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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빅5 축구리그가 찾는 한국 AI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 연합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 연합

지난해 6월 대한민국 U-20(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최대 쾌거. 척박한 한국 유소년 축구의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터뷰] 강현욱 비프로일레븐 대표
U-20 월드컵 준우승의 숨은 공신
12개국 700팀, 4만 4000명 선수데이터
독일 찍고, 영국 EPL 접수 나서

이 기적엔 숨은 공신이 있다. 인공지능(AI) 축구영상 분석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이하 비프로)이다.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U20 월드컵 대표팀 선수 86%는 비프로 시스템을 통해 육성했다"며 "3년 이상 누적된 데이터와 비디오가 (선수 선발과 육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간 유소년 선수는 역량 파악이 어려워 주로 감독 추천이나 주요 대회 성적으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하지만 비프로의 선수 분석 시스템이 국내 유소년리그에 적용되며 달라졌다. 대표팀은 비프로에 누적된 경기 영상과 선수별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선수를 찾았다. 명문 팀 바이에른 뮌헨에 진출한 정우영(현재 프라이부르크), 상주 상무의 오세훈, 광주FC 엄원상, 전북 현대 이수빈 등 월드컵 준우승 주역 대부분이 비프로 분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대표팀만 비프로에 반한 게 아니다. 비프로는 창업 5년 만에 유럽 5대 빅리그(영국·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주요 팀 등 전 세계 700여 개 팀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지난달 24일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비프로 강현욱(29)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다.  
 

학생창업, 그리고 해외진출

축구영상 인공지능(AI) 분석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 비프로일레븐 제공

축구영상 인공지능(AI) 분석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 비프로일레븐 제공

강 대표는 문과 출신(서울대 사회교육과)의 축구광이다. 군대 전역 후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던 그는 동아리(멋쟁이 사자처럼)에서 코딩을 배워 비프로를 창업했다. 교내 축구 동아리 활동 중 경기 기록을 더 편하게 보고 싶어 앱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수기에 의존했던 기록을 앱으로 볼 수 있게 만들자 아마추어팀들이 앱을 쓰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앱의 가능성을 본 강 대표는 2015년 2월 아마추어도 프로처럼 뛸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비프로일레븐(Bepro11)'을 창업했다. 이후 축구데이터 분석업체(H스포츠)와 손잡고 영상 분석 제품을 개발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K리그 주니어 대회를 시작으로 이내 국내 모든 중·고교 경기 분석을 맡았다. 당시 프로팀도 안 하던 영상분석 서비스가 유소년 리그에 적용됐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싹이 자랐다. 
 
이듬해인 2017년 비프로는 독일에 진출했다. 강 대표는 "회사가 자리 잡기도 전에 유럽에 진출한다고 하자 '미쳤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러나 축구의 본고장은 유럽이고,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처음 계약했던 독일 함부르크지역 '토이토니아'(5부 리그) 팀이 비프로 서비스를 사용한 이후 순위가 14위에서 3위로 뛰어 오르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함부르크에 있던 손흥민 선수의 에이전트 등도 적극적으로 축구계 인사를 소개해 줬다.
 
해외로 진출한 비프로는 3년 만에 전 세계 12개국 700여 팀이 사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유럽 빅5 리그의 쟁쟁한 클럽이 주요 고객이다. 소프트뱅크 벤처스 등 투자사도 비프로의 가능성에 반해 240억원(누적금액)을 투자했다.
팀 데이터 분석 및 영상 활용 예시. 비프로일레븐

팀 데이터 분석 및 영상 활용 예시. 비프로일레븐

필드 전체를 읽는 'AI 감독'

어떤 기술이 있기에 쟁쟁한 팀들이 비프로에 꽂혔나?
영상과 데이터 분석, 정보 공유 플랫폼 기술을 합쳐 모든 선수의 움직임과 상황을 포착·분석하고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한다. 감독이 "압박이 약하고 왼쪽이 빈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로 문제를 보여주고, 해당 영상을 바로 보여주는 식이다.
 
핵심 기술은 뭔가?
분석 데이터다. 스카우터 시점(경기장 전체 시점) 카메라 3대로 영상을 수집한다. '오브젝트 트래킹'기술을 통해 모든 선수 움직임을 AI로 추적하며 슈팅·패스·크로스·태클·인터셉트 등 30여개의 '이벤트 데이터'와 이동하는 모든 좌표를 추적하는 '포지셔널 데이터'(뛴 거리·최고속도·스프린트 횟수·거리 등)를 모은다. 두 데이터를 결합하고 영상으로 확인하면 '경기 맥락'과 '전술' 분석이 가능하다. 수비라인이 벌어진 정도, 미드필더의 압박 강도, 포지션 치우침 등이 한눈에 보이는 거다. AI가 놓치는 건 100여명의 프리랜서 분석관이 보완해 정교함을 더한다.
 
