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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시시각각] 기준을 못 맞추니 기준을 없애자?

하현옥 경제정책팀 차장

하현옥 경제정책팀 차장

언덕에서 트럭을 굴려 촬영한 장면을 주행 영상인 듯 활용해 사기 논란에 휩싸인 미국의 전기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뒤 ‘제2의 테슬라’란 기대 속에 승승장구했다. ‘서학개미’ 등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만 지난 25일 기준 8080만 달러(약 949억원)에 이른다.
 

서울대 지역균형전형 탈락 속출에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주장도
‘깜깜이 전형’에 공정성 훼손 논란

자본 조달을 위해 주식시장에서 증권을 발행해 거래되게 하는 상장은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니콜라는 그 절차를 건너뛰고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했다. 우회상장(back door listing)이다. 상장 요건에 미달해도 잠재력 있는 기업의 증시 진입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지만, 우회상장은 때론 부실기업의 증시 입성을 위한 손쉬운 ‘뒷문’이 돼 투자자 손실과 시장 혼란이란 부작용도 낳는다.
 
뜬금없이 우회상장이 떠오른 건 최근 제기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최저학력기준 폐지 주장 때문이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해당 전형 지원자의 절반가량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강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2020학년도 5년 동안 지원자(1만2162명) 중 44%(5357명)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했다.
 
이 기간 지역균형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4개 영역(국어·수학·영어·탐구)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였다. 2021학년도의 최저학력기준은 4개 영역 중 3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로 완화됐다. 이미 일반전형 등 다른 전형과의 형평성 논란이 나올 만큼 낮아졌다. 그럼에도 ‘기준을 못 맞추니 없애자’는 건 전국에서 고르게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대의를 앞세워도 너무 나갔다.
 
지역균형전형은 학교장 추천을 받은 고3만 지원할 수 있다. 학교별 추천 인원은 2명 이내다. 전국 고교 문·이과 1~2등이 몰려 경쟁한다. 내신상으로는 동점자 속출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최저학력기준이 사라지면 지원자를 가려낼 지표가 없어져 결국 ‘깜깜이 전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공정 시비와 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내신으로는 ‘도토리 키재기’인 지원자들 사이에서 합격자를 골라내야 하는 현실적 필요로 사실상의 ‘고교등급제’가 고개를 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각 고교 지원자의 내신 등급에 따른 수능 점수를 유추해 선발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는 극단적인 경우지만 개별 고교 내신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한 입시 관계자는 “지역균형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서울대 다른 전형뿐 아니라 서울의 중위권대 합격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그 기준마저 사라지면 그야말로 ‘무임승차’가 가능해지고 오히려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공의대 추천 선발 논란처럼 최저학력기준 폐지 주장의 이면에도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강 의원은 “대학은 완성된 학생에게 명찰을 달아주는 곳이 아니라 잠재력을 갖춘 학생의 능력을 완성하는 곳”이라고 했다. 우회상장처럼 잠재력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있는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건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문을 열 수는 없다. 모두가 원하는 대학의 자리는 한정돼서다.
 
냉정하게도 입시는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납득할 만한 공정한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최저학력기준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수학(修學)’에 필요한 학력 수준을 갖췄는지 판단하려는 것이다. 이 문턱도 높으니 결승점까지 앞당겨 달라는 건 자칫 ‘뒷문 입학’으로까지 비칠 길을 열자는 것으로도 들린다. 결승선을 향해 제대로 온 힘을 다해 뛰고 있는 이들 옆에서, 룰을 바꾸며 프리패스를 쥐여주려는 게 균형 선발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입시에는 성적순도 필요하다. 
 
하현옥 경제정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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