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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슈퍼스타 도시 서울’ 개조론

■ 서울시의 뉴타운 해제와 정부의 징벌적 세금, 임대위주 공급이 집값 폭등 초래
■ 서초구 재산세 50% 감면 추진은 구청장의 도리, 핀란드형 청년기본소득도 실험

[직격 인터뷰] “강남 개발에서 나오는 돈, 강북에 투자하자”

■ 강남 주택공급 대안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강북도 경부선 지하화 가능
■ “차기 서울시장 맡겨주면 잘할 자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 1순위 목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행정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에 체크가 습관화되지 않으면 낭비되고 실패한다“고 말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행정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에 체크가 습관화되지 않으면 낭비되고 실패한다“고 말한다.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도시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책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8위의 ‘슈퍼스타 도시’다. 도시는 효율적이며 문화적이다. 고학력·고소득 인재를 끌어들인다.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기업과 스타트업도 도시로 몰린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계층 간 부의 격차는 심화되고 지방의 침체를 불러온다. 이렇게 도시는 경제 발전의 엔진 이자 불평등의 산실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과거 10년 서울은 도시의 부작용을 제어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도시 중에서도 비교적 소수의 대도시(한국의 경우 서울), 그리고 대도시 안에서도 특정 지역(서울의 경우 강남)이 혜택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보는 프레임이었다. 서울시민들 역시 서울만 앞서나가는 상황에 대한 부채의식을 고백했다. 개발보다 재생에 치중한 고(故) 박원순 시장을 3번(2011·2014·2018년) 연속 당선시킨 것이다. 2018년에는 서초구 1곳을 제외한 24곳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선출됐다. 서울시민들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일정 기간의 낙후를 감수할 의향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기간, 서울의 가치는 오히려 더 치솟았다. 서울은 거의 정체됐지만,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격화된 서울 부동산 폭등은 그 ‘미스매치’의 결과다. 시장이 원하는 공급을 하지 않은 결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집값이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는 주택 공급 의지 없었다”

서울시 유일의 야당 구청장인 조은희(59) 서초구청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지난 10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택이어야 할 것”이라고 규정한다. 서울이 이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 슈퍼스타 도시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되찾자는 것이다. 국가 비전을 위해서라도 더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인프라 설계를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9월 11일 서울 서초구청에서 만난 조 구청장은 서초구의 미래를 서울시 전체의 편익과 연계해서 제시하려고 했다. 서초구청장 재선(2014·2018년), 서울시 정무부시장(2010년)의 경험이 그녀를 당위론자보다 실용주의자로 단련시킨 듯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집값이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하나?
 
“정부의 희망 사항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서울시와 정부(책임)를 나눠서 봐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들어와서 ‘뉴타운 엑시트’를 했다. 393개 구역이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주택으로 환산하면 25만 호다. 정부가 아무리 반대해도, 권한을 가진 서울시장이 소신 있게 나가면 막을 수 없다. 지구단위계획이나 재건축 등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라가는 것이다. 국토부가 간섭 못한다. 서울시장이 주택을 공급해야겠다고 하면 공급이 된다. 그러나 안 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그 대안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치중했다.
 
“그 1호가 동대문 창신지구(2014년 5월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다. 창신지구와 종로구 숭인지구에 서울시가 900억, 정부가 100억 총 1000억원을 넣었다. 지금 어떻게 됐을까? 주민들이 공공재건축이라도 하자고 난리다. 아직도 집에 빗물이 샌다. (도시재생이) 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벽화 그리고 커뮤니티 시설 지은 것이기 때문이다. 도로가 좁아서 소방차가 못 들어온다. 세금 1000억원이 뭐가 된 거냐? 서울시가 도시재생 대표사업이라고 내세우는 손기정체육공원·서울로7017·중림창고는 (본래 취지인 주거환경 개선과 거리가 멀기에) 도시재생사업이 아니다.”
 
