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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빚 보증 서고 3년 지나면 안 갚아도 된다고?

기자
김용우 사진 김용우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28)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요즘 빚을 얻는 것도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금융기관의 개인 신용대출이 역대 최대로 늘었다고 하지요. 한편으로는 과도한 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빚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연대보증입니다. 연대보증이란 다른 사람의 빚을 그대로 떠안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대보증은 원래 돈을 빌린 다른 사람이 돈 갚을 의사가 있는지, 갚을 돈이 있는지 따지지 않고 곧바로 보증인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빚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연대보증입니다. 연대보증은 다른 사람의 빚을 그대로 떠안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진 pixabay]

 
한때 가까운 친척이나 직장 동료의 요청에 도장 하나 찍어주는 게 무슨 대수냐라고 잘못 생각해 연대보증인란에 서명했다가 큰 고초를 겪고 패가망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정책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의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했지만, 민간금융기관이나 개인 간의 거래에서는 여전히 연대보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연대보증은 채권자의 가장 강력한 채권추심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보증의 위험성 때문에 민법도 보증계약이 성립될 때 엄격하게 따집니다. 우리 법에서는 구두계약도 인정되는데요. 물론 계약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것은 별개로 치고 말입니다. 하지만 보증계약은 반드시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민법 제428조의2 제1항). 이른바 요식행위라고 합니다. 따라서 보증인이 고유의 필체로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자신의 이름을 기재해야 서명으로 표시된 보증계약이 성립하고, 남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적당히 사인했다면 보증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 기명날인은 적법한 권한을 가진 타인이 대신할 수 있지만, 서명은 보증인이 직접 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부업체에서 소액대출을 하면서 보증인이 아닌 주채무자나 대부업체 담당 직원이 보증인과 통화로 보증 의사를 확인한 후 이름을 대신 적어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빈번했지만, 법원에서는 그 효력이 대부분 부인되었습니다.
 
보증을 서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회사를 운영하거나 임원이 회사 채무를 보증하거나 동업 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의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는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기에 보증을 서는 이유를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로만 보증을 서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보증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래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8년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보증인보호법)’입니다. 보증인보호법에서는 채권자에게 보증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할 때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도록 하고, 주채무자가 일정기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증인에게 통지하는 등 채무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보증인이 고유의 필체로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자신의 이름을 기재해야 서명으로 표시된 보증계약이 성립하고, 남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적당히 사인했다면 보증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진 pxhere]

보증인이 고유의 필체로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자신의 이름을 기재해야 서명으로 표시된 보증계약이 성립하고, 남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적당히 사인했다면 보증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진 pxhere]

 
보증인보호법에선 보증기간도 정하고 있는데요. 보증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은 ‘보증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그 기간을 3년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때의 보증기간은 계속 거래관계에 있는 보증채무의 경우로 보증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이사가 은행에 부담할 채무를 연대 보증하였고, 보증기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 이사는 3년간 발생한 회사채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그 이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위 규정이 다소 모호해서인지 보증인은 3년만 지나면 보증채무를 무조건 안 갚아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고, 실제 재판에서도 그런 주장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8다42231 판결).
 
A씨는 2009년에 호의로 지인의 1억 2000만 원의 채무에 연대보증했지만 피소당했습니다. 보증인보호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2009년부터 3년이 지나 자신의 연대보증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보증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의 보증기간은 ‘주채무의 발생기간’이지, ‘보증채무의 존속기간’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이에 해당하려면 주채무가 계속된 거래관계가 아니어야 하고 보증기간도 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보증채무는 면할 수 없습니다. 설사 계속된 거래관계라 해도 3년 이상의 보증기간을 정했다면 그 기간 내에 발생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마디로 이미 발생한 보증채무는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로 인해 A씨는 2009년부터 원금 1억 2000만 원뿐만 아니라 종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15%의 이자까지 꼬박 물어내야 하는 딱한 사정이 되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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