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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는 뒷전인데 '종전선언' 꺼내든 文…"한·미 조율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한국시간)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한국시간)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 조건 없는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과 관련, 미국과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미국과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부가 1년 7개월 만에 독자적으로 종전선언 카드를 되살리려고 한 셈이다.

외교부 "정상 연설문안 놓고 사전조율 안 한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보다 먼저 연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한·미 사이엔 또 한번 엇박자가 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2시 진행된 화상 연설에서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 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이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또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2018년 유엔총회 연설에선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종전선언의 전제 조건으로 뒀던 비핵화 조치를 이번엔 뺐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관련,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한·미 간 사전 조율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이번 제안은 지난 6월부터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며,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을지는 앞으로 외교부가 추진할 일이란 얘기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먼저 연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군사력 증강, 최근의 중동 평화협정 체결 등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면서도 2017년 유엔총회 연설 이후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보다 먼저 연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군사력 증강, 최근의 중동 평화협정 체결 등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면서도 2017년 유엔총회 연설 이후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외교부는 이와 관련, "정상의 유엔총회 연설 문안을 놓고 미국과 사전 조율은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만 종전선언은 그간 꾸준히 협의해오던 사안이기 때문에 미국도 우리 정부의 의지를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종전선언에 핵신고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을 포함해 여러 차례 유연한 입장을 강조해왔다"고만 답했다.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2017년 7월 베를린 선언을 포함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 출발점이다. 2018년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전협정 65주년인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이어 그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5월 22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 대통령의 구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신고를 종전선언 조건으로 내걸면서 무산됐다. 조지프 던포드 당시 합참의장도 싱가포르 회담에 앞서 "어떤 종전선언이든 법적 구속력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1차 정상회담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해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 핵신고를 요구하자 7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 "기대했던 종전선언이 빠진 데 유감스럽다"고 한 뒤론 더는 종전선언을 거론하지 않았다.
 
미국과의 조율 없는 종전선언 재추진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판적 입장이 우세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지난 10년간 종전선언은 조건 없이 논의해온 것인데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실무진이 핵신고라는 조건을 붙인 것"이라며 "정말 추진하려고 했다면 조건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사전에 미국을 설득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종전선언을 되살리려면 결국 이 문제에 다시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 때 10·4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우리가 처음 만든 아이디어지만 북한이 큰 관심이 없어 흐지부지된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관심도 없어지고 북한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다시 불을 지핀 건 문재인 정부가 평화체제를 만드는 단초를 만든 정부라는 레거시(유산)를 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효식·김다영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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