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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is] '미운털 제대로'…공인중개사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시험공부 하지 마세요. 해봤자 필요 없어질 자격증 공부를 왜 하나요?"

구태의연한 중개 서비스와 부족한 전문성…"변화 없으면 외면"



지난 22일 국내 유명 공인중개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오는 10월 31일은 제31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 날이다. 지금은 큰 시험을 앞두고 막바지 공부에 매진해야 할 기간이다. 그러나 글쓴이는 "시험이 약 한 달 정도 남았다. 어쩌면 지금 준비하는 시험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며 "시험에 합격해 개업하는 모든 것들이 '시스템화'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유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개사없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자 많은 이들이 "공인중개사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유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개사없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자 많은 이들이 "공인중개사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난리 난 업계
 
이 글쓴이가 지적한 시스템화란 최근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른바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 23일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에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세부 과제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등 블록체인 활용 실증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2021년도 예산안 홍보자료'에 중개인 없는 부동산거래 서비스 도입 계획을 포함한 데 이어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증 예산 133억원도 편성했다. 다시 말해 공인중개사 없이 당사자끼리만 협의해서 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 구축에 결사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시위 등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공인중개사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억울한 심경도 전했다. 정부가 수십 차례 부동산 정책을 바꾸면서 일감이 줄어들었는데 정부는 되려 100만명에 육박하는 공인중개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끊으려고 든다는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폐업한 부동산중개사 사무소는 1028건에 달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님 전상서'까지 올라왔다.
 
중개사로 보이는 청원인은 지난 21일 "23번의 대책이 쏟아지면서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혼란에 빠진 국민에게 바뀐 정책을 설명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고 정책의 변화로 계약이 해지될 때마다 뒷수습하고 손해배상 요구에 시달리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런데 정책실패로 인한 비난 여론이 쇄도할 때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했다"고 썼다. 이어 "왜 수년 내로 없어질 직업에 국민이 목을 매게 하냐"며 "양심이 있는 분이라면 시한부 중개업을 하게 될 이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당장 시험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청원 글은 26일 오전 현재 8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도 술렁이고 있다.
 
사진=부동산 온라인 카페 갈무리

사진=부동산 온라인 카페 갈무리

국내 유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개사없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자 많은 이들이 "공인중개사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부동산 온라인 카페 갈무리

국내 유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개사없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자 많은 이들이 "공인중개사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부동산 온라인 카페 갈무리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시험을 목전에 둔 응시자들이 "공산주의가 따로 없다. 맥이 빠진다. 공부하려고 하는데 못하고 있다", "중개사를 자연스럽게 도태하게 하는 것"이란 내용의 글을 달고 있다.
 
물론 공인중개사 모두가 이번 시스템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일부는 "정부가 중개사를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나. 변호사 없이 간편하게 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전자소송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일반인들이 매물을 직접 확인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변호사들은 아직도 돈 많이 번다"고 지나친 정부 비판을 경계했다.
 
 
싸늘한 여론…자성의 목소리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싸늘하다.
 
정부의 중개인 없는 부동산거래 서비스 도입 계획이 발표된 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를 찬성하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중개사가 하는 일과 비교해 너무 많은 수수료를 챙긴다"는 지적이 상당수다.
 
최근 아파트를 매수했다는 A씨는 "공인중개사들이 도대체 해주는 게 뭐 있나. 중개사는 돈밖에 모르고 거래 성사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감언이설로 집만 팔면 그만인 사람들이다. 양쪽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겨간다. 그들에게 중개수수료 0.9%를 쥐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 업소들은 각종 사고에 대비해서 고객들이 1억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인 '부동산 공제'에 가입돼 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약 9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사실상 보험의 의미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윤수 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이하 빌사남) 대표는 "공인중개사를 바라보는 여론이 싸늘해서 참 안타깝다. 한국의 공인중개 수수료율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중개보수는 4~6% 정도로 우리나라의 최고요율보다 5~6배가량 많다. 다만, 한국과 달리 양쪽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매도자만 중개 수수료를 부담할 뿐 매수자는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은 3~5%의 중개수수료를 받는데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에서 모두 받는다. 호주는 5%로 매도자에게만 받는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이 선진국과 비교해 적은 편에 속한다는 것은 맞다.
 
김 대표는 종전까지 이어왔던 구태의연한 중개 서비스가 여론의 눈총을 받게 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아직도 일부 중개인은 집만 보여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도 일반 표준화한 계약서를 기반으로 일반적인 내용만 작성하고, 등기 정도가 하는 일의 전부인 사무소도 있다. 심지어 중개사가 매도인이나 매수인과 비교해 정보가 부족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최근 업계 주목받는 차세대 중개사무소나 법인은 중개 자체는 기본으로 보고, 토털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매할 때 기본적인 호재는 물론 최근 거래된 주변 시세와 매매 사례까지 보고서로 정리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또 대출 조언, 법률적 검토 서비스, 임차인 상담, 공무원 민원, 리모델링 조언까지 해결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빌사남의 경우 과거 우리 사무실을 통해 계약을 맺은 고객의 건물에 물이 샐 때 직접 찾아가 함께 물을 푸고 보수 공사 정보도 제공한다"며 웃었다. 이처럼 차원이 다른 애프터 서비스(A/S)를 제공하면 0.9% 수수료율을 두고 "비싸다"며 혀를 내두르는 고객은 드물다는 것이다.
 
협회의 안일한 중개인 재교육 서비스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협회 등을 통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실무 교육 연수가 있다. 내용을 보면 가끔 '내가 뭐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아직도 구태의연한 내용만 교육이라면서 반복하고, 시간 낭비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재교육이 엉망이니 중개 서비스도 30~40년 전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중개사는 "매년 20만~30만명이 중개사 시험에 응시한다. 대부분 자기 사무소를 차리거나 취업을 하는데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하는 중개사들이 드물다. '내 적은 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김 대표는 "가슴 아프지만 현재 일부 중개사들이 국민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중개사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직업이 없어질 수 있다. 그 속에서도 차별화한 서비스와 데이터를 제공하면 분명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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