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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 유린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즉각 중지하라” 언론 3단체 성명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8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제56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8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제56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한국신문협회ㆍ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ㆍ한국기자협회 등 3개 언론 단체가 정부의 언론보도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움직임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흔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전면 백지화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28일 공동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언론 자유를 유린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즉각 중지하라”며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악법으로 규정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언론사에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언론계ㆍ학계 "언론 자유 위축하는 족쇄 될 것"

 
법무부는 이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담은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낸 이 법안은 그동안 주가조작ㆍ허위공시 등 증권 관련 소송에 적용되던 집단소송제를 모든 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르면 언론사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가짜 뉴스 등 악의적인 오보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고 인정될 때 그 액수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법무부 측은 “최근 범람하는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 등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위법 행위에 대한 현실적인 책임 추궁 절차나 억제책이 미비한 실정”이라며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구성되지 않은 데다, 이를 빌미로 정부에 대한 비판 등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악의적 가짜뉴스’란 모호한 잣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하겠다는 건 민주국가 정부의 발상으로 보기 힘들다”며 “악의적 보도의 근절보다 언론활동의 위축에 따른 알 권리의 침해란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계와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단 '악의적'이라는 주관적 판단을 누가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언론보도의 진정성에 대해 무조건 법원에 맡기는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과도한 면이 있다. 권력이나 기업에 대한 의혹 보도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대로라면 손해배상을 감당할 수 있는 극소수의 언론사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언론의 건전한 자정작용을 믿고 권력보다는 자율위원회 등에 맡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언론 역시 잘못된 보도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사회에서 거대 영향력을 가진 기업의 폭주를 막으려고 만든 상법을 언론에 적용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제도로도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반론 청구가 가능하고, 다른 선진국과 달리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을 형사법으로 다스리기 때문에 언론의 오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만약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추진한다면 지나친 족쇄이기 때문에 기존 제도를 삭제해야 균형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기반의 진보성향 시민단체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 역시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법안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언론을 비롯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도가 높다”고 우려했다. 
 
손 변호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에 따르면 언론의 악의적인 오보 뿐 아니라 중과실도 이에 포함될 것”이라며 “만약 의혹 제기 수준에서 권력층에 대해 ‘특혜를 받았다’고 보도했을 때, 이는 각자의 해석에 따라 ‘가짜뉴스’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이 명백한 고의성, 악의성을 가지고 소비자나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이는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하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걸 억제하는 것이 목적인데, 소위 ‘가짜뉴스’나 언론 보도가 그런 수준의 반사회적 불법행위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을 부당하게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 등의 허위정보가 제기됐을 때는 초기부터 국민께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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