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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넘을 우편투표가 ‘지뢰밭’…개표 지연 혼란, 불복 가능성도

미국 대선 D-38

미국 대선이 38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6%포인트 넘게 앞서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와 확진자를 낸 코로나19 사태와 인종 차별 시위 등으로 바이든 후보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좌파의 손에 미국이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법 질서 수호를 내세워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인종차별 시위 등 발목
트럼프, 바이든에 6%P차 뒤져

민주당 지지자들 우편투표 선호
트럼프 “조작될 수 있다” 승복 의문

29일부터 3차례 TV토론도 변수
공격적 달변가 트럼프 역전 노려

바이든이 앞서고는 있지만 그의 낙승을 예견하는 여론조사 기관은 거의 없다. 4년 전 상황의 재연을 우려해서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지지율에서 3%포인트를 앞섰고 전국 득표에서도 300만 표를 더 얻었지만 최종 선거인단 확보에선 졌다. 미 대선은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눠 갖는 게 아니라 승자가 모두 독식하는 방식이어서 클린턴 후보가 6개 경합주에서 모두 패배한 게 승부를 갈랐다.
  
바이든 지지자 70% “우편 등 사전투표”
 
그런 만큼 이번 대선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바이든이 전체 득표에서 3%포인트 이상 앞서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1월 3일 치러지는 대선의 남은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우편투표’와 ‘TV토론’이다. 특히 우편투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대 화약고로 떠올랐다. 지난 대선 때 25%에 불과했던 우편투표율이 이번엔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 등 9개 주와 워싱턴DC는 모든 유권자에게 우편투표 용지를 발송하고 미시간 등 36개 주는 신청하면 누구든 우편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의 대선 투표 방식은 ▶우편투표 ▶조기 현장투표 ▶선거 당일 현장투표 등 크게 세 가지다. 우편투표는 말 그대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받아 기표한 뒤 우편으로 제출하는 방식이다. 조기 현장투표는 선거 당일의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미리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우편투표다. 이를 둘러싼 두 진영의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민주당엔 우편투표가, 공화당엔 현장투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70%는 우편투표를 비롯한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며 공화당 지지층은 52%가 선거 당일 현장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조작될 수 있다며 ‘우편투표=선거 부정’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우편투표를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도다. 그는 “지난 14~15개월간 우편투표를 활용한 많은 선거가 치러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혼돈은 이미 뉴욕시 예비선거 등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한 유권자가 지난 달 18일 승용차에 탑승한 채 우편투표 신청서를 우체통에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한 유권자가 지난 달 18일 승용차에 탑승한 채 우편투표 신청서를 우체통에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편투표로 인해 대선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란 트럼프 측의 주장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 정가에선 우편투표의 급증과 함께 늘어나는 무효표가 당락을 가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 등은 “애리조나와 미시간 등 7개 경합주에서 18만~29만 표에 달하는 무효표가 발생해 2016년 대선 때보다 3배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WP 집계에 따르면 올해 23개 주 대선 예비선거에서 무효표는 53만4000표에 달했다. 무효표는 우편물이 늦게 도착하거나 제대로 서명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젊은 층과 유색 인종, 신규 유권자들에게서 이런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편투표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표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적잖다. 선거 당일 현장투표를 중심으로 개표가 진행되면 트럼프가 앞서겠지만 우편투표함이 열리면서 바이든이 역전하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실제로 WP는 트럼프가 대선 당일 선거인단 538명 중 167명을 더 확보하지만 일주일 뒤에는 83명 앞서다가 모든 개표가 끝날 무렵엔 바이든이 127명을 더 얻을 거라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공화당의 상징색에 빗대 ‘붉은 신기루(red mirage)’라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의 초반 우세가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란 의미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1월 20일 도착하는 투표용지까지 집계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대선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유권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 두 후보가 대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이든 측도 이에 대응할 법률팀을 구성하고 나섰다.
  
트럼프, 4년 전 TV토론 때 역전 발판 마련
 
또 다른 변수는 TV토론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 세 차례 실시되는 TV토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리얼리티쇼를 진행했을 만큼 트럼프는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공격적인 토론을 즐긴다. 반면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눌변인 데다 잇단 실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준비해온 원고만 읽는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진영도 TV토론이 뒤처진 지지율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4년 전 TV토론 때도 트럼프는 클린턴 후보를 몰아붙여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대선 투표는 이미 스타트했다. 지난 18일 미네소타 등 4개 주에서 조기투표가 시작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 4일부터 우편투표 용지를 발송하고 있다. 대선이 임박해 오면서 미 유권자들의 시선이 우편투표와 TV토론의 향배에 쏠리고 있다.
 
‘쩐의 전쟁’ 미 대선 자금, 3조5100억원 역대 최고치 확실
미국 대선은 ‘쩐의 전쟁’이다. 우리와 달리 선거자금 모금에 법적 제약이 거의 없다 보니 후보당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대선에 투입되고 있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는 14억2570만 달러(약 1조6700억원)를 모금하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기록을 깼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9억576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를 모아 두 후보가 쓴 금액이 23억8330만 달러(약 2조7900억원)에 달했다. 이번 대선에선 이미 두 당의 경선 후보들이 29억 달러를 지출한 만큼 30억 달러(약 3조5100억원)를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대규모 현장 유세가 힘들어지면서 TV와 온라인 광고 등 ‘언택트’ 선거운동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앞으로 15개 경합주에서 TV 광고비만 무려 2억2000만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월 수퍼보울 경기 때는 초당 2억원이 넘는 60초 광고에 두 후보 모두 1100만 달러를 쓰기도 했다.
 
모금 경쟁도 치열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모금액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2분기엔 바이든 후보가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질렀다. 지난달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최고 기록인 2억1000만 달러를 모금했지만 바이든 후보도 3억6540만 달러를 모으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카지노 거물 셸던 애덜슨 등 ‘큰 손’에게 아홉 자리 수표(1억 달러 이상)를 끊어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1억 달러 사재도 내겠다”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머니 게임’에서 앞섰다고 늘 승리하는 건 아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전 후보가 대표적이다. 반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6년 대선 때 밥 돌 당시 공화당 후보보다 적게 쓰고도 대승을 거뒀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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