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수원 삼성 : 더 라스트 댄스]②부상·3연패·기성용 캥거루…'절대 위기'

2008년 10월 29일 슈퍼매치. 기성용의 캥거루 세리머니. 그리고 울부짖는 이운재

2008년 10월 29일 슈퍼매치. 기성용의 캥거루 세리머니. 그리고 울부짖는 이운재


2008년 12월 7일.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함박눈이 내렸다. 

2008시즌 K리그 우승 팀을 가리는 마지막 매치, 수원 삼성의 홈 경기, 상대는 최대 라이벌 FC 서울, 4만1044명의 구름 관중 앞에서 높이 들어올린 우승컵, 그때를 맞춰 약속한 듯 내린 함박눈. 하늘도 수원의 K리그 우승을 축하해줬다. K리그 역사상 가장 뜨거웠고,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 수원을 넘어 K리그 모두가 기억하는 최고의 명장면. '명가' 수원의 K리그 '마지막' 우승 스토리다.

2020년 일간스포츠는 창간 51주년을 맞이해 2008년 마지막 영광을 누렸던 수원을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최근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들은 어떤 굴곡을 그리며 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 우승 주역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낸 진심도 더했다. 2008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K리그를 수놓은 수원이 췄던 '마지막 춤'을 소개한다.


 
6월 들어 수원에는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6월 들어 수원에는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6월 부상자 속출
18경기 무패 행진으로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던 수원에게 위기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6월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박현범, 조원희, 마토, 곽희주, 양상민, 송종국, 서동현, 하태균, 신영록 등. 핵심 자원이 대거 이탈했다. 
 
-송종국(29·주장)
"팀이 잘 나가는 상황에서 부상자 10명 정도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6월에 발목 부상을 당했다. 수술까지는 아니었고 안 좋았던 부위가 재발했다. 더워지는 시기다. 그때 부상을 당하면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기력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나는 다행히 오래 쉬지는 않았다."

 
송종국. 용인=정시종 기자

송종국. 용인=정시종 기자



-이운재(35·골키퍼)
"1년 시즌을 봤을 때 위기는 분명 온다.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강한 팀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상 선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즌 도중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수원도 부상 선수가 나오면서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커버를 잘 해줬다. 베스트와 베스트를 기다리는 선수들의 갭이 크지 않았다. 더블스쿼드를 꾸렸고,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곽희주(27·수비수)
"훈련을 할 때 실전과 같은 분위기로 해서 나 역시 부상을 달고 살았다. 근육 부상이 항상 따라왔다."
 
-조원희(25·미드필더)
"부상 선수가 있었어도 큰 공백을 느끼지 못했다. 뒤에 있는 선수들이 잘 메워줬다. 2군에서 올라와 잘 해준 어린 선수들도 있었다. 부상자들이 복귀할 때까지 다양한 포지션에서 좋은 선수들이 버텨줬다. 성적표에서는 잠시 떨어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부상자가 많이 나오자 선수들은 팀을 위해 더 헌신하려고 노력했다."
 
-백지훈(23·미드필더)
"부상자들이 많았고, 선수들도 힘들었다. 나는 후반기 부상에서 복귀했고, 팀에 부상 선수가 많이 발생하는 바람에 내가 경기를 계속 뛰었던 것 같다. 누가 들어가도 모두 역할을 해줬다. 주전경쟁은 더 심해졌다."
 
-서동현(23·공격수)
"6월에 다치기는 했는데 많이 쉬지는 않았다. 1달 정도 경기에 뛰지 못했던 것 같다."

 
박재정. 수원 삼성 제공

박재정. 수원 삼성 제공


-박재정(13·수원 열혈팬·가수)
"거침없던 팀이 6월 중순에 들어서며 선수들의 부상이 시작됐다. 성적도 주춤한 것으로 보였다. 컵대회에서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이탈이 지속됐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최원창(37·수원 담당 일간스포츠 기자) 
"수원의 전·후반기 흐름이 너무 달랐다. 가장 큰 이유가 부상자 속출이었다. 부상자 속출로 팀이 흔들리는게 보였다. 상승세는 꺾일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7월 2일. 수원은 서울에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1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마감한다. 연합뉴스

