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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규제3법 아우성에 정부, 집단소송제로 답했다

정치권의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논의에 대한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 다른 기업 규제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2일과 23일 잇따라 여야 지도부를 만나 기업규제 3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직후다.
 

법무부 “관련 법안 28일 입법예고”
집단소송 모든 분야서 가능케 허용
징벌적 손배 확대, 최대 5배 물려
재계 “코로나로 힘든데 설상가상”

법무부는 23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오는 28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집단소송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효율적 구제수단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합법적 협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기업을 옥죄는 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집단소송제의 골자는 피해자 50인 이상이 모여 모든 분야에서 기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서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모든 피해자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는 증권 분야에만 적용한다. 정부는 집단소송 허가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예를 들어 3년간 3건 이상 관여자는 참여가 제한되는 대표당사자 요건이 삭제된다. 피해자들의 주장과 입증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기업이 자료 등 제출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현상이나 내용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들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반사회적 위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손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릴 예정이다. 현재 제조물책임법 등 일부 분야에서 적용하던 것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가 기업 부담을 늘리는 법안을 입법 추진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어려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면서 징벌 대상이 아님을 기업에 입증하라는 것은 기업엔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관련 반사회적 위법행위의 예로 가짜뉴스, 가습기 살균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모펀드 부실판매 사건 등을 든다.
 
징벌적 손배에 가짜뉴스도 포함…“언론자유 위축, 디지털 나치법” 비판 나와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자신과 가족들 관련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도입을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언론 자유 위축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권력이 원하는 정보, 가짜를 판명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이들이 원하는 정보만 유통될 우려가 크다”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 될 수 있는 반민주적 ‘디지털 나치법’”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검사는 “가짜뉴스의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가 법적 쟁점이 될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소송이 남발·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성격상 소송액이 불어나 금전적 폭리를 노린 브로커들이 집단소송을 선동해 기업들의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들이 대상이 된다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20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은 폐기됐다.
 
국내 법체계에 맞지 않아 위헌 가능성도 제기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기존의 과징금 부과 및 형사처벌과 동시에 이뤄질 경우 헌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이다. 집단소송제도의 경우는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적으로 집단소송제 도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얼마나 합리적으로 제도화할지가 쟁점”이라며 “더 만만치 않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경우는 오·남용을 막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적은 제한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광우·김수민·김기정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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