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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디파이 보고서 발간, 그 후

[출처: 셔터스톡]

 

[한대훈의 투(자 이야)기] 지난주 증권사에서 처음으로 디파이(DeFi) 보고서(수십~수백%의 이자를 준다고? 디파이에 대하 알아보자)를 작성한 후 일주일이 지났다. 자료 작성 당시 89억1000만달러였던 디파이 시장의 총 예치자산은 칼럼을 작성하는 9월 28일 현재 111억달러까지 성장했다. 여전히 디파이 시장은 뜨겁게 성장하고 있다. 자료를 작성하면서 여러 고민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솔직히 디파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쓴 자료였다. 아마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 발간자료가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회사에서 디파이 자료를 발간하게 해줄지에 대해서도 미지수였다. 내용이 어렵기도 하고, 자칫 디파이를 추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안되기 때문이다.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냥 내 자신이 감내하기로 했고, SK증권 리서치센터에서도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자료를 발간하게 됐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디파이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느낀 점을 오늘 칼럼을 통해 써보고자 한다.

 

#디파이의 양면

우선, 디파이에 대한 관심은 2017년 비트코인과 ICO 광풍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가 자료를 잘 못써서 그럴 수도 있지만, 관심 자체가 많이 줄었다. 디파이가 직관적이지 않고 어렵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겠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하긴 필자가 디파이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금융이라는 것이 아직은 신뢰가 있는 금융기관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둘째로, 디파이는 또 하나의 허들을 만들었다. 블록체인도 어렵고, 비트코인도 어렵고, 암호화폐도 어렵다. 디파이는 여기서 더 들어간다. 대출이라는 개념도, 이자농사도, 청산이라는 개념도 언뜻 이해가 잘 안된다.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과연 내가 암호화폐를 잘 알았던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다. 디파이가 어려워 그냥 이더리움 사면 안되냐는 문의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디파이는 유독 진입장벽이 높다. 디파이는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비춰지고 있다.

 

셋째로, 전통금융시장에서 트레이딩으로 단련된, 가령 프랍 트레이딩을 하시는 분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대비 투자할 수단을 찾기 어려운 지금 수십%의 금리차를 발생할 수 있는 거래는 분명 매력적이다. 이 분야의 선수인 트레이더들이 이 황금알 낳는 시장을 지켜볼 리 만무하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사지 못해 2017년의 상승장을 놓쳤지만, 이번에는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높여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분들도 계신다. 분명 선수들에겐 먹거리가 많은 시장이다.

 

마지막으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첫번째로 언급한 디파이에 대한 관심이 2017년 비트코인과 ICO 광풍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과 배치될 수 있지만, 아직도 비트코인을 하는 사람이 있었냐는 문의가 많았다. 아직 죽지 않았고, 비트코인은 아니지만 디파이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하면 그게 정말 뭔가 바꾸긴 바꾸려나 보다 하는 피드백이 많았다. 블록체인 최고의 킬러앱은 역시 크립토 금융인 것 같다는 필자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디파이의 미래에 대한 생각

디파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디파이의 미래가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아직도 쉽사리 대답하기가 어렵다. 디파이는 분명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템임에는 분명하다. 요즘 필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디파이는 잘 정착만 되면 불필요한 중개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금융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전통기관이 갖고 있던 신뢰를 블록체인 기술로 일부 이전시켜 신용위험도 일부 상쇄했다. 그리고 여러 파생상품 기법을 활용하면 충분히 트레이딩 분야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투자에 대한 수요가 투자자들을 디파이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높은 이자율과 이를 통한 무위험 차익거래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마다 갱신되는 공인인증서에 많은 이들이 답답함을 느꼈던지라, 손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디파이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사용이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다. 관리의 문제도 남아있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이드라인 등 규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초연결사회에서 모든 것은 결국 연결될 것이다. 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STO는 미래 먹거리로 잠재력을 높게 평가 받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은 다양한 자산에 더욱 손쉽게 투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자산을 이용하면 그 동안 유동화되기 힘들었던 다양한 자산에 연결이 가능해진다. 디파이는 이런 미래의 중간자 역할을, 즉 때로는 은행의 역할을, 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투자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비트코인은 사기이며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어느덧 어엿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며 ETF 출시도 눈앞에 두고 있고, 올해도 +5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디파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100%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태계가 잘 정착되면, 금융은 또 한 단계 도약 가능하다. 디지털금융과 디지털자산의 중개자 역할도 기대된다. 분명 금융을 새롭게 변화시키거나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다. 디지털금융과 디지털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본다면, 반드시 공부해봐야 할 주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필자도 이제 막 디린이(디파이+어린이)단계이지만, 디포자(디파이 포기한 사람)는 간신히 면한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렵지만 디파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넥스트 파이낸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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