2008년 7월 2일. 수원은 서울에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1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마감한다. 연합뉴스


◇7월 2일. 하우젠컵 FC 서울전 0-1 패배
 
수원이 시즌 첫 패배를 당한다. 공교롭게도 무패 행진을 멈춘 팀은 최대 라이벌 서울이었다. 서울의 신인 이승렬에게 골을 얻어 맞았다. 수원 하락세의 시발점. 2008시즌 수원과 서울의 역대급 라이벌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대의(34·수비수)
"컵대회에서 서울에 처음 졌다. 서울과 라이벌 구도는 전부터 있었지만 2008년 절정이었다. 서울의 기성용, 이청용 등이 올라오면서 러이벌전 분위기도 올라왔다." 

 
김대의. 수원=정시종 기자

김대의. 수원=정시종 기자



-백지훈(23·미드필더)
"연승 기록을 세우고 있을 때였다. 감독님이 '차라리 잘 됐다. 부담이 됐을 텐데. 한 번 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은 느끼지 않았다." 
 
-서동현(23·공격수)
"조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라이벌 서울에, 홈에서 졌다. 선수들 사기가 많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큰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라 생각했다."
 
-조용태(22·공격수)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좋았지만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반기 워낙 좋았기 때문에 서울에 처음으로 졌을 때 경각심이 생겼던 것 같다. (송)종국이 형을 필두로 연패는 하지 말자고 대회를 나눴다."
 
-최원창(37·수원 담당 일간스포츠 기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기사를 쓴 기억이 난다. 하룻강아지는 서울의 이승렬이었고, 범은 차범근 감독이었다. 이승렬에게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수원은 상승세가 한 번 꺾이니 연패를 당하더라." 
 
-박재정(13·수원 열혈팬·가수)
"컵대회였고, 이전까지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추후에 계속 하락세를 타게 될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차범근(55·감독)
"계속 무패로 가면 부담이 생길 수 있었어. 한 번 지고 나면 털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2008년 9월 27일. 수원은 전북에 2-5 대패를 당하며 정규리그 3연패에 빠졌다.

2008년 9월 27일. 수원은 전북에 2-5 대패를 당하며 정규리그 3연패에 빠졌다.



◇9월 27일. K리그 20라운드 전북 현대전 2-5 패배
 
수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4라운드 대전전 패배로 정규리그 첫 패배를 당한 수원은 15라운드 성남에도 지며 2연패에 빠졌다. 반전하는가 싶더니 최대 위기가 덮친다. 18라운드 울산, 19라운드 제주, 20라운드 전북전까지 정규리그 3연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시즌 내내 고수한 1위 자리에서 밀려나 3위까지 추락했다.
 
-김대의(34·수비수)
"전북전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신)영록이 골을 어시스트하기는 했지만 수비적으로 내쪽에서 엄청 뚫려서 골을 먹었다. 내 실수도 많았고, 내쪽에서 대량실점을 허용해 자책을 많이 했다. 스트레스도 엄청 받아 잠도 자지 못했다. '경기에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전반기와 같은 마음이 될 수 없었다. 실패가 거듭되니 매 경기 긴장을 했다."

-송종국(29·주장)
"어떤 팀도 위기는 온다. 우승 팀도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초반에 잘 나가다가 3연패를 당하고 많이 밀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불안한 경기가 많았다."
 
-이운재(35·골키퍼)
"위기는 분명히 온다. 3연패를 당해 선수단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극복하기 위한 준비가 중요했다. 극복해내는 팀이 강팀이다. 평탄하게 가면 강팀으로 갈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3연패를 당하면서도 우리의 끝, 시즌 피날레를 생각했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로 이해하고 희생하면서 헤쳐나올 수 있었다."

 
이운재. 용인=정시종 기자

이운재. 용인=정시종 기자



-곽희주(27·수비수)
"2연패를 할 때는 위기의식이 크게 없었다. 팀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여전히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3연패를 당하자 위기의식을 느꼈다. 상대에 전력이 노출된 상황이었고, 어린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됐다. 팀 전체적으로 침체됐다. 해결사가 필요했다."
 
