호와 방문 일시 등이 시청 서버에 자동 저장되는 ‘안심 콜 출입관리 시스템’을 전통시장 등에 도입했다. 기록은 4주 뒤 자동 삭제된다. 경기도 용인시는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출입명부 시스템을 선보였다. 방문한 곳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지정된 수신번호에 보내면 휴대전화 번호와 출입기록이 자동으로 서버에 저장되고 4주 뒤 삭제된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제로페이 QR 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관리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제로페이 QR 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관리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자 명부 이용 확산을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전자 명부 사용을 늘리기 위해 제로페이 QR코드를 출입 인증에 활용하도록 했다. 출입 인증을 위한 별도의 단말기가 없어도 매장의 제로페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자동으로 출입이 인증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 지역 제로페이 가맹점은 26만여 곳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전자 명부 QR코드 이용 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해 처음 한 번만 동의하면 되게끔 했다. 매번 동의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다. 아울러 정부는 ‘낱장’, ‘가림판’ 등 지자체의 수기 명부 보완 방안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게 하고 4주 뒤 정보가 파기되도록 지자체와 함께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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