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코노미스트] 일자리 대격변, ‘반규직 시대’ 온다

2030세대 임금상승률 정체로 소득보완 필요성 커져… 법적 문제없지만 사규 충돌시 징계 가능성도

최근 직장인들이 더 많은 소득을 위해 과외활동으로 유튜버, 라이더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이 더 많은 소득을 위해 과외활동으로 유튜버, 라이더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독자 86만명에 달하는 경제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의 운영자 전석재씨는 원래 삼성증권 펀드매니저였다. 방송과 콘텐트 제작에 관심이 있던 그는 2년 전 경제 이슈와 종목들의 뒷얘기를 다루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재치 있는 입담과 독특한 이력을 갖춘 그는 순식간에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며 유명해졌다.
 

유튜버·블로거·라이더 등 ‘투잡의 보편화’

이름이 알려지자 그의 퇴근 후 행적이 회사 귀에 들어갔다. 회사는 ‘유튜브와 직장생활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권고사직 카드를 내밀었다. 회사는 자사 직원의 유튜브 활동을 사실상 겸업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인식한 것이다. 결국 그는 전업 유튜버의 길을 선택하고 회사를 떠났다.
 
정보통신(IT) 시대는 두 가지 축복을 내렸다. 물리적 제약을 벗어날 수 있게 한 편리성을 주었고, 노동계약을 맺지 않고도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른바 ‘플랫폼 노동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라도 콘텐트를 제작해 돈을 벌 수 있고, 오토바이·자전거만 있어도 음식 배달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쥐꼬리 월급에 쪼들리는 직장인들로선 퇴근 후 돈벌이 수단이 다양해졌다.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취업 대신 전업 플랫폼 노동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정규직보단 계약직이, 계약직보다 플랫폼 노동이 일반화하고 있다. 경제상승률 둔화와 연봉제 확산으로 젊은 직원들은 향후 관리자급으로 승진해도 고연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들이 자기 시간을 경력관리에 쏟기보다 추가 소득을 올리는 데 쓸 유인이 커진 것이다.
 
국내 플랫폼 노동자 수는 50만~6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유튜브·트위치·아프리카TV 같은 방송을 비롯해 블로그·웹소설·웹툰 등 콘텐트 제작자, 인터넷쇼핑몰 운영자, 프로그램·디자인·일러스트 등 프리랜서 기능직 종사자, 배달 라이더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수가 2794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비중은 1.8% 정도로 크지 않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비대면 시대를 재촉하면서, 플랫폼 근로자의 수는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플랫폼 기업의 고용·노사관계’ 보고서에서 “2008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에너지·금융 분야였으나, 2018년은 10개 중 7개가 플랫폼 기업”이라며 “플랫폼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농업·교육·헬스케어·노동·서비스·운수·금융 등 여러 산업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야흐로 IT 플랫폼 근로의 길이 열렸다. 직장 생활, 나아가 일자리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과외 시간에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플랫폼 근로자로 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은 직원들의 과외 활동을 터부시한다.
 

기술 전환으로 2025년 일자리 70% 대체

ㅋ

 
하지만 향후 20년 내에 1만개 이상의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등장할 거란 게 학계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이 대거 등장하면서 기존 일자리는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정보원은 기술 변화 등의 영향으로 2025년까지 단순노무 등 저소득층 일자리를 중심으로 전체 일자리의 약 70%가 사라지거나 플랫폼 기업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세계적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20~30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분야는 일자리”라며 “하나의 풀타임 정규직이 아니라 여러 개 프리랜서 직업을 갖는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뀔 것이다. 근로 기간도 몇 시간에서 몇 개월 단위로 탄력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환경보다 제도·문화 변화는 항상 늦다. 플랫폼이 노동자에 대해 법적 책무를 지는 단체교섭 및 행동권은 보장되는지, 기존 기업들은 일자리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노동법과 제도는 경제 정책의 목표와 거시경제 환경 변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하며 노동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노동법은 이해당사자 간 열위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에서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삼권을 보장한 노동법을 1953년 처음 시행했다. 당시 경제개발 초기단계라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문화가 저변에 깔리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직업안정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을 새로 제정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노동삼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정부의 단속 의지도 약했다.
 
당시 한국 경제는 자본·노동·토지 등 생산 3요소 중 자본이 가장 취약하던 시기다. 이에 정부는 노동자의 한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임금 상승을 억제해 자본을 축적,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경제 정책을 취했다.
 
경제 성장 초기에 노동자 희생으로 기업이 자본을 축적하고 규모의 경제를 일구고 나면 초년병 때 저임금으로 지탱한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보장하는 일종의 ‘노동에 대한 부채’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나 숙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정부 판단에 자기 권리를 지키자는 노동자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적지 않은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부모보다 못 사는 젊은 세대, 승진보단 현금

ㅋ

 
2000년대까지 국내 기업의 임금구조가 신입사원 때는 적게 받고 근로연수가 늘면 크게 오르는 하박상후(下薄上厚)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도 젊은 세대가 자신은 물론 부모를 봉양해야 했기 때문에 적은 보험료로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한 연금 구조를 설계했다.
 