-조원희(25·미드필더)
"3연패. 위기일 수 있었겠지만 크게 느끼지 못했다. 팀이 단단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단합이 잘 됐다. 선배들과 후배들의 신뢰가 있었다. 선배들이 너무나 편하게 대해줬고, 후배들은 선배들 눈치를 보지 않았다. 팀에 더 헌신하려고 노력했다." 

 
조원희. 장소협찬=빌라드 뮤리(villa de murir). 정시종 기자

조원희. 장소협찬=빌라드 뮤리(villa de murir). 정시종 기자



-백지훈(23·미드필더)
"2연패를 할 때 하락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3연패를 하자 위기감을 느꼈다. 부상선수도 많았고,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선수들은 반전하기 위해 더 많은 훈련을 하면서 노력했다. 그때 서울이 치고 올라와 수원과 1위 경쟁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동현(23·공격수)
"지지 않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연패를 당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락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규리그 1위를 하지 못할거라는 불안감도 없었다."
 
-홍순학(28·미드필더)
"3연패를 당하자 위기감이 있었다. 선수들끼리 식사와 대화, 미팅이 더 많아졌다. 외국인이었던 에두, 마토와 대화도 늘었다. 어려운 시기일 수록 외국인 선수들 역할이 더 필요했다. 이임생 코치님도 선수들과 많은 소통을 했다. 감독님도 선수들의 생각을 잘 받아줬다. 소통으로 인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마토(29·수비수)
"K리그는 매우 힘든 리그다. 때때로 어떤 경기는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이런 패배는 더욱 강한 팀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다."
 
-최원창(37·수원 담당 일간스포츠 기자)
"수원에 한계가 왔던 시기다. 젊은 선수들이 초반 반짝 했는데 이들이 리그를 끌고가기에는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서울이 엄청 무섭게 쫓아왔다. 수원이 서울을 의식하면서 더 긴장하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박재정(13·수원 열혈팬·가수)
"굉장히 힘들었다. 전북에 5실점을 하며 패배했다. 공격진에서 힘을 써주지 못했고, 수비진도 쉽게 무너졌다. 순위가 하락했다. 이러다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부상자가 돌아오고 전반기와 같은 경기력이 회복된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 
 
-차범근(55·감독)
"경기를 실패하면 위기이자 기회야. 그 실패를 대수롭지 않게 해서 넘어가면 실패가 이어지는 거지. 연패로 들어가면 슬럼프에 빠질 수 있어. 빨리 회복을 하면 반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관리를 잘못하면 연패가 길어져. 양날의 검이지. 연패 시기에 선수들 분위기나 심리상태를 잘 관찰을 해야 해. 어떤 처방을 내릴지는 감독의 선택이지. 선수들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더 줘야 하는지, 아니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했어. 판단을 잘못하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었어. 실패로 가는 건 감독이 무언가 잘못을 한 거다."

 
2008년 10월 22일. 수원은 전남을 꺾고 하우젠컵 우승을 차지한다.

2008년 10월 22일. 수원은 전남을 꺾고 하우젠컵 우승을 차지한다.



◇10월 22일. 하우젠컵 결승 전남 드래곤즈전 2-0 승리
 
'절대 위기'에 몰린 수원은 승부수를 던진다. 파격적 변화였다. 배기종, 홍순학 등 새로운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승부수는 통했다. 수원은 하우젠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사회생했다. 
 
-김대의(34·수비수)
"기존 선수들은 지쳤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 전북전에서 지고 난 뒤 감독님은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감독님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배기종이었다. 이런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되면서 분위기는 다시 올라갔다.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면서 승리를 챙겨가기 시작했고, 기존 뛰던 선수들과 조화가 더해져 더 강한 팀이 됐다. 컵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다."
 
-곽희주(27·수비수)
"컵대회 우승으로 반전할 수 있었다. 배기종 등 어린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활력소가 됐다. 팀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 전투력이 강한 선수가 왔다. 다른 패턴의 공격을 시도했다. 반전에 있어서 (조)원희를 빠뜨릴 수 없다. 원희가 6월부터 몰라보게 경기력이 올라왔다. 원희가 강력한 압박을 해주면서 팀 전체적으로 압박 속도가 빨라졌다. 팀은 상승세를 탔다. 팀이 업그레이드가 됐다. 정말 조투소의 모습이었다."

