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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니 일단 쌓아 두자…코로나19가 되살려낸 현금 사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비 및 결제가 급증했지만, 현금 수요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봉쇄조치로 가계나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추석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추석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7일 ‘코로나19가 주요국 화폐 수요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화폐발행잔액은 증가하지만 2011년 이후 증가율이 둔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많이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올해는 현금 수요가 이례적인 증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로 오만원권이 증가세를 주도했는데 3월~8월 사이 환수율이 20.9%로 지난해(60.1%)보다 크게 낮아졌다. 유통 뒤 돌아온 돈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한은이 주요 8개국의 최근의 화폐발행 동향을 살펴봤더니 대체로 각국의 화폐 수요 증가율이 평시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중국·호주·뉴질랜드·스위스 등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위기 전인 2019년보다 2.4~3배 상승했다. 미국의 경우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올해 3~8월 평균 13%로 글로벌 금융위기(11%) 때보다 높았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에 따르면 민간의 거래용 현금 보유액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17%(69달러→81달러), 예비용 현금 보유액은 88%(257달러→483달러)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 창구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사람이 늘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인출보다 은행에 예치하는 게 안전하다는 안내자료까지 내놨을 정도다.  
 

ATM 폐쇄한 미국·러시아선 현금 확보 러시

 
현금 수요가 갑자기 증가한 건 그만큼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로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커지면서 현금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했다”며 “일부 시중은행 지점과 자동입출금기(ATM)를 폐쇄했던 미국·캐나다·러시아 등에서 비축 수요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화폐 지급 및 교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활동 규모가 줄어 도소매점 등으로부터 현금 입금 규모는 감소했는데, 나갈 돈은 많으니 여유분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재난 등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 지급수단보다 높아진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 상황에서도 공통으로 관측됐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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