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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인사보복 의혹' 무죄…안태근은 웃으며 법정 떠났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9일 오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9일 오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는 “8년 전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장례식장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그로부터 약 2년 8개월이 흐른 29일 법원은 안 전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성추행 혐의는 제외…직권남용 혐의로 기소

안 전 검사장이 해당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담당자에게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서 검사는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지방검찰청 소속 소규모 지청에서 일한 검사는 자신의 희망을 우선 배려한다는 검찰 인사제도가 존재한다. 서 검사가 여주치정에 머무르기를 원했지만 다시금 소규모 지청인 통영지청에 배치된 건 인사 원칙에 어긋난 것이고, 안 전 검사장이 검찰국장의 권한을 남용해 인사담당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성추행의 경우 2010년 발생해 고소 가능 기간이 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어 혐의에서 제외됐다.  
 

1심에 이어 2심도 징역 2년 선고

1심은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성추행 사건이 검찰 내외에 알려지자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사직을 유도하려는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사담당자는 서 검사를 여주지청에 유임시키거나 규모가 큰 검찰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했다가 이후에 통영지청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안 전 검사장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은 “언론보도를 접하기 이전까지 서 검사 성추행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또 “서 검사에 대한 인사는 복무평가와 세평 등을 종합한 결과일 뿐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2심 역시 그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 ‘의무 없는 일’에 대한 기준 높여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가 지난 5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여성안전 정책자문단 위촉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가 지난 5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여성안전 정책자문단 위촉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반전을 맞이한다. 안 전 검사장에게 죄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안 전 검사장의 직무를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한 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하는 제도는 인사담당자가 지켜야 할 절대적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발령 난 건 인사담당자가 여러 기준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 일에 해당하기에 안 전 검사장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재판부 “통영지청 발령은 직무 범위에 해당”

그러자 검찰은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직권남용 상대방을 ‘인사 담당자’에서 ‘서 검사’로 바꾸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서 근무하게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반정모·차은경·김양섭 부장판사)는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인정했다. 직권남용 대상이 서 검사라 하더라도 그 역시 공무원이기에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발령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검사는 누구나 전보의 대상이 되는데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서 근무하게 한 것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검사장은 무죄 판결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생 많으십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라는 인사만을 남긴 채 웃으며 법정을 떠났다.  
 

높아진 직권남용죄의 벽…조국 재판에도 영향?

안 전 검사장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시작으로 법원에서는 직권남용죄에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이른바 ‘문화체육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청와대와 문체부, 예술단체 간 업무혐의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6명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혐의가 발견됐음에도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법리에 따르면 지시의 대상이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라면 법령에서 정한 직무집행 범위를 벗어나는 일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조 전 장관은 “감찰 무마가 아닌 민정수석의 정당한 업무지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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