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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이 제로페이 살렸다, 결제액 20개월만에 391배

서울시 제로페이가 시범 도입된 지난 2018년 12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커피전문점을 방문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제로페이가 시범 도입된 지난 2018년 12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커피전문점을 방문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뉴시스

# 초등생 자녀를 둔 서울 양천구 주민 김모(44)씨는 지난 7월 할인율 7%의 지역사랑상품권을 100만원어치 구매해 학원비로 결제했다. 김씨는 “최근 입소문이 난 학원비뿐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 등 가맹점이 늘면서 사용이 편리해졌다”며 “그동안 할인을 많이 해도 몰라서 못샀지만 요즘은 판매할 때마다 챙겨서 산다”고 말했다. 
 

2018년 말 도입, 결제액 7000억원 넘어
누적 결제액의 81% 지난 4~8월 이용
가맹점 수 1만6000개→61만9000개
“대부분 정부 상품권” 관치페이 논란도
“사용자 확대 의미 有, 유인책 필요
규모확대가 목적 되면 시장 왜곡 우려”

# 서울 관악구에 사는 차모(32)씨는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를 결제할 때 제로페이를 쓴다. 차씨는 “주로 180일권을 결제하는데 지난 6월에는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50% 할인해주는 행사를 해 절반 값으로 이용권을 샀다”며 만족해했다. 
제로페이 결제액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제로페이 결제액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정부 주도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 이용이 늘면서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로페이는 2018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공약으로 ‘서울페이’에서 출발해 현재는 전국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2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9월 15일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약 63만 개, 누적 결제액은 7636억원이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의 월별 세부 내역을 보면 결제 현황 추이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제로페이 결제액은 1105억7000만원으로 1년 전 8월 결제액 79억원의 14배다. 제로페이를 처음 도입한 지난해 1월(2억8272만원)과 비교하면 391배로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100억~200억원대였던 월 결제액이 지난 4월(1021억5892만원)부터 1000억원대로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월 결제액은 5월 1466억5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6월 1125억7000만원, 7월 1116억원, 8월 1105억7000만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시범사업 중이던 2018년 12월 3024만원이던 누적 결제액은 8월 말까지 7190억원으로 증가했다. 7190억원 가운데 81%가 지난 4~8월 결제돼 상승 추세가 최근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제로페이 가맹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제로페이 가맹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맹점 수는 도입 때와 비교해 61배 정도 늘었다. 2018년 12월 누적 가맹점 수는 1만5505개였지만 지난 8월 말 기준으로는 61만9280개다. 월별 가맹점 수는 사업 초기인 지난해 3월(약 6만개)·4월(약 9만6000개)에 이어 지난 3월(약 8만5000개)·4월(약 5만9000개) 대폭 늘었다. 
 
전문가들은 제로페이 이용이 최근 급증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꼽았다. 지난 4월 이후 정부와 각 지자체는 지원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거나 상품권을 추가 발행하면서 일정 비율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최모(29)씨는 “원래 제로페이를 쓰지 않다가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제로페이로 받으면 10%를 더 준다고 해 그때부터 사용하게 됐다”며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입력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데다 가맹점에서 소액 할인까지 해줘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전에는 구청 직원이 밀어내기식으로 가맹점 가입을 받았는데 3월 말 이후로 자발적 신청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아파트 관리비에 이어 택배비·택시비 등 생활 속 결제와 접목하면서 일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기부가 지난 23일부터 시범적으로 업무추진비 등 경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공부문 역시 제로페이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로페이와 연동되는 서울시 성동사랑상품권. [중앙일보]

제로페이와 연동되는 서울시 성동사랑상품권. [중앙일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만큼 제로페이의 장점은 낮은 결제수수료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골목상권은 제로페이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17일 서울에서 소상공인 간편결제(제로페이)를 통해 사용된 재난지원금 1363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가운데 68.8%가 소상공인 점포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모든 게 처음이 어려운데 일단 한번 사용해 익숙해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지원금 소비가 끝나면서 결제가 주춤할 수 있겠지만 편리함을 알게 된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잠재적 활성화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익숙해지면서 실물카드나 현금 결제보다 페이를 활용한 원격 결제가 확산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관치페이’ 논란은 여전하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제로페이 결제액의 75%가 정부와 지자체의 상품권 사용금액”이라며 “지자체에서 지역사랑 상품권 할인을 무한으로 진행할 수 없는 만큼 제로페이가 관치페이를 벗어나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제로페이와 유사한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의 비용과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시작으로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연일 밝혔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연일 밝혔다. 뉴스1

박희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자체 재원을 고려해 예산을 책정하고 그 한도에서 상품권을 발행해야 한다”며 “적정 할인율을 어떻게 정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제로페이 혜택은 할인율과 소득공제 등이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각 지자체가 다양한 할인 혜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에 기댄 할인과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착한 소비’ 취지 외에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가령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라면을 살 때 일정 결제액이 되면 라면 제조업제가 상품 혜택을 제공하는 식의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로페이와 연동되는 앱을 이용해 소상공인이 신메뉴를 판촉할 수 있는 ‘전자 전단지’를 보낸다든지 하는 방식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제로페이의 범용 가능성에 대해 “규모 확대를 제로페이의 목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시장의 경쟁상태를 유지해주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받게 하는 역할을 해야지 ‘메인 플레이어’가 되려 하면 시장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은경·김현예·허정원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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