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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번 바뀌는 연평도 조류…실종 시간도 파악 안 돼

공무원 북 피격 사망 - 월북이냐 조난이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남북한 현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남북한 현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에 피격된 공무원 이모(47)씨가 실종된 지 닷새가 지났다. 이씨의 정확한 실종 시간이 파악되지 않아 행적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또 월북으로 판단하고 있는 군 당국의 입장과 달리 이씨 유가족과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어업 종사자들은 “월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1일 오전 1시 35분쯤 무궁화 10호 조타실에서 동료와 함께 근무하던 중 컴퓨터로 행정업무를 하겠다며 조타실을 비웠다. 그리고는 다음 조와 교대하는 시각인 오전 4시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같은 근무조였던 동료는 혼자 인수·인계를 했다. 오전 11시 35분쯤, 점심시간인데도 이씨가 선내 식당에 오지 않자 동료들이 찾아 나섰다. 하지만 선내 어디에도 행방이 묘연했다.
 

어민 “월북했다면 NLL 인근서 탈출”
선내 CCTV 고의 훼손 여부 조사

유족 “미스터리한 시간 덮기 의심
북측 발표만 봐도 월북 아니다”
배 남쪽 있을 때 월북 시도 의문

선미 우현에는 이씨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굵은 밧줄 더미 속에 놓여 있었다. 낮 12시 51분쯤 선내 동료들은 이씨가 실종됐다고 해경에 신고했다. 해경은 수색에 나섰지만 이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선내 CCTV가 지난 18일부터 고장 난 탓에 지난 21일 오전 1시 35분~오전 11시 35분쯤 사이를 실종시간으로 추정할 뿐이다.
 
정확한 실종 시간을 파악해야 하는 건 실종 시간대가 이씨의 실종이 의도적 월북인지 실족에 따른 조난일지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군 당국은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축구공 모양의 위치 표시형 ‘부이’ 추정)을 이용한 점으로 미뤄 자진 월북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씨의 형은 “실종 후 해상 표류시간이 30시간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자발적 월북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생을 나쁜 월북자로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문”이라며 “동생이 우리 영해에 있었던 미스터리한 시간을 덮으려는 것으로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연평도에서 어업을 하는 선장 A씨도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뛰어내렸다는 소연평도 남측은 월북하기 좋은 지점이 아니다”며 “서해 사정을 잘 아는 항해사라면 대연평도 북쪽으로 올라가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탈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궁에 빠진 이모씨 행적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연평도 어민들이 월북 시 가장 생존확률이 높은 곳으로 지목한 곳은 북방한계선(NLL) 인근이다. 서해5도 지역 해경에 따르면,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는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주로 머물며 어선들의 월선을 저지한다. 연평도 서북쪽에 위치한 NLL의 한 지점은 실종된 이씨가 뛰어내린 지점보다 13㎞만큼 북한 등산곶과 가깝다. 대부분 연평도 어민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때가 배가 남쪽에 있을 때라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한 연평도 주민은 “그날 새벽 시간대 조류는 북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며 “조류만 맞고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부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북한까지) 썰물을 타고 등산곶까지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해안은 같은 날이라도 시간대에 따라 조류 방향이 달라진다. 통상 24시간을 기준으로 약 6시간마다 4번씩 바뀐다. 해경에 따르면 이씨가 실종된 지난 21일은 11물(15일마다 달라지는 큰물 때 중 하나, 1~15물 중 7물이 가장 물살이 빠르다)이었다. 7물에 비하면 약해졌지만, 물살이 빠른 축이다. 시간대별로 세분화해보면 지난 21일 밀물이 들어온 시각은 오전 1시 43분이다. 오전 7시 40분에 물이 가장 많이 차올랐고 이후 썰물이 시작돼 오후 1시 54분 다시 저조에 이르렀다. 시간대에 따라 이씨가 북한으로 간 경위 파악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씨의 형은 지난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다에서 4시간 정도 표류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공포가 몰려온다”며 “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었으며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경은 이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을 상대로 전날에 이어 이틀째 선상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무궁화 10호의 규모 탓에 연평도 입항이 어려워 해경은 조사관을 선내에 투입해 해상에서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또 이씨의 금융·보험 계좌와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확인하는 한편 유류품이나 증거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500t급 함정 3척과 300t급 1척을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투입해 주변 지역 수색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배 안에선 이씨의 휴대전화나 유서 등은 발견하지 않았다. 해경이 선내 공용 PC를 확인한 결과 이씨는 본인 계정으로 로그인한 이력만 있고,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검색은 하지 않았다.
 
배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 2대는 고장이 난 상태였다. 해경은 CCTV가 고의로 훼손됐을 가능성 등도 확인하고 있다.
 
해경은 무궁화 10호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해당 선박을 육상으로 이동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무궁화호는 이번 달 26일 목포로 입항할 예정이었던 만큼 서해어업관리단과 조율해 이동 장소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씨 수색 과정에서 군과 해경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해경은 21일 낮 이씨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해경은 군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 해경 경비정 등 선박 17~20척과 헬기 1~ 2대가 출동해 소연평도 일대 등을 수색했다. 이씨의 피격 사실이 알려진 23일도 선박 17척과 헬기 1대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펼치던 중이었다.
 
군·해경 수색 때 정보 공유 삐걱
 
반면 군이 이씨 피격 사실을 파악한 것은 이씨가 실종된 지 하루 뒤인 22일이었다. 해경이 실종자 수색을 공식 중단한 것은 국방부가 이씨의 피격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뒤인 24일 오전 11시 25분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군에서 해경에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하고 치안 상황이나 작전 상황 등은 알리지 않는다”면서도 “군도 사실관계 확인을 하느라 해경에 미처 알리지 않았겠지만, 함께 수색한 해경이 언론을 통해 알게 한 것은 지나쳤다”고 말했다.
 
한편 북측의 사과 통지문과 관련해 이씨의 유족 측은 “어제까지만 해도 북한이 아무런 답변이나 응답이 없었다고 했는데 오늘은 이런 답변이라도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소통이 가능하도록) 남북관계가 유연하게 발전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씨 유족 측은 북측이 통지문에서 ‘불법 침입’이라고 한 것을 근거로 “이씨가 월북을 했다는 군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연평도=심석용·편광현, 최모란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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