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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감청서 '자진월북' 이라는데···北은 "얼버무리고 도주했다"

북한군에 의해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사망 과정을 놓고 남북한이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특히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시했느냐를 놓곤 양측의 주장이 선명하게 엇갈린다.

 
당초 국방부와 합참이 지난 24일 추정한 경위는 이씨가 22일 해수부 어업지도선에서 사라진 뒤 월북을 시도하다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는지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 군부대가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확인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서 이씨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문맥으로 읽힌다.

 
지난 6월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 앞에 북한 경비정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 앞에 북한 경비정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은 이씨의 '자진 월북' 추정 근거로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뒤 ▶신발을 벗고 배에서 빠져나왔고 ▶소형 부유물을 의지해 북한 영역으로 간 뒤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이씨가 직접 선박에 탄 북한군에게 “월북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정황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국방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군 당국이 북한군 통신을) 감청한 내용에 따르면 이 사람(이씨)이 월북 의사를 직접 밝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선박에 탄 북한군이 이씨를 검문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고 명령을 기다리는 것을 엿들었다는 뜻이다. 
 
국방부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비공개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씨의 신원을 파악한 뒤 곧장 밧줄로 포박해서 이송하려고 했다. 그러다 밧줄이 풀려 2시간 동안 인근 해상을 수색까지 벌였다고 한다. 이처럼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낼 정도로 군 당국은 북한측 통신을 면밀히 감청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4일 오후 해양경찰의 조사를 위해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뉴스1]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4일 오후 해양경찰의 조사를 위해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뉴스1]

 
그러나 북한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이씨는 수하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북한군이 더 가까이 다가가 공포탄을 쏘자 도망치려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는 얘기다. “엎드리면서 뭔가 몸에 뒤집어쓰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북한군은 40~50m 거리에서 10여발을 쏜 뒤 10m까지 접근하자 시체 대신 많은 양의 피가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은 이씨를 사살한 것으로 생각하고, 부유물을 비상방역 차원에서 해상에서 불태웠다는 게 북한 통전부의 주장이다. 
 
북한 통전부 통지문에 대해 국방부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익명의 군 관계자는 “사방이 트인 해상에서 80m 거리에서 북한군이 이씨의 육성을 들었다는 부분 등은 신빙성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날 벌어진 상황을 상당 부분 북한이 밝히지 않았거나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국제법을 어기고 민간인인 이씨를 사살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인 줄 몰랐고, 도망치려 해 절차에 따라 사격했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월북 의사에 등에 대해선 눙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 당국자는 “이씨의 월북 여부를 놓고 야당이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을 북한이 이용하려 하는 정황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남남갈등을 부추겨 북한으로 쏠리는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의도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씨가 북한군에 월북 의사를 비췄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의였는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족들 역시 월북 동기가 없다며 군 당국의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측의 주장까지 가세하며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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