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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국민 쐈는데 9·19 합의 위반 아니라는 軍 "월경 규정 없다"

지난 22일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 측 해상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군이 “9ㆍ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16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도 군은 같은 입장을 취해 야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합의는 포격 금지, 소화기 규정 없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도 "위반 아냐"
청와대도 "9·19 합의 위반 아니다"
합의문엔 "일체 적대행위 중지" 담아
서욱은 취임 직후 '9·19 합의' 강조 행보

24일 군 관계자는 국방부 기자단과 만나 “9ㆍ19 합의에선 (월경한) 사람을 쏘라 마라 합의돼 있지 않다”며 “(NLL 주변) 완충 지역에서 사격이 안 되는 것은 포격이지, 소화기 사격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 ‘소화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 어떤 화기로 몇 발을 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소연평도 실종자 피격 추정 위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소연평도 실종자 피격 추정 위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는 9ㆍ19 합의 내용 중 “(해상에서는)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ㆍ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처를 하기로 했다(1조 2항)”는 조문을 두고 하는 설명이다.
 
이날 청와대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9ㆍ19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며 “9ㆍ19 합의는 해상 완충 구역에서 해상 훈련 사격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지, 그런 부분 하나하나에 대한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적대 행위라든지 군사적 신뢰 구축에 장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군의 이같은 해명이 “9ㆍ19 합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9ㆍ19 합의는 “육ㆍ해ㆍ공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하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가장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합의문) 조항에 정확히 나오는 건 아니지만,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 피격 공무원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북 피격 공무원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합의 내용에는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들도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양측은 ‘경고방송 → 2차 경고방송 → 경고사격 → 2차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 등 5단계(1조 4항)로 대응해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도 상시 연락체계를 가동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통보(1조 5항)하게 돼 있다.  
 
하지만 북한군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군 설명에 따르면 북한군은 아무런 경고 없이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향해 조준 사격을 가했다. 이뿐 아니라 총격 이후 남측에 어떤 통보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 군이 23일 유엔사령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하고 있지만, 연락 두절인 상황이다.
 
9ㆍ19 합의문에는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쌍방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에 출입하는 인원 및 선박에 대한 안전을 철저히 보장한다(3조 3항)”고 돼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9ㆍ19 합의 위반 여부는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만 답했다.
 
국방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하다 돌연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 측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2.2㎞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47)이 탑승하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스1]

국방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하다 돌연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 측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2.2㎞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47)이 탑승하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스1]

군의 이런 태도를 두고 군 내에선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이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군 고위 관계자는 “국민에게는 문재인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9ㆍ19 합의를 비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여러 가지 군 관련 특혜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국방부가 편을 드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됐는데, 또 이러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의 ‘9ㆍ19 합의 강조’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19일 6ㆍ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하는 화살머리고지(강원도 철원)를 찾았다. 취임 이후 첫 현장 순시였다.
 
서 장관은 이날 “9ㆍ19 합의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방지와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9ㆍ19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이 실질적으로 완화됐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 2주기인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했다. 장관 취임 이후 첫 현장 순시였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 2주기인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했다. 장관 취임 이후 첫 현장 순시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불과 사흘 뒤인 22일 서해 NLL에서 민간인 피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 체면만 완전히 구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꽃게 성어기라 해군 함정이 경계를 강화한 상황에서 민간인이 북으로 가다가 총격을 당했다는 점에서 군 내 충격도 크다.  
 
한 군 관계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이미 북한이 수차례 군사합의를 위반했을 때도 정경두 당시 장관은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지금까지 한 행동만 보면 북측은 벌써 합의를 폐기했다. 이제 민간인까지 죽인 상황인데도 합의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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