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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춤추고 서울서 실시간 관람…“실제 공연처럼 긴박”

온라인 공연 유료화 시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온라인 공연의 유료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불러왔다. 이름하여 ‘공연 영상화 2.0’ 시대다. 올 상반기 공연들이 대거 취소되면서 아카이브용 공연 영상의 무료 스트리밍 열풍이 불었지만, 영상으로 보는 공연의 지불 가치와 민간 예술단체의 영상 제작 인프라 부재 등의 문제로 유료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공연 영상화는 이제 규범이 됐다. 올해 20회를 맞는 대표적인 공연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8~31일)까지 전체 온라인 유료 중계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용단 ‘램버트’ 온라인 유료 공연
“안방 관객, 무대 복판으로 데려와”

‘웹뮤지컬’은 새로운 콘텐트 장르
라이브는 기본…다양한 방식 도전
날 것 그대로, 현장감 전달이 관건

 
영국 램버트 무용단의 ‘내면으로부터’(위쪽 사진, 아래 가장 왼쪽 사진). [LG아트센터] (아래 왼쪽부터)국립극단 온라인극장 ‘불꽃놀이’. [국립극단], 뮤지컬 ‘모차르트!’. [EMK뮤지컬컴퍼니], 세종문화 회관의 게임콘서트 ‘lol 라이브:디 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광염소나타’. [신스웨이브]

영국 램버트 무용단의 ‘내면으로부터’(위쪽 사진, 아래 가장 왼쪽 사진). [LG아트센터] (아래 왼쪽부터)국립극단 온라인극장 ‘불꽃놀이’. [국립극단], 뮤지컬 ‘모차르트!’. [EMK뮤지컬컴퍼니], 세종문화 회관의 게임콘서트 ‘lol 라이브:디 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광염소나타’. [신스웨이브]

특히 24일 LG아트센터가 선보인 온라인 공연 ‘내면으로부터’는 주목할 만하다. 무대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아예 온라인용으로 기획된 신작이라서다. 10월 내한공연을 하려던 영국의 현대무용단 ‘램버트’가 투어가 취소되자 세계 9개 극장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공연을 만들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무용단체가 아방가르드 무용의 대명사인 벨기에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와 협업했다는 사실부터 의미심장하다. 무대에서 개구리를 갈아 마시고 들판에서 돼지들과 뛰어다니는 원초적이고 폭력적인 ‘아드레날린 안무’로 유명한 그는 국제영화제에서 일곱 번 수상한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로, 오래전부터 ‘탈장르’에 앞장서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왔다.

 
국내에 세계 최첨단 공연을 소개해온 LG아트센터가 참여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한국·유럽·남미 지역의 저녁 시간에 맞춰 총 3회 공연되는데, 첫 공연이 한국 관객을 위해 런던 현지 시간으로 24일 낮 12시에 펼쳐졌다. 1만 5000원짜리 티켓을 예매한 관객은 문자로 전달된 입장권 코드로 램버트 홈스튜디오에 접속해 실시간 중계를 관람했다.

 
‘내면으로부터’는 난해한 현대무용 속으로 그대로 들어간 듯한 작품이었다. “두려움과 위협이 있을 때 심장 박동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반데키부스의 철학 그대로, 이 혼란의 시기에 우리 내면에 도사린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살아있음을 체감하라는 메시지였다. 관객이 카메라를 들고 20여 무용수들의 한복판으로 들어간 듯한 시점에서 격렬한 춤의 텐션을 대면하는 컨셉트다. 이는 극장이 폐쇄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무용수들에게 춤출 공간을 제공하려는 발버둥으로 보였다. 램버트 예술감독 브누아 스완 푸파도 “관객들이 보는 같은 시간에 댄서들이 춤을 춘다는 것은 관객들을 작품의 가장 가운데로 깊숙이 데리고 오려는 것이다. 과거 영상을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대체 불가한 공연의 가치는 시간성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극장 무대를 늘 비좁아하던 반데키부스는 물 만난 고기처럼 건물 전체로 관객의 시선을 이끌었다. 앵글에 최대한 긴장감을 담는 연출은 ‘라이브’이기에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가 더욱 긴박하게 와닿았다”면서 “팬데믹 상황에 액자형 극장 모델은 이제 깨졌다. 극장 정상화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야외로 나가든가, 온라인으로 옮기든가,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그 시도에 앞장섰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사실 이런 적극적인 시도는 많지 않다. 영국 로열 발레단이 10월 갈라 공연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준비 중이고, 매튜 본의 뉴어드벤처스 등 유명 무용단들도 무대 영상을 유료 공개하는 정도다. 댄스필름을 연구하는 정옥희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실험적이고 시의적인 영상물은 오히려 개별 무용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무용수가 저마다 댄스필름을 만들게 됐고, ABT의 미스티 코플랜드가 발레 무용수 기금 조성을 위해 14개국 31명의 무용수를 참여시킨 ‘스완 포 릴리프’ 등이 주목받았다”고 전했다.

