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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묻다] 더 좋은 집 살겠다는 욕망, 잘못됐습니까

[창간기획] ② 집에 대한 욕망, 잘못된 것인가

일러스트=배민호 minodico@hanmail.net

일러스트=배민호 minodico@hanmail.net

집은 인간 존엄을 위한 필수재다. 하지만 비바람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득이 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며 욕망은 꿈틀댄다. 누구나 선망하는 지역에서, 더 넓고 쾌적하게 살기를 원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투기와 투자 누가 구분할 수 있나
부동산 사다리 끊어져선 안 돼
칸의 간격 줄이려면 대출 쉽게 해야
불평등, 부동산서만 해법 찾지 말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의 불평등, 대물림 중심에 부동산
정면 승부하지 않으면 미래 없어
빚내 지금 집 사려고 하지 말아야
기다리면 싸고 괜찮은 집 나올 것

분출하는 욕망을 감당하기에 땅은 희소하다. 수요에 따라 공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모든 이가 욕망하는 집이 지위재(地位財)가 되고, 자산으로 변모한다. 주택의 금융화는 중산층에 부동산 사다리를 놨다. 사다리는 다시 자산 증식의 지렛대가 됐다. 한편에선 집을 통한 수익의 정당성에 관해 묻는다. 불로소득 혹은 지대(地代)는 노동의 대가는 아니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까지 더해진다. 제자리걸음인 소득, 쪼그라드는 연금, 성긴 사회안전망은 불안하다. 경제적 동물의 합리적 선택은 부동산을 향해 움직인다. 누군가는 ‘영혼을 끌어모아’ 집에 매달린다. 누군가는 탐욕이라고 비난한다.  불로소득과 투기세력이란 도식은 욕망을 옭아맨다. 재산권·기본권의 무력화 논란으로 확전한다.  
 
오늘, 한국의 집은 켜켜이 쌓인 시간과 구조의 복합체다. 더 좋은 곳에 살려는 욕망을 규제하는 사회에 묻는다. 집에 대한 욕망, 잘못된 것인가.
 

“주택은 투자 대상 아니라는 문재인 정부 신념은 독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5분 연설’의 주인공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질문에 대뜸 알베르 카뮈의『최초의 인간』 얘기를 했다. “소설의 주제가 주인공이 앞선 사람에게서 경험과 지식을 배울 통로가 없어 최초의 인간처럼 성장했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그렇다. 많은 경험과 지식이 있는데 의식적으로 무시한다. 스스로를 최초의 정부로 고립시킨다. 치명적 상황이 오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거다.” 지난 17일 의원실에서 윤 의원을 만났다.
 
최초라 할 만큼 집값이 뛴 것 아닌가.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건 소수의 악한 동기 때문이 아니다. 국민 다수가 움직여서다. 그렇게 움직이게 만든 정책의 책임이다.”
 
정부는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한다.
“투기와 투자를 누가 구분할 수 있나. 정부는 성공한 투자를 사후적으로 투기라고 말하는 것 같다. 투기든 투자든 모두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한다. 그게 죄악이냐. 그런데 이를 죄악시하며 정책에 담았다. 그 결과 좋은 집의 희소성만 높였다.”
 
애초부터 집과 땅은 희소한 것 아니냐.
“더 넓고 좋은 집에 살려는 중산층에게는 원하는 유형의 집을 원하는 입지에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선호 지역의 공급이 제한될 것이란 신호를 계속 줬다. 희소성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를 줘야 하는데, 오히려 높아질 것이란 인식을 준 것이다. 그러면 가격은 혼자 달아난다.”
 
돈이 너무 많이 풀린 탓 아닌가.
“유동성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유독 서울, 그리고 특정 지역만 올라서다. 제주도 사는 분이 강남 아파트 값이 얼마인지 안다. 이런 나라는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월급을 모아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 부동산이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지 않나.
“안타깝다. 그러나 해법을 부동산 하나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 소득이 느리게 오르는 것은 노동생산성이 떨어져서다. 경제 전반의 체력 문제다. 불평등을 가장 고착시키는 자산은 인적자원이다. 물론 부동산도 요인이다. 그런데 부동산이 유일한 초점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불평등 문제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다. 일자리나 교육 등 기회가 많기 때문에 생기는 수도권 집중을 부동산에 전가해서도 안 된다. ‘정책 세트’가 필요하다.”
 
2030은 부동산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사다리를 오르려는 사람을 위해 각 칸의 간격을 줄여줘야 한다. 쉽게 대출받게 해주는 거다. 그런데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 규제를 굉장히 세게 한다. 특정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전 계층을 대상으로 거시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 소득이 적어도 안정적이라면 대출을 통해 집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건 사회정책이면서 경제정책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하나.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집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저소득 계층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고, 자립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시장이 잘 작동하게 해주면 된다. 고민을 많이 하면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은 ‘주택은 투자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야, 사는 곳이어야만 해’라는 신념 체계에 기반해 부동산을 다룬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실패한 방식이다. 독선이다.”
 
집은 자산인가, 주거 수단인가.
“집은 욕망의 결과체로 복합적 성격을 갖고 있다. 사람들에게 ‘집이 거주 공간이냐, 자산이냐’고 물어봐라. 모두 ‘둘 다’라고 답한다. 당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거쳐 형성된 생각이다. 그런데 하나로 선언하고, 교정하겠다고 하면 되겠나. 정부가 꿈을 억누르는 개입을 하면 안 된다. 다층적이며 다면적인 희망을 인정하고 최대한 맞춰줄 수 있는 정책 세트가 필요하다.”
 
