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오래]귀성 자제하는 이번 추석, 화상 가족 모임 어때요?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9)

추석 앞이지만 우울하다. 지난 설날만 해도 겨울에 스쳐 지나갈 감기인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추석에는 귀성길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최근의 한 설문조사를 보니 절반 이상이 집콕을 하겠다고 응답을 했다. 수위가 높아졌던 전염 속도가 잦아들고 있어서 더욱더 조심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다행이다. 그럼에도 조심해야 한다. 정작 유명 관광지인 제주와 강원도는 숙박 예약이 만실이란다. 서울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이들도 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되면 대부분의 주부는 시댁으로 먼저 가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내고 명절이 지나고 난 뒤에 친정에 가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다. 힘들게 차례 음식을 준비하던 주부들은 친정에 가서야 겨우 허리 좀 펴고 쉴 수 있다. 제수 음식만 해도 명절 보름 전부터 차례상 물가가 비싸졌다. 그 바람에 서민은 힘들다고 하지만 짧은 추석 연휴는 아이와 부모, 조부모들이 한데 모이는 시간이 되어 우리가 가족이구나 하고 느끼는 일 년에 몇 안 되는 기회였다. 농가에서는 추석 선물이 일 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수확하고 포장하고 택배를 보내느라 바쁘다. 도시로 간 자녀와 친척들과 만날 수 있으니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는 이제 옛날 모습이 되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추석 연휴에 집콕을 하겠다고 응답을 했다. 코로나19에 더욱더 조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설문 결과이다. [뉴스1]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추석 연휴에 집콕을 하겠다고 응답을 했다. 코로나19에 더욱더 조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설문 결과이다. [뉴스1]

 
얼마 전 충남 보령의 한 농가와 통화를 했다. 며칠 사이에 코로나 환자가 급격히 번져 주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단다. 어지간하면 외출을 하지 않는단다. 조그마한 지역 사회라 혹시나 전염되면 주변에 폐를 끼칠 테니 매우 조심스럽단다.
 
이번 추석 분위기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추석은 생각도 하지 않는단다. 이미 경기도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들에게 명절에 오지 말라고 통보를 했고, 본인들도 지금 수확한 작물을 포장해 택배를 보내면 그냥 집에서 푹 쉬려고 작정하고 있단다. 그래도 백신이 나오면 이 상황이 달라져 내년 명절은 작년처럼 왕래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백신이 나온다면야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것은 당연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다.
 
어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는 코로나 전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딱히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농촌은 어떻게 될 것인지 몇몇 농촌 전문가와 함께 짚어 보았다. 우선 명절에 예전처럼 귀성객이 오가는 것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신 명절에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고 처가나 친정을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니 미안한 마음에 푸짐한 선물을 보내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명절 선물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명절 제수용으로 쓸 과일이나 음식 재료의 수요가 줄어들고, 좀 더 실용적이거나 고급의 선물 세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추석에 맞추어 선물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아직 여물지 않은 제수용 과일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 품목이 다양해질 수 있다. 사실 추석 시즌에는 과일이나 곡식이 아직 여물지 않는 시기이다. 그래서 여름부터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이 선물용으로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사과인데 맛보다는 이 시기에 빨갛게 익은 것이 중요해서 빨리 수확할 수 있는 품종이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동안 청탁금지법에 의해 선물의 단가가 낮아지고 선물의 주문량도 줄어든 마당에 명절 선물의 특수마저 사라지게 된다면 농가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적으로 제철 음식을 구매하는 상황이 많아질 전망이다. 건강을 위하여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이 더욱더 인기를 끌 것이다.
 
농촌 전문가들은 명절에 예전처럼 귀성객이 오가는 것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신 명절에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합뉴스]

농촌 전문가들은 명절에 예전처럼 귀성객이 오가는 것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신 명절에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합뉴스]

 
코로나는 온라인 시장을 달구어 놓았다. 어지간한 것은 인터넷으로 주문해 배달을 받아 사용한다. 식품 시장도 온라인 판매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농가가 이번 사태에도 버티고 있다는 것은 시사할 점이 크다. 반면에 이번에 알게 된 것은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상품이 쓰레기를 대량 발생시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건강을 위해 주문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 거꾸로 환경을 파괴한다니 매우 역설적이다. 그래서 포장을 대폭 줄인 상품이 나와야 하고,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만 채워주는 리필 형식이 나와야 한다고 환경 분야에서 이야기한다. 이미 친환경 소비 형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한번은 홈밀(Home meal)을 주문했다가 포장을 뜯을수록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양에 놀라 다시는 주문하지 않고 있다.
 
관광 분야가 제일 타격을 입고 있다. 농촌 관광도 마찬가지이다. 이동을 자제하니 굳이 농촌 마을과 농장을 방문하는 여행이 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학교에서 현장학습으로 농촌을 찾았는데, 올해부터 코로나19의 전염을 우려해 발길이 뚝 끊겼다. 몇 해 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부터 학교 단체의 방문이 점차 줄어들더니 지금은 바닥을 찍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학생들의 농촌 현장 학습이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대신 학교로 직접 찾아가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농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귀농·귀촌 수요는 많아질 것을 보인다. 이제는 전국 어느 곳이나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생활화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하루종일 근무하고 있다. 농촌은 인적이 드물고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마스크 수요가 도시만큼 크지 않다. 인구가 줄고 있는 농어촌이 전염병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껴지니 코로나 사태로 갑갑함과 우울함을 느끼는 도시민이 도시를 탈출하여 농어촌을 가는 귀농·귀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진 환자 수와 인구 대비 감염률이 낮아 그것을 농촌의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현저히 낮은 확진율은 그만큼 청정하다는 의미다. 인구가 적은 것이 약점이었는데 이제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돈 많은 갑부의 가족들은 이미 한적한 외딴 섬으로 피신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명절은 행복한 시간이어야 한다. 추석은 원래 축제로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시간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명절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간이 되었다. 고향에 간다는 것이 부담되었다. 몇 시간에 걸쳐 어렵게 고향에 가도 피곤함에 잠만 자다 오거나 여성들만 일해서 대판 싸우고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풍경이 추억으로 될지도 모르는 시대가 왔다.
 
그래도 추석이니 고향으로 가지 않더라고 안부는 전하자. 화상 회의가 유행이니 명절 아침에 전국에 퍼져 있는 가족들끼리 화상 회의를 하고 온라인 차례를 지내보는 것이 어떨까. 그래도 언젠가는 아닌 조만간 예전처럼 마음 편히 얼굴 보고 만날 수 있는 명절이 올 것이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