 
연극계에서도 국립극단이 25일 ‘온라인 극장’의 시범 운영을 개시했다. 첫 작품으로 지난 6월 공연이 취소된 남인우 연출 신작 ‘불꽃놀이’를 2회 유료 상영한다. 신작을 온라인으로 개막하는 것은 국립극단 역사상 최초고, 유료 상영도 처음이다. ‘불꽃놀이’는 국립극단의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통 굿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4면이 객석으로 둘러진 무대를 풀샷 4K 광각 카메라가 열심히 쫓아 다녔지만, 삶과 죽음이 헝클어지고 시공간이 뒤섞이는 상징적인 연극 언어를 영상에 담으려면 좀 더 특별한 연출이 필요해 보였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온라인 관극은 대면 관극보다 관객의 시선이 제한된다”면서도 “연출의 의도가 더 명확하게 부각된다는 장점도 있다. 안방에 마련된 새로운 형태의 극장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공연 관람과 동일한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작품과 교감해달라”고 당부했다.

 
많은 공연이 온라인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돈을 받는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대부분 영상의 퀄리티다. 생생하게 촬영했다는 것이다. 28~29일 ‘네이버 후원 라이브’ 채널을 통해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유료 스트리밍하는 서울예술단도 “극장 상영이 가능할 정도의 영상 퀄리티가 목표”라면서 “7월 공연 당시 4K 카메라 9대, 지미집 2대로 부감샷·클로즈업·군무씬 등을 세심하게 촬영하고 음향도 5.1채널 후믹싱으로 고퀄리티로 뽑아냈다”고 밝혔다. 10월 3~4일 유료 스트리밍되는 뮤지컬 ‘모차르트!’ 10주년 기념공연도 “다양한 앵글과 땀방울까지 보이는 클로즈업을 통해 공연장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유료화와 함께 저작권 보호, 불법 유통, 아티스트 수익배분, 제작비 환수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공연 고유의 미학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살려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바로 ‘라이브’라는 날것의 감각이다.

 
‘n차 관람’ 유도하는 라이브 송출

 
안호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은 “다른 예술과 차별화된 공연만의 미학은 시간성”이라며 “관객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경험하는 불확실성, 불가측성을 유지해야 하는 게 공연이다. 관객과 행위자가 같이 만드는 현장을 체험한다는 동시성 없이 녹화해서 대량 복제상품을 만드는 것은 공연의 고유 가치를 훼손할 수 있고, 향후 공연 자체가 실종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로열오페라가 이번 시즌 오페라 공연을 포기하고 라이브 콘서트를 기획했듯, ‘실시간’이 일차적 요건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올드빅 시어터는 최소한의 무대장치만으로 202년 역사의 명맥을 온라인으로 이어가는 실험 ‘올드빅 인 카메라’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렁스’를 시작으로 9월 ‘쓰리 킹스’ ‘페이스 힐러’ 등 소수가 출연하는 연극을 매일 무관중으로 올리면서 객석 수 만큼의 온라인 관객에게 송출하는 방식이다.

 
지난 18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본격 유료 상영에 돌입한 소극장 뮤지컬 ‘광염소나타’도 주목할 만하다. 2017년 초연되어 많은 매니어를 양산한 창작뮤지컬로,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언택트 공연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26일까지 총 13회 공연을 전세계에 실시간 송출하고 있다. 45개국에서 관람 실적이 나왔고, 온라인 관객 수는 일본·한국·대만·홍콩 순이다.

 
뮤지컬 관람의 특징인 ‘n차 관람’을 온라인으로도 실현한다는 컨셉트에 방점이 찍힌다. 1회 관람 4만 4000원부터 11회 18만 9000원까지 패키지 판매에 주력한 이유다. 매 공연 후 배우들이 ‘애프터 토크’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화면의 장벽을 다른 차원으로 넘어서려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제작사 신스웨이브 신정화 대표는 “뮤지컬의 묘미는 똑같은 내용이지만 매일 다르다는 것”이라면서 “배우의 연기가 매일 다르듯 카메라 워크와 편집도 매일 다른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극장과 온라인 관객이 공간의 한계를 넘어 라이브의 묘미를 공유하도록 한 방식이 리스크나 비용이 크지만, 공연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세종체임버시리즈 클래식 엣지’로 가장 먼저 라이브 공연의 온라인 유료화를 시도한 세종문화회관도 11월 게임콘서트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를 전국 30여개 영화관에서 생중계하고, 송년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을 유료 생중계하는 등 라이브 행보를 이어간다. 오정화 공연기획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국내 최고 공연장의 현장성을 지키기 위해 온라인 공연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고수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양식을 새로운 영상 콘텐트 장르로 풀어내는 색다른 활로도 모색되고 있다. 뮤지컬 제작사 EMK의 계열사 EMK엔터테인먼트와 디지털 콘텐트 기업 샌드박스가 11월 론칭하는 ‘웹 뮤지컬’은 미드 ‘글리’류의 뮤지컬 드라마를 뮤지컬 배우가 출연하는 웹드라마 숏폼 형식으로 제작하는 새로운 장르다. 김지원 EMK엔터 대표는 “‘웹 뮤지컬’은 기존 대면·온라인 공연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콘텐트 형태”라면서 “대면에 제약이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공연시장에서 관객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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