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옷 달라” 피해자 예리한 눈, KBS 몰카범 ‘악어 눈물’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동 KBS 연구동 건물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개그맨 박모(30)씨. 박씨는 지난 11일 검찰 구형을 앞두고 법정에서 “저로 인해 고통받으신 피해자분들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박씨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피해자가 박씨가 '허위자백'했다며 성토한 근거는 무엇일까.
 

[사건추적]

 

'KBS 몰카범 허위자백' 밝힌 피해자들

지난 5월 29일 KBS 연구동 건물에서 일명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여자 화장실에서 발견된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카메라 주인이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자 박씨는 3일 뒤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박씨는 본인이 몰카를 설치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박씨가 일부 허위자백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자 측 A 변호사는 “박씨가 본인의 범행 수법과 기간을 모두 자수한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올해 1월부터 본인이 출연자 대기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했다고 진술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당시 박씨의 범행 기간을 듣고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부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접 영상을 확인하고자 검찰청을 찾았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검찰에서 영상 복사를 허용하지 않자 담당 수사관 컴퓨터로 박씨가 촬영한 영상을 확인했다. 그중 피해자들이 찍힌 장면 일부는 직접 캡처해 피해자에게 보여줬다.
 
캡처 사진을 전달받은 피해자들은 깜짝 놀랐다. 범행 당시 찍힌 사진에서 본인이 입고 있던 옷이 올 초 입었던 옷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해당 옷을 입은 날짜를 찾으려고 휴대전화에 저장한 셀카 사진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박씨가 불법 촬영한 영상 속 자신이 입었던 옷이 지난해 10월 23일에 입은 옷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A 변호사는 “기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러한 증거 자료를 정리해 검찰에 제출했다”며 “결국 검찰이 공소장에서 박씨의 대기실 불법 촬영 범행 시작일을 2020년 1월에서 2019년 10월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덕분에 박씨의 범죄 기간을 바로잡은 셈이다.
 
A 변호사는 “자백을 한다는 의미는 반성한다는 것 아니냐”며 “말로는 자백한다면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고의로 허위자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자신이 당시 입던 옷과 기록을 확인하면서 다시 박씨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씨 측 변호인은 이런 지적에 대해 “언론과 일체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 성폭력 증거물 접근 제한적”

박씨의 허위자백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 측이 영상을 일일이 다 확인하지 못해서다. A 변호사는 “방대한 분량의 영상 자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박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박씨는 한 대의 카메라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직접 영상을 확인해보니 같은 날 다른 앵글로 찍힌 영상도 있는 것으로 봐 두 대 이상 장비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검찰이 모든 영상을 꼼꼼히 확인했는지 의문이 든다.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성폭력 범죄 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몰래카메라 범죄 등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 수사에서 증거물에 대한 피해자 접근이 극히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수사당국이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불법 촬영물의 원본 영상을 피해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탓에 피해자들은 본인이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알 길이 없다”며 “온라인상에 유포한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불법 촬영된 원본 영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박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박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6일에 열린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