서울시와 별개로 정부 쪽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징벌적 세금, 규제, 임대위주 공급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관할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에서 ‘민간임대주택을 다주택자라는 시각이 아니라 국민에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하는 공급자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썼다. 이 말에 동의한다. 왜냐하면 지금 서울시의 40%가 자가다. 나머지 60%가 임대라는 뜻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7%다. 나머지가 민간임대다. 민간임대(전·월세)로 살다가 내 집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은 (2017년 8·2 대책에서 나온 주택임대사업자 정책에서) 세금 혜택(재산세·양도세·임대소득세·종부세에 걸쳐)을 너무 줘버렸다. 그리고 (임대사업자 기간 내 매도 시 양도세 중과로) 못 팔게 했다. 매물 잠김이 생겼다. 부동산이 올라가니까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3년 만에 임대사업자제도를 거둬들였다. 임대사업을 해온 다주택자들은 하루아침에 적폐가 돼버렸다. 공공임대가 7%밖에 안 되는데 다주택자가 없으면 임대시장이 안정적일 수 없다. (세 주는 사람이 사라지면) 집 없는 사람은 어디서 사나?”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발상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초구의 재산세가 72% 올랐다. 공시가격을 의도적으로 올린 것이다. 반면 종부세는 (부과 기준인) ‘공시가 9억 이상’이 12년째 그대로다. (재산세는 오른 집값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대폭 올리는데, 종부세 부과 기준은 오른 집값에 맞춰 현실화하지 않아 징세 폭을 넓히고 있으니) 징벌적 과세다. 그런 점에서 구청장으로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등장한 ‘서초구 재산세 50% 감면’ 추진의 반향이 컸다.
 
“‘재해 등의 상황에서는 자치단체장이 당해 연도 재산세에 한해 50% 감경할 수 있다’는 지방세법 111조 3항을 찾아냈다. 2004년에 선례도 있었다. 그때 노무현 정부가 세금을 너무 많이 거두니까 그 저항으로 20개 구청이 함께했다. 그 이후 (원래는 111조 3항이 없었는데) 이 조항이 붙었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19는 ‘재해 등의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
 
 

“서울의 미래 요지에 아파트를 구겨 넣는 文 정부”

땡볕에 서 있는 시민들에게 그늘막을 마련해주기 위해 2015년 6월 서초구가 첫선을 보인 서리풀원두막은 이후 전국으로 전파됐다. / 사진:서초구

땡볕에 서 있는 시민들에게 그늘막을 마련해주기 위해 2015년 6월 서초구가 첫선을 보인 서리풀원두막은 이후 전국으로 전파됐다. / 사진:서초구

서초구민의 여론도 염두에 뒀겠다.
 
“한 집에서 10년 이상 산 은퇴자, 다자녀 가구가 특히 신경 쓰였다. (첫 번째 재산세 부과 시기였던 7월에) 전화가 1000통은 왔다. 문자도 불이 났다. (조 구청장은 신속한 소통을 위해 휴대폰 번호를 서초구민에게 공개했다.) 가만히 그냥 살고 있는데 집값이 올라간 분들이다. 세금을 그렇게 올리면 벌이가 안 되는 사람들은 까마득한 일이다. 강남에 살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러나 서초구의 반값 재산세 추진은 8월 31일 열린 서울 구청장 협의회에서 1:24(반대 21표, 유보 3표)로 부결됐다.
 
“2004년 재산세 감액 때 10%에서 40%까지 각 구청 재정 상황에 맞춰 감액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24명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한목소리다. 25분의 1이지만 어떻게 보면 1:24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의회와의 조례 개정 협의를 통해 재산세 50% 감면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8·4 공급대책에서 유휴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서초구의 경우, 국립외교원이나 조달청 부지가 이에 해당한다. 달가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국립외교원은 준보안시설이다. 3000평도 안 되는 땅에 운동장 없애고 30층짜리 공공임대아파트 2~3동을 짓는다는 게 상식적인가.”
 
서초구에 살고 싶은 수요가 많으니 정부가 그렇게라도 ‘발굴’한 것 아닌가?
 
