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오래]음식에 몰입한 황홀한 순간…코로나에 '고독한 미식가' 됐다

기자
김현주 사진 김현주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46)

샐러드 한 접시에 집중하는 점심 시간은 요즘들어 나에게 치유의 시간이 된다. [사진 unsplash]

샐러드 한 접시에 집중하는 점심 시간은 요즘들어 나에게 치유의 시간이 된다. [사진 unsplash]

 
12시. 사무실 한쪽에 놓여있는 냉장고에서 샐러드와 과일을 꺼낸다. 텀블러에 차를 한잔 다시 우려 작은 미팅 룸으로 향한다. 창문을 열고 테이블 위에 나만의 식탁을 마련한 후 휴대폰을 열어 시청 중이던 넷플릭스 시리즈를 클릭한다. 요즘 나의 점심시간 모습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회사 주변 식당을 돌아다니기보다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무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도시락 싸 오기였는데, 지금은 이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다. 혼자 먹는 식사 이른바 ‘혼밥’이, 연이은 회의와 보고로 오전을 정신없이 보내고 오후를 맞이하기 전 잠시 갖는 충전의 시간이 되고 있다. 물론 동료들과 도란도란 마주하며 하는 식사도 필요하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사무실에서 나누지 못했던 서로의 생활, 회사 내 애로사항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업무현안이 튀어오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식사 자리가 스몰 미팅으로 전환되고는 한다. 휴식이 필요한 점심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후배들은 편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하는 식사는 매일이 아닌 가끔, 회사 구내식당이 아닌 무조건 근처 맛집을 찾아 밥 한 끼 사주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권장 이후 가능한 외부 인사와의 약속도 간단한 업무 미팅 위주로 하고 있기에 자연스레 혼자만의 점심 식사가 늘어났다. 어쩔 수 없는 혼밥이 아닌, 자의적 혼밥인 셈이다. 혼자 먹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생겼다. 음식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것! 여러 명이 우르르 식당으로 가 일사불란하게 주문을 하고 습관적으로 빠른 식사를 하는 게 아닌, 오롯이 내 앞의 음식을 즐기는 시간. 앞자리에 앉은 이의 식사 속도와 상관없이 과일 한 조각, 야채 한장도 식감과 향을 느껴가며 먹다 보면 몸이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음식에 대한 만족도 더 높아진다. 그저 눈앞에 놓인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는 게 아닌 음식을 통해 내 몸과 소통하는 과정이랄까. 예상하지 못했던 치유의 시간이다. 흡사 ‘고독한 미식가’가 된 듯하다.
 
〈고독한 미식가〉 만화.

〈고독한 미식가〉 만화.

 
일본 만화의 거장 다니구치 지로가 그린 ‘고독한 미식가’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작품이다. 개인 무역상인 이노가시라 고노라는 중년의 남성이 업무를 보러 다니다가 근처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을 먹는 게 내용의 전부인데, 이 만화가 출시된 이후 일본에서는 혼밥 열풍이 불었다고도 한다. 분주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혼자 앉아 맛을 음미하며 먹는 모습에 충분히 매력을 느꼈으리라. 아마 우리에게는 원작 만화보다 마츠시게 유타카가 출연한 드라마가 더 익숙하다.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 2년만에 연재가 끝난 만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시즌 8까지 제작되어 방송 중이다.[사진 채널J 홈페이지]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 2년만에 연재가 끝난 만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시즌 8까지 제작되어 방송 중이다.[사진 채널J 홈페이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2012년부터 시작해 작년 시즌 8까지 방영된 시리즈로 현재도 한국의 케이블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낯선 도시 거리를 걷다가 배고픔을 느끼고 평범한 음식을 파는 동네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스캔한 후 고민해 주문한다. 음식이 나오면 진지하게 혼잣말로 맛을 평가해가며 한입 집중해 먹는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 과정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순간이란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음식 한 그릇을 마주하고 성실하게 식사를 하는 것 말이다.
 

먹방 틱톡커’먹스나’와 함께 먹방을 직접 촬영했다.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집중해 씹다보니 평소보다 식감과 맛의 조화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사진 서민규]

먹방 틱톡커’먹스나’와 함께 먹방을 직접 촬영했다.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집중해 씹다보니 평소보다 식감과 맛의 조화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사진 서민규]

 
얼마 전 ‘새로운 방식의 먹기’를 해본 적이 있다. 유튜브 우먼센스 TV에 방영되는 ‘갱스타(갱년기힙스타)’ 촬영을 위해 유명한 먹방 틱톡커 ‘먹스나’(틱톡의 팔로우가 670만이나 된다!)를 만나 촬영을 했는데, 궁금하던 먹방 촬영에 관해 들어보고 그녀처럼 먹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말없이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소리와 식감에만 집중해 오물오물 씹다 보니 놀랄정도로 맛이 증폭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치해 놓은 ASMR 마이크는 음식 씹는 소리를 잡아내어 먹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도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역시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음식에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
 
“음식에 집중하고 맛있게 먹는 먹방을 보다 보면, 소리에 자극받으며 그 맛을 상상하게 돼요. 그 자체가 힐링 아닐까요?”라는 먹스나의 이야기처럼 음식 한 접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먹느냐에 따라 즐거움과 만족감은 차이가 난다. 물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힐링이 된다. 하지만 그런 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요즘 같은 때라면 내 앞에 놓인 음식 한 접시에 집중하는 행복한 식사시간을 마련하는 것을 권해 본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