 
곽희주. 용인=정시종 기자

곽희주. 용인=정시종 기자



-조원희(25·미드필더)
"(곽)희주 형의 과찬이다. 그때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해 제대로 알았던 것 같다. 많은 경기를 통해 자신감도, 여유도 생겼다. 이런 부분이 경기장에서 묻어나왔다. 희주 형이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니 내가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수비 라인 형들과 전술적 대화, 미팅 등도 정말 많이 했다. 희주 형이 원하는 걸 내가 다 해냈으니 칭찬해주는 것 같다. 희주 형이 하라는대로만 했다. 경기력 부분에서 스스로에게 만족했던 시즌이었다."
 
-홍순학(28·미드필더)
"부상 복귀 후 후반기에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수원에서는 2군이라도 훈련장에서 경쟁력을 보이면 경기에 바로 뛸 수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던 경쟁이 없었다면 이런 변화도, 원팀도 없었다."
 
-배기종(25·공격수)
"후반기 나에게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만 하자고 생각했다. 컵대회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몸이 정말 좋았다. 열심히 한 결과가 나왔다. 활동량이 많았던 에두와 잘 맞기도 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때도 주눅이 많이 들었다. 수원에는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고, 감독님도 무서웠다. 내 경기력의 기복도 심했다. 경기에 뛰고 있어도, 골을 넣어도 마냥 좋지 만은 않았다. 항상 긴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형들과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배기종은 하우젠컵 결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위기를 잠재웠다.

배기종은 하우젠컵 결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위기를 잠재웠다.



-최원창(37·수원 담당 일간스포츠 기자)
"차범근 감독은 뒤에 있었던 배기종, 홍순학 이런 친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배고팠던 선수들이 들어가면서 반전을 이뤄냈고, 컵대회 우승까지 가졌다. 컵대회 결승에서 전남이 우승할 거라고 봤다. 하지만 배기종이 날아다녔다. 결승에서 편안하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팀 전체적으로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차범근(55·감독)
"위기일 때 감독으로서 충격적인 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선수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도 나올 수 있어. 기존의 주축 선수의 몸상태가 100%가 아니고 70%라면, 팬들은 여전히 스타 선수 보기를 원해. 감독 입장은 달랐지. 승부를 낼 수 없는 상황을 감지하고, 이름값이 부족하더라도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줘 자극을 시키고자 했어. 새로운 돌파구였지. 연습장은 전쟁터였어. 훈련을 통해 좋은 컨디션을 가진 선수가 보였어. 경기력 외 다른 것은 보지 않았어.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줬지. 배기종이 그런 선수였어. 파워풀하고 돌파력이 있는 선수.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했어. 너무 잘해줬다." 

 
기성용 캥거루 세리머니

기성용 캥거루 세리머니



◇10월 29일. K리그 24라운드 FC 서울전 0-1 패배
 
하우젠컵 우승 기쁨도 잠시, 2008시즌 가장 뼈아픈 패배가 찾아왔다. '슈퍼매치'가 빅버드에서 열렸다. 결과는 서울의 1-0 승리. 후반 추가시간 서울 기성용의 극장골이 터졌다. 그가 선보인 '캥거루 세리머니'는 엄청난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수원은 타격이 컸다. 정규리그 1위가 멀어졌다. 홈에서 라이벌에 패한 분위기는 참담했다. 
 
-송종국(29·주장)
"캥거루 세리머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라이벌 팀이었고, 더 재미있어 지는 거다. 서울 입장에서는 기쁨이고 수원은 화가 나는건데, 이런 것이 빅매치다.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별로 자극되고 그런 건 없었다. 근데 그때 그 세리머니로 인해 양 팀 팬들부터 해서 난리가 났던 기억은 난다."

-이운재(35·골키퍼)
"내가 골대 앞으로 나와있는 상황이었고, 기성용이 내 머리 위로 때려 넣었다. 세리머니를 하던데, 골을 넣고 자신이 좋아서 한 거다. 나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관심 조차 없었다. 나는 골을 먹어서, 경기에 져서 화가 났을 뿐이다. 선수들 간에 자극을 받으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나는 자극받지 않았다." 
 