복합적이라 해도 집·땅에는 공공성이 있지 않나.
“공공성 강조는 결국 부동산 수익을 회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회수의 정도다. 전부 환수한다면 사유재산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함께 잘살기 위한 실용적 회수를 전면 부정할 사람은 없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동네가 혼잡해진다. 개발이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수는 필요하다. 조화의 문제다. 공공성이 있냐, 없냐를 따지는 거 자체는 의미가 없다.”
 

“욕망은 탓할 수 없지만 집으로 돈 벌겠다는 건 사회악”

일러스트=배민호 minodico@hanmail.net

일러스트=배민호 minodico@hanmail.net

“비정상적이고 정의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통’ 진성준 의원의 부동산 시장 진단이다. 몇 년치 소득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근거로 들었다. “PIR이 5배면 무난하다고 본다. 그런데 서울은 12~14배다. 비정상이다. 또 집값은 집주인의 노력이 아니라 교통시설, 편의시설 등이 들어오면서 오른다. 오롯이 집값으로 반영되는 것은 불의(不義)하다.” 지난 22일 의원실에서 그를 만났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상적인 상황은 무엇인가.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 1주택 원칙이 부동산 정책의 기본 목표다. 거주나 생업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닌 부동산 소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주거권은 기본권이고, 주택은 필수 공공재다. 모든 사람이 집을 살 수 없고, 특정 계층에 토지가 집중된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공공성 강조는 재산권 침해 아닌가.
“집은 자산이자 주거 공간이다. 그동안 자산 측면에만 주목했다. 공공성은 외면했다. 사적 욕망을 앞세우다 보면 충돌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조율하는 법률과 제도가 필요하다. 부의 불평등, 대물림의 중심에도 부동산이 있다. 정면 승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탁 털어놓고 이야기할 때가 왔다.”
 
탁 털어놓고 묻겠다. 욕망이 나쁜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 ‘내 집이 비싸졌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탓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을 통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는 순간, 사회악처럼 될 수 있다. 사회가 부추긴 측면이 있다.”
 
사회가 어떻게 부추겼나.
“과거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 조절 수단으로 썼다. 그래서 부동산은 경제 수단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공공이 아닌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 그에 따른 이득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욕망을 자극했다. 언제까지 거기에 휘둘려 갈 거냐.”
 
집 한 채가 전 재산이자 노후 대책이기도 하다. 선악이 아닌, 살림살이의 문제다.
“누구나 ‘집 한 채는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집 한 채는 남겨서 물려주고 싶어 하는 한국적 특수성도 있다. 공공복지가 노후를 책임져 준다면 애면글면 집 한 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겠나. 부동산 정책은 사회복지 정책과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다. ”
 
한 집에 쭉 살았을 뿐인데 세금 폭탄을 맞고, 임대차 분쟁도 급증했다.  
“부동산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니 지금 결단을 했다면, 이 시점에 겪어야 할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꺼이 감수해 보자는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있다면 미세 조정은 필요하다.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면 중저가 아파트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 같은 것이다. 하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식은 안 된다. 일관성의 가치가 훨씬 중요하다.”
 
다주택자는 투기세력인가.
“투기와 투자는 구분하기 어렵다. 다주택이 악(惡)이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어려운 사람을 위해 함께 부담을 감내하고 양보해 달라는 호소다.”
 
23번의 대책으로 집 갖기가 어려워졌다.
“대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집값이 안정되면 풀어줄 시기가 올 것이다. 규제와 대책은 ‘어려운 형편에 애써 빚내서 지금 집 사려고 하지 말아라. 조금 기다리면 싸고 괜찮은 집이 나올 것’이란 정부의 의지다.”
 
보수화를 막기 위해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집값이 많이 오른 ‘마용성’에서도 총선 승리를 했다. 자신의 지향점에 투표했기 때문이다. 무주택이 진보에 유리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올해 재산세 상한선까지 오른 집, 서울에서만 58만 가구 육박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서울의 아파트 값은 52%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6월 KB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다. 3년 전 6억10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000만원이 됐다. 선호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자산 격차는 확대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강남권의 평균 아파트 값(82.6㎡ 기준)은 1993년 1억8000만원에서 17억2000만원이 됐다. 집을 가진 것만으로 자산이 15억원 이상 불었다. 가구당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다. 같은 기간 무주택자는 전세금 마련과 월세 지출 등에 각각 3억2000만원과 4억5000만원을 부담했다. 주택 소유 여부가 자산 격차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정부가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세금 부담은 급증했다. 올해 서울에서만 재산세가 상한선(30%)까지 오른 집이 58만 가구에 육박한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도 줄줄이 올라 ‘집을 팔기도, 사기도, 보유하기도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다주택자 세금은 폭탄급이다. 3주택자 양도세율은 72%에 이른다.
 
부동산 사다리를 오르는 건 힘들어졌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 자금을 마련할 길은 좁아졌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서 집을 사는 데 14.1년(KB 통계 기준)이 걸린다. 그렇다 보니 주택보급률은 104%를 넘었지만, 자가보유율은 60% 초반대에 불과하다.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했으나, 전셋집 품귀와 임대차 분쟁 급증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전ㆍ월세 값이 오르며 2분기 가계 소비지출에서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18.7%)은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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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고정애·김영훈·하현옥·유지혜·권호·박수련·이소아·윤석만·강기헌·하남현 기자 q202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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