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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수술 효과, 의사마다 중구난방…환자는 어찌 하나

기자
백만기 사진 백만기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69)

어느 날 친구들과 하루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이상하게 다리가 저렸다. 무언가에 부딪친 일도 없는데 웬일일까 의아히 생각하며 앉아 쉬었더니 좀 나아졌다. 잠시 후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산을 거의 내려온 터라 곧장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직장 가까이에 있는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갔다. 원장 의사는 X-ray와 MRI를 찍으라고 하더니 영상을 보고 척추전방전위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름도 생소한데 디스크 다음으로 많은 병이라고 한다.
 
이상하게 다리가 계속 저려 병원에 갔다. 한 의사는 적극 수술을 권하고 다른 의사는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진 pixabay]

이상하게 다리가 계속 저려 병원에 갔다. 한 의사는 적극 수술을 권하고 다른 의사는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진 pixabay]

 
그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수술만 하면 나을 수 있고 이전처럼 골프도 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가 그렇게 권하니 수술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곳에서 며칠간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보았다. 그곳 의사는 오히려 수술을 말렸다. 수술한다고 해서 이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고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니 수술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적극 수술을 권하고 다른 사람은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일단 수술을 미루고 좀 더 큰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척추 분야 명의로 소개된 바 있는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갔다. 그는 이것저것 증상을 들어보고 영상을 살피더니 수술 여부는 환자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다. 그리고 견딜 만하면 그냥 지내고 참을 수 없으면 수술하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가는 곳마다 의사의 소견이 달라 환자로서는 어리둥절하다.
 
하루는 어머니가 무릎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곳에 문병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정형외과 주치의에게 허리 수술의 효과에 관하여 물어보았다. 그는 내 증상을 묻더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허리 수술을 해서 좋아질 확률은 1/3, 지금과 같은 증상이 이어질 확률이 1/3,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빠질 확률이 1/3이라는 것이다. 전문의의 의견을 들어보니 척추 수술은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어려운 분야다.
 
친구가 전해준 얘기인데 수술의 실패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친척이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자칫 이런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의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사례가 있었다며 몹시 겸연쩍어했다. 물론 그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수술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의사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여겨도 여전히 통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다. 학계에서는 평균 15% 정도로 보고 있다.
 
어느 정형외과 의사의 이야기다. 평생 수많은 환자의 수술을 집도했던 그가 나이가 들어 척추관협착증의 증세가 왔다. 그는 아직은 버틸 만한데 나중에 수술하게 된다면 누구에게 자신의 수술을 부탁해야 할지 고민했다. 동창 중에도 정형외과 의사가 있지만 망설여졌다. 그의 술기가 너무 거칠다는 것이다. 다른 환자의 수술은 1주일에 몇 번씩 집도한 의사도 자신의 수술은 이렇게 신중하다.
 
우리 집 주치의처럼 여기는 동네 의사가 한번은 이런 얘기를 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어도 병의 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병에 걸리지 않도록 우선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사진 pixabay]

우리 집 주치의처럼 여기는 동네 의사가 한번은 이런 얘기를 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어도 병의 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병에 걸리지 않도록 우선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사진 pixabay]

 
국내에 번역된 몇 권의 저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툴 가완디는 하버드의대를 졸업 후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의사다. 그는 3000번 이상 수술을 집도한 베테랑 외과의이지만 수술할 때마다 이번에는 잘될 수 있을지 어떨지 몰라 번민한다고 고백했다. 모 의대 교수도 그의 저서에서 수술은 마지막 선택으로 생각하라며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고 어느 정형외과 전문의는 아예 의사는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책도 펴냈다.
 
막상 현장에서는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첫째 수술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술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실험 대상이 자신이어야 한다면 그것도 달가운 일은 아니다. 둘째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의사도 생활인인지라 생계와 병원 운영을 위해 어느 정도 수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일 운이 없는 환자는 미국에 유학 중인 의사의 딸이 아버지에게 학자금을 청구한 다음 날 내원한 사람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허리 아픈 사람이 늘어나자 요즘은 정형외과뿐만 아니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한의원도 치료에 관여하고 있다. 방법도 다양해졌으며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술은 상당히 고가의 의료비를 요구하는데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많다. 실제로 시도된 치료 대부분은 결과가 좋지 않으며 상당수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문의의 의견도 있다.
 
이슬람 수피족은 병이 나면 의사를 찾기보다는 먼저 그 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을 찾아간다. 그에게 더 현실적인 처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수피족의 지혜를 빌리기로 했다. 수소문 끝에 같은 병으로 치료를 받았던 동창을 만났다. 그도 역시 나처럼 고통을 받았는데 어느 의사의 권유로 수술하지 않고 꾸준히 걷기 운동을 지속한 끝에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걷다가 다리가 저리면 좀 쉬고 다시 걷기 운동을 지속하다 보면 점차 거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의 말대로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앉아 쉬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처음에는 몇 분을 걷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차츰 연습을 거듭할수록 거리가 늘어났다. 지금은 이전의 10배는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아마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거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몸에는 현상에 적응하려는 자연 치유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척추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 그렇지는 않다. 남의 말만 듣고 수술을 쉽게 결정하는 것도 삼가야겠지만 고통이 큰데도 불구하고 막연히 수술을 미루어도 안 되겠다. 다만 어느 부위든 수술하면 얻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수술에 따른 이해득실을 잘 고려하여 수술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덧붙이면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병원의 마케팅에 넘어가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다른 종에 비해 손을 많이 사용하고 그 덕분에 탁월한 진화를 하게 되었지만 다른 종에는 없는 병을 감수해야 했다. 그게 허리 질환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허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또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관절에 무리가 가게 된다. 그래서 나이 70이 되면 돈의 많고 적음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고 그가 걸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한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 집 주치의처럼 여기는 동네 의사가 한번은 이런 얘기를 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어도 병의 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병에 걸리지 않도록 우선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문제가 생긴 다음에는 대처하기가 어렵다. 지금 건강이 좋은 사람도 언제 발병할지 모르니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나도 허리가 아프기 전에 예방할 것을 그러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어디 의학 문제뿐이겠는가.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전에 서로 잘해야 한다. 틈이 벌어지면 그것을 회복하기에는 전보다 1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일도 그와 같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은 노후가 기다리고 있고 그러하지 못한 사람은 힘든 노후를 맞이해야 한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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