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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불황, 인종 갈등, 대법관 변수…막판까지 ‘안갯속’

미국 대선 D-38

‘선거의 나라’ 미국이지만 올해처럼 예측 불허 변수가 많았던 적도 드물다. 오래된 인종 갈등 문제에 누구도 예측 못한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경제 불황이 겹쳤다. 2008년부터 오바마가 만든 미국판 ‘우리가 남이가’ 방식의 정체성 위주 선거 연합은 역으로 백인 노동자들을 소외시켰고 이들은 개신교도들과 함께 트럼프 충성파로 대거 결집했다.
 

긴즈버그 후임 놓고 논란 증폭
누가 이겨도 선거 후유증 클 듯

‘누가 이길 것인가’ 궁금증 못지않게 ‘어떻게 승자가 정해질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개표 지연과 소송 등으로 선거 후 몇 주가 지나야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심지어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차기 미국 의회에서 헌법 규정에 따라 하원과 상원이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흰 장미를 들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흰 장미를 들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은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에게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누적 확진자 700만 명과 사망자 20만 명이란 충격적 통계 못지않게 대통령의 대응 실패가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 자신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고 각 주의 경제 재개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강변으로 보수파들의 원칙을 부정했다. 섣부른 학교 개학 주장은 부모들의 반발을 샀고 검사자 수만 줄이면 바이러스가 줄어들 것이란 궤변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보수 미디어가 대대적인 중국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트럼프 책임론은 기존의 미국 사회 양극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과 고졸 이하 남성 유권자들은 여전히 트럼프의 대처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미국 경제 불황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정치학이 중요시하는 대선 해 2분기 경제 지표가 마이너스 32.9%라는 전례 없는 성장률을 찍었다. 현직 대통령에겐 필패 요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경제 운영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여전히 50%를 상회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대선 전에 경기가 반짝 회복된다면 트럼프가 재신임받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나쁜 경제가 늘 나쁜 대통령을 만들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2조 달러가 넘는 재난지원금의 의회 통과에 적극적이었다. 시민들 은행 계좌에 현금을 입금해준 것이나 코로나 실업자들에게 주당 600달러씩 실업수당을 지급한 것 모두 트럼프가 의회와 협력한 덕분이다. ‘문제는 경제야’ 슬로건으로 대권을 되찾아온 빌 클린턴의 전략을 올해 바이든에게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이유다.
 
새로운 위기에 오래된 위기도 겹쳤다. 지난 5월 말 조지 플로이드 참사 이후 백인 경찰-흑인 사망의 악순환은 인종 차별 반대를 넘어 인종 정의 실현을 위한 거리 시위와 사회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광장 정치의 열기는 제도 정치의 교착으로 인해 식어가고 있다. 경찰의 목 누르기 과잉 진압을 금지하는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결이 다른 대안으로 지연 작전 중이다. 경찰개혁법이 대선 전에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대신 폭스 뉴스는 매일 저녁 흑인들의 불법 폭력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실제로 교외 지역 유권자들은 치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트럼프도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새로운 선거 전략을 구사 중이다. 뒤늦게 과격 시위를 배격하고 나선 바이든이지만 차별 반대와 폭력 반대 사이에서 수위 조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관심사이기도 한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면서 한풀 꺾인 양상이다. 미·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는 트럼프가 미국의 거의 모든 문제를 오로지 중국 탓으로 돌리면서 가속화됐다. 하지만 바이든이 중국 비판에 적극 동조하면서 트럼프 선거 전략도 대폭 바뀌었다. 바이든이 샌더스와 합의해 만든 민주당 강령에는 중국의 군사력 견제와 보호무역 찬성 등이 담겼다. 트럼프 정책과 거의 유사하다.
 
이에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 심판’이 아닌 ‘민주당 후보 실격’으로 대선 쟁점 전환을 꾀하고 나서면서 후보 간 차별성이 부족한 중국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사실 미 의회가 초당파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홍콩·위구르 문제는 미국민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현안들이다. 더구나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수는 중국에 농산물을 수출하기 원한다. 정치는 트럼프지만 경제는 중국인 모순적 상황이다. 미·중 관계를 신냉전이라고 규정하기엔 여전히 비냉전 요소가 상당하다.
 
지난주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 문제도 선거 막판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1차 TV토론 전에 보수 성향의 여성 후보자를 지명하고 대선 전에 상원 인사청문회까지 열릴 가능성이 커보인다. 트럼프는 별로일지라도 낙태 금지가 신념인 보수층 유권자들로 하여금 공화당 대통령과 상원을 뽑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코로나(covid)에서 대법원(court)으로 선거 화두가 바뀌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법원 구성을 위해 어느 쪽이 더 많이 투표하러 나올지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어느 나라나 선거는 승리를 위한 내 편 만들기 경쟁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지혜를 공유할 수 없다면 결국 갈등만 키우고 증오만 남게 하는 것 또한 선거다. 세계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미 의회와 외교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정치연구회장으로 『미국 정치가 국제 이슈를 만날 때』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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