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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앙 쓰나미…인류 손잡지 않으면 막대한 희생”

‘세계평화의 날’ 기념 특별좌담

“전 세계적으로 3가지 위기가 중첩돼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근대성의 위기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기후변화, 대량살상무기 등입니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 위기인데, 중국의 부상으로 비롯되는 미·중 패권 경쟁입니다. 세 번째는 민주주의의 위기로서 경제적 양극화와 포퓰리즘 증가입니다.”(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조인원 경희대 이사장
극단적 기후의 위기 이미 현실화
국제기구·국가 역할 재성찰 필요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20세기 대공황·세계대전 극복했듯
현 위기 창의성·신사고로 이길 것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
대안 있는데 시도 안 하는게 문제
팬데믹 극복하겠지만 대가 클 것

“많은 사람이 글로벌 경쟁 자유주의 아래에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는 수백만 명이 중산층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파괴적 기후변화는 이제 경제성장이 가져다준 번영과 재정적, 신체적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실존적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
 
“반복되는 자연의 경고 앞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좀 더 반성적으로 열어갔으면 합니다. 부단한 자기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좀 더 나은 자아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성찰적 개인의 문제를 성찰적 국가, 성찰적 정치의 문제로 확장해서 폭넓게 생각해봤으면 합니다.”(조인원 경희대 이사장)
  
“인류의 삶 자체가 실존적 위협에 직면”
 
제39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가 9월 22일 서울 경희대 회의실에서 열렸다. 주제는 ‘긴급성의 시대, 정치 규범의 새 지평’. 코로나19 사태로 예년과 달리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큰 사진은 경희대 조인원 이사장(오른쪽)이 안병진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토론하는 모습. 아래 작은 사진의 왼쪽은 미 프린스턴대 존 아이켄베리 교수, 오른쪽은 미 하버드대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 [사진 경희대]

제39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가 9월 22일 서울 경희대 회의실에서 열렸다. 주제는 ‘긴급성의 시대, 정치 규범의 새 지평’. 코로나19 사태로 예년과 달리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큰 사진은 경희대 조인원 이사장(오른쪽)이 안병진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토론하는 모습. 아래 작은 사진의 왼쪽은 미 프린스턴대 존 아이켄베리 교수, 오른쪽은 미 하버드대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 [사진 경희대]

제39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Peace BAR Festival)가 9월 22일 오전 9시 서울 경희대 회의실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과거와 달리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가 줌(Zoom)에서 만나 화상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올해의 주제는 ‘긴급성의 시대, 정치 규범의 새 지평(Era of Urgency, a New Horizon for Political Norms)’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주제 선정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바이러스 사태에 인류가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이날 토론의 키워드였다. 인류가 당면한 난제와 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계평화의 날’ 기념 로고.

‘세계평화의 날’ 기념 로고.

『서양 문명의 종말(The Collapse of Western Civilization)』이라는 책을 쓴 미 하버드대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과학사 교수의 특강에 이은 특별 좌담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특별 좌담에는 미 프린스턴대 존 아이켄베리(John Ikenberry) 정치학 교수와 오레스케스 교수, 경희대 조인원 이사장(정치학 박사)이 참가했다. 좌담의 사회는 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맡았다.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축사를 했다.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 인류는 지금 굴복, 아니면 희망이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부여받고 있다.” 지난해 유엔이 내놓은 긴박한 경고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제 지구운명의 날 예측이 더 이상 논리적 비약이나 경멸의 대상으로 다가서지 않는다. 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세 토론자는 유엔과 교황의 이 같은 메시지에 모두 공감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인류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명백히 보여주었듯이, 그 해결책 또한 인류의 협력과 연대로 찾아낼 수 있다고 토론자들은 입을 모았다. 문제는 정치적 상상력과 국제 사회의 협력을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끌어내는가에 달려 있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대안이 있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유엔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특별 좌담은 아이켄베리 교수가 3대 위기를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미·중 패권 경쟁, 민주주의의 위기 등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과제로 거론됐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지금의 위기 상황이 1930년대에서 40년대 초반까지의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30년대 당시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전체주의의 위협 등을 모두 극복해냈듯이, 지금의 위기도 창의성과 새로운 사고로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견해를 보여줬다.
 
토론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면서 열기를 더해갔다. 비대면 온라인 화상 대화 형식이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큰 어려움 없이 토론이 진행되었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20세기 초반 라디오가 등장했을 때의 상황을 비교했다. “라디오가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도와 이제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국 어떻게 되었나요? 대공황을 겪고 세계대전이 벌어져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요. 이번에도 분명히 팬데믹은 극복될 겁니다. 인류는 멸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가가 막대할 겁니다. 큰 손실과 희생이 있을 것입니다.”
  
교황 “지구운명의 날, 논리 비약 아니다”
 
오레스케스 교수의 우울한 진단에 토론 분위기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항상 대안은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런데 대안이 있다는 생각만 하고 시도를 안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화를 더욱 확대해 가면서 더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기후위기는 팬데믹 보다 더 피해가 극심하리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보여주듯이 상호의존성이 높은 이 세계에서 안전하기 위해서 사실 혼자 안전할 수 없다”며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극단적인 기상 이변과 가뭄, 홍수, 태풍,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위기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가의 기능에 대한 재성찰, 유엔 같은 국제 협력기구의 역할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평화의 날’ 1981년 유엔이 제정…고 조영식 박사 제안, 냉전 종식에 기여
9월 21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이다. 1981년 11월 30일 제36차 유엔총회에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가 제정·선포됐다. 경희대는 1982년부터 매년 이날을 기념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해 왔다.
 
39회를 맞는 2020년 행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회의로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 사회를 본 권기붕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장은 “1995년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세계평화의 날과 해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세계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는 냉전 시대를 종식시킨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평화의 날의 유래는 1981년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 결의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총회에서 세계대학총장회 설립자이자 경희학원 설립자인 미원(美源) 조영식(1921~2012) 박사가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 제정을 제안했다. 1981년 유엔 총회 결의문에는 “세계평화의 날은 모든 국가와 시민이 평화의 이상을 기념하고 모든 사람이 유엔과 협력하에 특히 교육적 수단을 통해 세계평화의 날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유한다”고 쓰여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냉전이 극에 달하던 때 제정된 세계평화의 날은 그동안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의 자연재앙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냉전 못지않게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냉전에 이어 기후변화와 자연재앙이 이 시대 평화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다.
 
조인원 경희대 이사장은 기념식 인사말에서 “인류의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기후변화의 위기는 또 다른 재앙, 문명붕괴의 가능성으로 대두하고 있다”며 “정치와 시민의식은 국정과제와 생활세계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국제사회는 어떤 협력의 기류를 만들어내야 할 것인가. 오늘 이 자리가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긴급한 위기의 처방을 미래의 가능성으로 이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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