“그래봤자 국립외교원 부지 600호다. 조달처 부지 1000호다. 합쳐서 1600호인데 이것보다 10배는 더 지을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 국민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서초구가 7년 전부터 얘기한 것이다. 한남IC부터 양재IC까지 6.8㎞다. 도로 폭이 40m다. 양쪽에 시설 녹지가 30m다. 경부고속도로의 이 구간을 지하화하고 도로 위에 친환경 공원과 15층짜리 20평 아파트를 지으면 1만 호가 나온다. 시설 녹지가 서울시 소유라서 땅값도 안 든다. 건축비만 든다. 평당 500만원이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여기를 임대주택으로 주지 않고 청년들이나 다자녀 가정에 주자는 것이다. 가령 4억원에 분양해도 20%만 내면, 나머지는 30년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면 강남 땅값이 더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부선 지하화가 그 대안이다. 서울역에서 구로역까지 11㎞다. 경부선 철도 지나가는 구간이 굉장히 슬럼화된 상태다. 이를 지하화하고, 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신도림역 등을 복합 개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그림이 달라진다. 예산이 10조원 정도 들 것 같은데 모자라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개발에서 남는 돈을 가져가서) 패키지 개발을 할 수 있다. 여기서도 5000호 이상의 주택이 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급 대책과 결이 다르다.
 
“지금 정부가 하는 용산·태릉·마포·강남은 서울의 미래를 담보하는 지역이다. 특히 용산은 국제업무지구다. 그곳에 아파트로 절반을 집어넣으면 국제업무지구는 반쪽이 된다.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급하다고 거기에 아파트를 구겨 넣는다?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5층 규제와 용적률 제한 풀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구의 코로나19 방역 대처 성공은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 사진:서초구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구의 코로나19 방역 대처 성공은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 사진:서초구

개발은 단기적으로는 서울 집값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강남과 강북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보는 것이다. 서울을 하나로 묶어서 가는 데 방해되는 것이다. 10년 동안 서울시에서 행정을 하면서 느낀 철학이자 소신이 있다. ‘대권 주자는 서울시장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꾸 표 계산을 하게 된다. 강북도 교남 뉴타운, 은평 뉴타운이 개발돼 집값이 많이 올랐다. (강남 개발에서 나오는 돈으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에도 쓸 수 있고, 중랑천도 양재천처럼 만들 수 있다. 안 해서 문제다. 박원순 전 시장의 10년을 정체된 10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결국 서울시민들이 조 구청장과 민주당의 방향 중 어떤 서울의 미래를 선택하느냐는 문제겠다.
 
“생활 행정은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행정이다. 그러면서 국제경쟁력도 봐야 한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세계 7위(2019년 일본 모리메모리얼재단의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다. 1위는 런던, 2위는 뉴욕, 3위가 도쿄다. 4위가 파리, 5위가 싱가포르, 6위가 암스테르담이었다. 서울이 도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경쟁력이 나라의 경쟁력이다. 프랑스 가면 파리에 간다고 하지 않나. 그게 프랑스의 경쟁력이다. 도쿄는 지금 홍콩의 금융을 유치하려고 대표단을 파견하는데 서울은 뭐 하고 있나?”
 
현 정부는 글로벌 메가시티 전략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토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고 서울의 비중을 축소하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서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1970년대 한강 공유지 매립사업으로 아파트를 지었다. 이제는 한강을 중심으로 재건축에 관한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했나? 전부 규제했다. 그러니까 각자 따로 개발되고 있다.(한강 변의 미관과 시민의 삶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서울의 미래에 큰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이나 벽화사업은 인구 50만의 독일 중소도시에서 했던 사업이다. 인구 1000만의 서울시 사이즈에 안 맞는 것이다.”
 
층수 규제나 용적률 제한을 풀라는 말인가?
 
“당연하다. 고용 접근성을 생각해보면 도심이 인구 고밀도, 외곽이 인구 저밀도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외곽을 고밀도, 도심을 저밀도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게 바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용적률을 높이려는 배짱은 없고, 층수 규제(35층)만 하니 성냥갑 아파트만 나오는 것이다. 이를 풀어주고, (임대주택 짓는 조건을 받아들인) 재건축은 짓게 하고, (임대주택 대신 현금 기부로 대체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재건축은 그 돈을 받아서 강북개발 재원으로 쓰자는 것이다. 이러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다 올라가게 된다. 이러면 공급 부족이 생기겠나?”
 