-김대의(34·수비수)
"골 먹는 거에 열이 받아 기성용 세리머니를 볼 시간도 없었다. 빨리 다시 경기를 할 생각 뿐이었다. 나중에 다시 보니 수원 팬들, 선수들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열도 받고 짜증도 났다. 선수들이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을 다시 만나면 경기가 아니라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곽희주(27·수비수)
"캥거루 세리머니는 어떻게 보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런 자극이 우리를 응집시켰다. 모든 수원 선수들이 벼르고 있었다. 이후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는데 있어 좋은 보약이 됐다."
 
-조원희(25·미드필더)
"나는 개의치 않았다. 개인의 표현이다.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라이벌이었고,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서로 주고 받으면서 K리그의 흥미를 돋울 수 있다. 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경기 후 (송)종국이 형이 '이 한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크게 생각하자'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 경기가 우리에게는 득이 됐다.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면서 정말 도움이 됐다. 졌기 때문에 준비과정이 더욱 치밀했다. 패배의 쓴맛이 결국 단맛으로 돌아왔다."
 
-백지훈(23·미드필더)
"서울은 라이벌이었다. 지금보다는 구도가 확실했다. 서울을 만나면 한·일전 하는 것 처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의지는 서울 선수보다 수원 선수들이 강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홈에서 졌다. 캥거루 세리머니? 하하. 수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때 당시에 (기)성용이가 굉장히 얄미웠다. 다시 서울을 만날 때 그 이상의 세리머니를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서울에 0-1로 패배한 뒤 수원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울에 0-1로 패배한 뒤 수원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동현(23·공격수) 
"캥거루? 하하. 얄미웠다. 서울은 라이벌이었다. 그 세리머니가 오히려 수원의 사기를 올라가게 만들었다. 수원의 자극제로 작용했다."
 
-홍순학(28·미드필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상민이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라이트백이었다. 상대 진영에서 킥을 한 뒤 빨리 우리 진영으로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쪽에서 놓친 것이다. 누군가 커버를 해줬으면 막을 수 있었다. 경기 후 선수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상민이 혼자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이다. 캥거루 세리머니는 관심도 없었고 신경도 안썼다.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만 수원의 어떤 선수의 입에서도 캥거루 세리머니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배기종(25·공격수)
"사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어렸고, 좋지 않게 보였다. 라이벌을 상대로 골을 넣었으니 이런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고 이해는 한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상대 입장에서는 도발이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조용태(22·공격수)
"부상 중이라 그라운드 밖에서 캥거루 세리머니를 봤는데 솔직히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나의 세리머니였을 뿐이다. 자극 받고 그런 건 없었다. 다른 선수들은 자극 받을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마토(29·수비수)
"서울전은 항상 어려웠다. 게다가 홈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너무나 중요한 경기였는데 무너졌다. 그것도 라이벌 서울에, 홈에서 졌다."
 
-최원창(37·수원 담당 일간스포츠 기자)
"캥거루 세리머니는 수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 경기로 대세가 서울로 넘어갔다. 위기감이 어마어마했다. 정규리그 1위를 서울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 패배가 우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패배를 반면교사 삼았다." 
 
-박재정(13·수원 열혈팬·가수)
"종료 직전에 먹혔던 골이다. 로빙슛이었다. 수원 팬 입장에서 골 먹히는 장면도 기억이 나쁠 수 밖에 없다."
 
 
차범근 감독. 고흥=정시종 기자

차범근 감독. 고흥=정시종 기자



-차범근(55·감독)
"서울에 귀네슈 감독이 오면서 두 팀 감독의 대중적인 지명도가 있다보니 더 관심이 많아졌어. 열기가 정말 뜨거웠고, 경기 내용도 좋았어. 두 팀의 팬들이 서로 자극했고, 나 역시도 승부욕에 불탔지. 캥거루 세리머니? 다른 감정은 없었어. 한 경기로 결론나는게 아니니까. 결론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었고. 당시에는 우리가 쫓기는 상황이었으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극적일 수도 있었겠지."
 
③편에 계속…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