그러나 고도성장을 그리던 한국 경제가 기조적 저성장에 빠지자 문제가 생겼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했기 때문에 신규 취업자에게도 높은 임금을 줄 수 있지만, 성장 동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어 연공서열임금 제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 고도성장기에는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용의 장기화를 전제했지만, 저성장기에는 무턱대고 많은 인력의 장기고용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업무 성과에 연동하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는 한편 비상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풍토가 만연해졌다. 기업도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자 중심으로 채용을 늘렸다. 다만 연봉제는 기존 급여 체계에 연동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저연차 직원은 성과가 뛰어나도 성과 낮은 고연차 직원의 급여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정부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잡 셰어링’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기존 근로자들의 급여 수준은 지켜주되 초임병 급여를 낮춰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2020년 정년 퇴직자의 급여와 2020년 취업해 30년 후 퇴직하는 사람의 급여에 차이가 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2020년대 취업자들은 윗세대보다 국민연금 실수령액도 적다. 그나마도 2056년 고갈될 전망이어서 2030년을 전후해 취업한 직장인들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임금체계의 구조적 변화로 젊은 세대의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고, 혼인율·출산율의 저하, ‘욜로(You Only Live Once·YOLO)’ 문화의 확산 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세대로서는 근로와 승진을 통한 기대수익이 적기 때문에 주식투자 등 재테크나 별도의 근로 활동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인쿠르트 알바콜이 직장인 및 자영업자 9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직장인의 투잡 개수는 월평균 1.2개, 평균 수입은 86만5000원이었다. 투잡을 병행하는 가장 큰 목적은 ‘생활비 조달’(34%)이었다.
 
또 경제의 독점 심화로 대기업으로 이익이 쏠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국과 일본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과 4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의 한 달 평균임금은 3배 이상 차이 난다.
 
500인 이상 기업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534만7000원(2017년 구매력 기준)인데, 1~4인 기업 월평균 임금은 174만5000원으로 32.6% 수준에 그쳤다. 중소기업 근로자로서는 회사 이외에 별도의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저금 등 자본축적이 어려운 셈이다. 이런 경제 환경 및 노동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직장인들의 플랫폼 노동자 활동을 인정할 것이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도 ‘유튜브 내규’ 만들어 제한적 허용

 
현재 법적으론 직장인의 유튜버·라이더 등의 과외 경제활동은 문제가 없다. 투잡이든 세 겹 벌이든 취업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다. 기업은 취업규칙을 비롯한 사규로 영리 목적의 활동을 제한하는 겸업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꺾을 수는 없다. 개인 능력과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겸직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례도 있다.
 
다만 이런 ‘반규직’ 형태의 근로방식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면 징계 가능성은 있다. 유튜브 콘텐트로 많이 활용하는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의 합성어)로 촬영 중 직무상 비밀 등을 누설하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
 
직원의 과외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회사가 신의성실 의무 등 포괄적 의미의 징계사유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 국내 한 20대 은행원이 유튜브에서 직장문화를 비꼬았다가 인사 경고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이 월급 외에 많은 소득을 올리면 업무에 매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된다. 이에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직원들의 유튜브 활동을 허용하되 적정선을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규정에 따르면 유튜브·블로그 등 창작활동을 하려면 회사로부터 겸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겸업 허가는 매년 갱신해야 하며 기간 만료 시 활동 내용과 수익을 기재해야 한다. 교육부도 품위손상과 직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나 협찬, 라이브 방송을 통한 금전적 이득 등을 금지하는 선에서 겸직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플랫폼 노동은 자신이 일한 만큼 돈을 벌고, 노력과 운에 따라 큰 소득을 올릴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용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 소득이나 업무 방식이 좌우되는 문제가 있다. 플랫폼 노동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버는 직장인들이 전업으로 선택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유다.
 
플랫폼 노동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별 노동자가 자영업자처럼 일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교섭단체 구성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배달의민족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유튜브가 광고수익 배분 비율을 창작자에게 불리하게 책정하면 노동자들의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국가·기업·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의 판단과 결정은 예측에 의존한다. 개인 소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보장돼야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기업도 판매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플랫폼이 개인 소득을 좌우한다면 이는 정치적·경제적 리스크를 낳고 더 많은 행정 비용을 일으킨다.
  

근로자 최저임금 보장해야 플랫폼도 성장

 
최근 고용노동부는 요기요 라이더들의 지위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정부가 노동자로 인정했다는 것은 최저임금 등 노동법 규정에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라이더 등 플랫폼 근로자의 월 평균소득은 163만9000원이며, 전체의 36.5%는 월수입이 100만원 미만이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 근로자를 부분적으로 노동자로 인정함으로써 실업수당 등 안전판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라이더들의 실체적 신분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용된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대형 IT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과 수수료 등은 플랫폼 생태계 구축과 기여자들의 공생에 초점을 맞추고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 IT 플랫폼이 단지 기업이 아닌, 인프라로써 공적 역할도 하기 때문에 비용 책정과 정책 결정에서 사회적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배달, 콘텐트 제작 등 업종별로 수익 구조와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 노동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반대로 플랫폼이 노동자들의 이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플랫폼으로서 통제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UC버클리대 노동고용연구소는 ‘고용플랫폼과 긱워크: 규제의 실패’ 보고서에서 “우버 드라이버는 집단을 구성하는 데 비효율적인데, 우버는 변호사·노무사 등 대리인을 통해 이들의 사회적 요구를 대변한다”며 “드라이버의 권익이 보장되어야 기업의 이익도 존재할 수 있다는 본질적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