이러면 재건축 초과이익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
 
“초과이익 환수도 적당하게 하면 된다. ‘강남이 너무 잘되면 안 되지 않느냐’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겠지만, (그 대안으로 내놓은) 공공주도 고밀도 개발은 실패한다. 오죽하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8·4 공급대책 직후) 민간주도 고밀도 개발을 해야 된다고 그랬겠나.”
 
조 구청장의 방향성을 따라가면 서울이 분명 좋아질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서울 외곽이나 지방은 더 소외당하게 되지 않을까?
 
“서울이 너무 잘되면 지방이 위축된다는 시각은 다 같이 죽는 길 아닐까? 불과 몇 달 전 정부여당에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자, 국회를 옮기자고 했다. 지금 그 결과가 뭔가? 국회 옮기자는 예산이 10억원(새해 배정 예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안 하겠다는 뜻 아니냐? 부동산 여론이 너무 안 좋으니까 그냥 던져보는 것에 불과하지 않았나? 그렇게 국회의사당을 이전한다고 지방이 발전할까? 지방 경제가 돌아가게 해줘야 한다. 그 조건이 잘못된 것이다.”
 
언젠가부터 어디 사느냐,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가 계급이 됐다. 서초구는 그 피라미드의 최정점이다.
 
“왜 사람들이 강남에서 살고 싶어 할까? 교통·교육·보육·문화 다 갖췄기 때문이다. 강북도 그렇게 해줘야 한다. 강남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풀어주고, (그 이익을) 재원으로 받아 강북에 인프라를 깔아 강북을 살기 좋게, 매력 있게 해주면 된다.”
 
서울이 고밀도 개발되면 환경이나 교통 문제가 더 심각해질 텐데.
 
“고속도로나 철도 등을 지하화하면 오히려 친환경적인 서울이 된다. 교통도 좋아질 것이다. 가령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나온 공공기여금으로 강변북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한 뒤 그 위에 문화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지역이 서울에 많다. 35층 규제에 묶여 있는 곳을 50층으로 짓게 해주면 왜 안 되나? 공공임대주택 짓는다고 다른 집 못 짓게 하는 거와 똑같은 맥락처럼 생각된다.”
 
 

“서울이 못 나가면 다 같이 죽는다”

현 정부는 ‘서울 집값이 더 올라선 안 된다’는 두려움이 강해서 이러는 것 아닐까?
 
“(수요·공급 불일치로) 지금 오히려 광풍이 불고 있지 않나. 진짜 아마추어다. 두려워서 이렇게 막는 것이라면 진짜 실력이 없는 것이다. 서울은 전부 다 하향 평준화하고 있는데 매수 대기자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해서 집을 사고 있다.”
 
1인 가구에 관해서도 조 구청장과 문재인 정부는 콘텐트가 다르다.
 
“서초구에 1인 가구가 30%를 넘는다. 그래서 1인 가구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서초 싱글싱글 프로젝트’로 9월 10일 매니페스토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제 주택도 1인 가구, 2인 가구 중심으로 많이 지어줘야 한다. 좋게, 살 만하게 지어줘야 한다. 그리고 임대가 아니라 내 집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자산 형성이 된다.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옮겨 갈 수 있다. 청년들이 자산을 갖게 해줘야지 주거유랑자가 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오랜 소신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정부는 혼동하는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청년들이 집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공공임대에 의한) 주거복지만 계속 얘기한다.”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 매물마저 씨가 마르고 있다.
 
“(다주택자·1주택자·무주택자) 다 불행하다. (임대차 3법으로 무주택 세입자는 시차를 두고) 서울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다. 외곽은 고밀도, 서울은 저밀도로 거꾸로 가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할 필연성이 생긴 것 아닌가?
 
