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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사살·시신 훼손됐는데 北 사과했다고 분위기 바뀐 여당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과 관련해 위기상황을 직감했던 더불어민주당의 25일 표정은 오전과 오후가 달랐다.
 
오전에는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과 국방부에 대한 호위 모드에 돌입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오전 라디오에 나와 “NLL 이북의 북한 수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확실한 사실을 확증하기까지 굉장히 어렵고 미군과 협력도 해야 해서 (구출에 나서지 못한 채)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황희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 했던 것 같다. CCTV 보듯이 내내 지켜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군을 두둔했다. 당에선 “NLL 북쪽, 우리 영역 밖에서 일어난 사안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어떻게 할 길이 없다. 같이 대응을 해서 소총 사격을 하겠냐, 포를 쏘겠냐, 그럴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설훈 의원) 같은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의 이런 호위 모드는 이날 오후 2시,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안도로 바뀌었다. 정부나 여당 할 것 없이 일제히 ‘고무적인 일’ 같은 표현을 써가며 입을 열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인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은 “표현 수위나 서술의 방법 등을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고 진솔하게 사과하지 않았나 판단을 하고 있다. 쉽게 볼 것은 아니고 굉장히 의미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관례나 상대에 대한 예의 때문에 친서를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강경화 외교부 장관)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4시 양 정상이 이달 초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을 공개하며 이런 분위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친서에서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 정상간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 정상간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야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안보 최일선에 있어야 할 국가안보실장이 북측 통지문을 대신 읽는 것도 모자라 친서까지 공개했다”며 “국민적 분노와 유가족의 슬픔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작 친서 한장에 담긴 귀 간지러운 몇 마디에 취했다가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정은의 사과가 나오지 입모아 '전화위복'이 됐다고 외친다. 국민의 한 사람이 북한의 비인도적인 조치로 살해당한 불행한 '화'가 김정은 사과로 졸지에 '복'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보다 남북관계가 더 상위에 있다는 얘기로, 세월호때 박근혜 정권 사람들과 뭐가 다른지…"라고 썼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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