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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룩스

22일 급히 미국으로 떠난 KIA 외국인 투수 브룩스. [연합뉴스]

22일 급히 미국으로 떠난 KIA 외국인 투수 브룩스. [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에이스 에런 브룩스(30·미국)는 22일 저녁 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 머물던 아내 휘트니와 세 살배기 아들 웨스틴, 13개월 된 딸 먼로가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신호위반 차량에 부딪혀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다. KIA 구단은 소식을 접한 뒤 신속히 그의 미국행을 도왔다. 경황이 없어 동료들에게 인사조차 못 하고 떠난 브룩스는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KIA 구단과 열린 마음으로 내 가족을 맞이해 준 한국의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 힘든 시기에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드린다. 가족은 모두 살아있다”는 글을 올렸다.
 

가족 교통사고로 급거 미국행
KIA, 가을야구 경쟁 잊고 배려
성적 앞세우던 프로야구계
가족 우선시하는 문화 정착 중

KIA 구단의 발 빠른 결정은 당연했지만, 한편으론 의외였다. 정규리그 6위(22일 기준) KIA는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기 때문이다. 매 경기 순위가 뒤집어지는 상황에서 브룩스의 이탈은 KIA 전력에 심각한 타격이다. 브룩스는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11승 4패 평균자책 2.50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9월 네 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월간 평균자책점은 0.95에 불과하다.
 
브룩스의 아내와 두 자녀. [브룩스 SNS]

브룩스의 아내와 두 자녀. [브룩스 SNS]

가장 크게 다친 장남 웨스틴은 다행히 긴 수술을 무사히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브룩스가 빠르게 돌아오기는 어렵다. 또 코로나19 탓에 한국에 돌아오더라도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팀에 복귀할 수 있다. 투구 감각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사실상 남은 정규리그에 등판하기는 어렵다. 이런데도 구단은 브룩스와 그의 가족을 먼저 고려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야구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이 실제로 있다”면서 브룩스 가족의 쾌유를 기원했다.
 
KIA 박찬호는 ‘우리는 너를 위해 기도해’라는 문구를 헬멧에적고 경기에 나섰다. [연합뉴스]

KIA 박찬호는 ‘우리는 너를 위해 기도해’라는 문구를 헬멧에적고 경기에 나섰다. [연합뉴스]

동료들도 브룩스의 미국행을 지지했다. 주장 양현종(32)을 비롯한 KIA 선수들은 22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브룩스 가족 이름을 새긴 모자를 쓰고 나왔다. 양현종은 23일 자신의 SNS에 “브룩스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다”면서 브룩스 가족 이름의 이니셜과 브룩스의 등번호(36)에 해시태그(#WWMB36)를 붙여 응원했다.
 
KIA의 에이스 양현종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양현종 SNS]

KIA의 에이스 양현종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양현종 SNS]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분위기가 달랐다. KBO리그 구단들에게 성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였다. 선수들이 가족의 경조사로 인해 경기를 빠지는 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프로야구 선수의 아내들은 혼자 출산하는 걸 당연히 여겼다. 부모들은 몸이 아파도 어지간해선 알리지 않았다. 1980~90년대 삼성 라이온즈에서 선수 생활을 한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집에 무슨 일이 생겨도 경기에 빠질 수 없었다”고 했다. 구단도 경조사 휴가에 엄격했다. 지난 2015년 7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32)은 생명이 위독한 아버지 곁을 지키기 위해 휴가를 신청했지만, 구단이 허락하지 않았다. 손아섭은 한화 이글스와 청주 원정경기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야 아버지를 찾았고, 간신히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팀을 앞세우고, 선수의 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일본 프로야구에 뿌리내렸다. 홈런왕 출신 레전드 오 사다하루(80)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은 1980년대 초반 부친상을 당하고도 장례식장에 가지 않고 훈련했다.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난 호시노 센이치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은 부인상도 모친상도 알리지 않고 경기에 나섰는데, 팬들은 ‘팀을 위한 아름다운 투혼’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메이저리그는 성적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문화다. 2011년 리그 구성원들의 경조 휴가를 제도화했다. 감독들이 자녀 졸업식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투수 에디슨 볼케스(37·텍사스 레인저스)는 2015년 캔자스시티 로얄즈 선발투수로 활약했는데, 월드시리즈 기간 중 부친상을 당하자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 건너가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다.
 
KBO리그 분위기는 일본식에서 메이저리그식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지난해 KBO리그에 경조 휴가 제도가 도입됐다. 직계 가족 사망 또는 자녀 출생을 사유로 5일의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근래 들어 많은 선수들이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 제도를 이용한다. 지난달 부친상을 당한 삼성 내야수 김상수(30)는 구단의 배려로 경조 휴가 외에도 며칠 더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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