“돌아가신 박원순 전임 시장이 10년 정체를 시켰다. 이제 그 리더십은 교체돼야 한다. 개인의 교체가 아니고 철학의 교체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온다면 밀어줄 것이다. 10년 동안 현장에서 느꼈고, 서초구청장으로서 7년째다. 서울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마음이 너무 절실하다. 국민의힘으로 레짐 교체가 돼야 한다는 게 1순위 목표다. 이럴 때 나에게 맡겨주면 잘할 자신은 있다. 그러나 과연 나로서 이길 수 있을지, 나의 인지도로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19 시국이다. 나 자신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초구를 테스트베드로 삼고 싶어”

서울시장 출마에 뜻이 없진 않은 것으로 해석하겠다.
 
“서울시의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다. ‘서울시정 경험도 있고, 행정 경험도 있으니까 연습 없이 야무지게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기대는 감사하다. 그렇다고 서울시장이 조은희여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한다. 더 좋은 사람이 있어서 레짐 교체가 더 쉽겠다고 판단하면 그 사람을 밀겠다.”
 
조 구청장의 부동산 재산이 50억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재산이 많은 게 약점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프레임이 틀렸다. 일단 나는 1주택자다. 그리고 상가가 있다. 상가는 남편(남영찬 변호사)이 매입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월세를 올린 적이 없다. 부정한 방법으로 모으고 보유한 게 아닌데 그 자체를 문제로 삼는다면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와대는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일부 수석들을 내보냈다.
 
“청와대가 다주택자 수석에게 한 채만 남기고 집을 팔라고 했더니 버티다가 마지못해 팔면서 똘똘한 한 채는 놔뒀다. 그러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주택자라고, 부동산 재산이 많다고 죄악시하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주변 서초구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조 구청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것 같더라. 유권자의 호감을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
 
“주민 개개인의 니즈(needs)에 응답하는 행정을 해야 한다. 완벽이 아니라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 서초구청 동료들에게 내가 하는 얘기가 있다. ‘물은 99도에서 안 끓는다. 나머지 1도가 더 가열될 때 에너지가 생긴다. 우리도 1도의 노력을 더 하자.’ 그러면 서초구가 대한민국의 표준이 될 것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구청장의 퍼포먼스에 따라 구민 삶의 질에 엄청난 편차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은희씨 직통전화’ 정책 효과로) 구청장인 내가 서초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를 가장 빨리 안다. 서초구를 테스트베드(새로운 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시스템)로 삼고 싶다. 리더의 역량은 비전과 실행력의 함수다. 큰 귀와 빠른 발걸음에서 나온다. (이날 인터뷰에서 조 구청장은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국민의힘이 기본소득을 당의 기본정책으로 채택했는데, 조 구청장도 이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핀란드처럼 기본소득의 실효성에 대한 객관적 지표와 분석을 통해 정책도입이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부터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 끝에 지난 6월 교수님들께 ‘청년기본소득 실험’ 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서초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일정기간동안 일정액수의 기본소득을 실제 지급하면서 이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본소득이 효과는 있는지, 정책적으로 더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명함에 ‘엄마 행정’이라고 써놨다. 메르켈은 독일에서 ‘무티(독일어로 엄마를 지칭) 리더십’으로 불린다. 메르켈은 자기를 키워준 콜 총리도 부정하는 소신을 보였다. 그러면서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했다. 시장에서 손수 장을 보는 소탈함도 있다. 이해관계를 안 따지는 원칙을 가진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끝나기 직전, 조 구청장이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진보에 대한 그녀 나름의 가치관이었다. 조 구청장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었다. “김중권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요청으로 청와대에 들어가서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근거리에서 뵙고 보좌할 기회를 얻었다. 그 당시의 진보는 원칙과 염치가 있었다. 또 사회통합, 국민통합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정치보복이 없었다. 지금처럼 표를 얻기 위해 계산하고 갈라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진중권 교수가 [중앙일보]에 썼듯, ‘지금 진보는 진보를 가장한 연성독재’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녹취 정리 심민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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