단기간에 유럽 빅리그 팀을 사로잡은 비결이 뭔가?  
쉽고 편하며 저렴하다. 그간 선수 활동 데이터 수집을 위해선 무거운 웨어러블 장비를 입어야 했다. 선수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중소규모 팀은 재정문제로 기술 활용을 부담스러워 했다. 반면 비프로 서비스는 개발한 카메라만 설치하면 된다. 분석 솔루션도 원하는 것만 선택 패키지로 사용할 수 있어 이용료도 연간 4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에 영상부터 분석, 편집, 데이터 공유까지 해주는 원스톱 솔루션을 쓸 수 있다는 점이 큰 경쟁력이 됐다.
 

비프로일레븐의 영상기반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 비프로일레븐

비프로일레븐의 영상기반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 비프로일레븐

유럽 5대 리그가 반했다 

어떤 팀들이 활용하나?
황의조 선수가 뛰는 프랑스 보르도, 영국 크리스탈팰리스·뉴캐슬, 스페인 라리가에선 레알소시에다드·세비야, 이탈리아에선 AS로마·AC밀란, 독일 레버쿠젠·쾰른·프랑크프루트 등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프로팀뿐 아니라 하부리그 및 유소년팀까지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 등 빅클럽은 없나?
최고 수준 클럽보다 중상위권 팀들이 IT기술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 대표 고객인 독일 호펜하임팀은 "돈이 아니라 기술로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같은 강팀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리그 내 한팀이 도입해 효과를 보면, 리그 전체로 자연스레 확대된다. 현재 빅클럽과 추진 중인 계약도 몇 건 있다.
  
사용하는 팀들은 만족하나?
매주 분석시스템 재사용률은 90%를 넘어섰다. 감독과 코치진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자신의 장·단점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만족해한다. 한번 서비스를 이용한 구단은 거의 100%에 가깝게 재계약한다.
 
비프로일레븐의 영상기반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 비프로일레븐

비프로일레븐의 영상기반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 비프로일레븐

  

게임 부럽지 않은 빅데이터

비프로의 강점은 경기장에 카메라를 한 번 설치하면 추가 비용 없이 선수 및 경기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경기만 2만 경기. 전 세계 4만 4000명의 선수 데이터(코치 등 포함 시 7만명) 및 영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영상 분석은 꿈도 꾸지 못했던 유소년 축구계가 열광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상과 데이터는 향후 핵심 자산이다. 다음 비지니스는 스카우팅 플랫폼을 만드는 거다. 풋볼매니지먼트(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선수 검색 엔진을 구축할 계획이다. 리오넬 메시 같은 선수 데이터는 누구나 알지만, 전 세계 유스 선수 데이터는 누구도 보유하지 못했다. 선수 발굴 시장은 스포츠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이다. 그밖에 유럽에선 스포츠 베팅이 합법이라 데이터를 활용한 승부 예측 협력 문의도 들어온다.
 
유망주 스카우트 시장에 경쟁자가 없나?
중계방송 분석으로 유망주 데이터를 모으는 '와이 스카웃(Wyscout)'이 있다. 하지만 방송 경기가 제한적이고,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양이 많지 않다. 반면 우리는 카메라가 설치된 구장의 모든 경기데이터와 선수 데이터를 축적한다. 향후 유망주 스카우트에서 비프로가 앞설 수밖에 없다.
 
선수 개인별 분석 예시. 비프로일레븐

선수 개인별 분석 예시. 비프로일레븐

 

나만의 기록, 나만의 영상

축구 경기 중계도 한다고 들었다
최근 유튜브로 대통령금배 고교축구대회 중계를 시험서비스 했다. 해설자는 없지만, 경기 직관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 카메라가 설치된 경기장이면 하부 리그는 물론 아마추어 경기까지 중계가 가능하다. 작은 로컬 경기 중계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선수 말고 일반 사용자도 비프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나?
서울 고양 어울림 구장부터 중고등학교 운동장까지 한국 114개 경기장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아마추어 경기 분석도 가능하다. 올해 카메라 200대를 추가 설치해 국내 경기장 대부분에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부턴 일반인도 자신의 경기 영상과 경기 데이터를 분석 받을 수 있게 된다.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 모델인가?
회당 2만원 정도만 내면 나의 발리슛 장면을 소장하고, 내가 뛴 경기 기록을 체계적으로 누적하며 성장 그래프도 살펴볼 수 있다. 미국에선 이미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비프로의 비전인 경기 영상과 데이터 민주화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레알마드리드 유소년팀 계약을 위해 스페인을 찾은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 비프로일레븐 제공

레알마드리드 유소년팀 계약을 위해 스페인을 찾은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 비프로일레븐 제공

 
앞으로의 계획은?
스포츠는 신기술 적용이 더딘 분야다. 프로팀뿐 아니라 유소년·아마추어까지 영상·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객관적 데이터로 선수를 성장시키고,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를 발굴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축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경기 분석으로 확장해 스포츠계의 구글이 되고자 한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비프로도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주춤했다. 유럽 대부분 축구 리그가 시즌을 조기 종료했고 신규 시즌 개막도 미뤘다. 재정 위기를 겪는 구단도 늘어 계약이 연기되는 등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오히려 기회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간 데이터 분석의 가치를 모르던 팀들도 경기 영상 분석이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에 자퇴서를 낸 강 대표는 이달 축구 종주국인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겨 글로벌 시장 석권 2막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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