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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부 내려던 조국흑서 7만권 팔려…"현 정권에 염증 많다"

정권 비판서인『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저자 5명 중 4명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중권, 권경애, 서민, 김경율. 뉴스1

정권 비판서인『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저자 5명 중 4명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중권, 권경애, 서민, 김경율. 뉴스1

지난달 25일 나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한 달동안 12쇄를 찍었다. 책을 낸 출판사 ‘천년의상상’측은 “총 7만5000부를 발행했고 그 중 재고는 4000여부 남았다”고 했다. 이 책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권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서술한 대담집이다. ‘조국 흑서’라는 별명을 얻었고, 4주 연속 교보문고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다.
 

진중권ㆍ서민 등 '조국 흑서' 저자 기자간담회

출간 한 달을 맞아 25일 오후 서울 역삼동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자들은 “처음에는 3000부만 찍고 안 팔린 책은 나눠가지려고 했다. 책을 만들 때는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층이 두터워 과연 읽힐 수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처럼 생각했던, 답답했던 분들이 많았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기생충학 박사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참여연대와 민변을 거친 권경애 변호사, 참여연대를 조국 사태 당시 탈퇴한 김경율 회계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총 다섯 저자 중 하나인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는 일정상 불참했다.
 
올 1월부터 이 책의 기획을 주도했던 진중권은 “지난해 12월까지는 대통령은 멀쩡한데 주변이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다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데 세월호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쓴 걸 보고 그가 정말로 과거 정권의 잘못을 보고 고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어난 어업지도 공무원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굉장히 큰 사태”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가 아직 살아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대통령이 뭘 했어야 하나. 즉각 북에 연락을 했어야 한다. 한 달 전부터 북한이 국경지대의 월경을 무조건 사살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충분히 위험이 예상되는데 주무시고 계셨다는 거다. 세월호 사건을 바탕으로 권력 잡은 사람들이 (지난 정권과) 똑같고 무책임하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김경율 회계사 역시 “만일 이런 일들이 지난 정부에서 일어났다면 시민단체가 다들 촛불을 들고 나갔을 거다. 지금 시민사회는 망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오로지 이겨야만 한다' '다시는 정권을 놓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비리도 다 감싸주는 정서”라는 진단을 내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등이 참여한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표지. [중앙포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등이 참여한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표지. [중앙포토]

‘조국 흑서’에 3주 앞선 지난달 초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 이른바 ‘조국 백서’도 출간됐다.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주축이 된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시각에서 쓴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조국 흑서’의 저자들은 “논의할 가치가 없다”며 비판했다. “‘조국 백서’는 서문에서 조국 사태를 친일과 반일의 프레임으로 본다. 이쯤되면 착란증이다. 옛날 진보는 잘못하면 일단 사과부터 하고 물러났는데 지금은 자신들이 결코 잘못하지 않은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조민은 잘못한 것이 없으니 한국의 입시제도를 바꾸고, 이제 군인 휴가도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게 새로운 규정을 만든다고 한다. 꼬리가 대가리를 흔드는, 민주주의의 물구나무다.”(진중권) 서민 교수 역시 “('조국 백서'를) 읽다가 몇번 집어던졌다”며 “조국은 특권층이고 특권층은 원래 그런거라고 인정하는,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 책”이라고 했다.
 
저자들은 책의 흥행을 일말의 희망으로 해석한다. 진중권은 “한가지 확실한 건 현 정권의 지지층이 점점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화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임계점을 넘는 순간 지지층은 급속히 무너질 것이다. 그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했다. 
 
저자 넷은 “처음 모였을 때 집필 이후 계획은 없었다”고 했지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논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민단체를 하나 건사하자는 계획을 세웠다”(진중권)고도 했다. 서민 교수는 또 “우리가 한 일 중 가장 의미있는 건 현 정권에 염증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보여준 일”이라 했고 권경애 변호사는 “다섯 명이 다시 뭉칠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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