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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백신 병원 납품됐다던데…" 유료 접종은 안심해도 되나

정부가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하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돼 21일까지 무료든, 유료든 독감 주사를 맞은 생후 6개월~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특히 크다. 상온 노출로 문제가 된 신성약품의 백신이 일부 병원 등에 납품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신성약품 백신은 만 12세 미만 해당 안 돼"
2만5000원, 4만원 유료접종 가격 천차만별

 
한 30대 주부는 온라인 맘카페에 ‘지난주 소아과에 갔다가 초등학교 1학년 자녀와 유료 독감 백신을 맞고 왔다’며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무료 백신이 많은 병원에 이미 납품됐다고 하는데 불안하다’고 썼다.  
 

“신성약품 백신은 만 12세 미만 해당 안 돼” 

23일 질병관리청과 신성약품에 따르면 21일 백신 문제 발생 때까지 시중에 납품된 신성약품 백신은 500만 명분이다. 
 
올해 국내 독감 백신 총 공급 물량은 2964만 명분이고, 이 중 정부가 신성약품과 계약해 공급하는 물량은 1259만 명분이다.
 
1259만 명분은 만 13~18세 청소년 234만명, 만 62세 이상 어르신 896만명, AI 대응요원 37만명, 지자체 자체사업용 백신 92만명으로 구성돼 있다. 
질병청은 “이번에 문제가 된 500만 명분은 만13~18세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대상의 백신”이라며 “해당업체의 약 700만 명분은 아직 공급되지 않았
다”고 밝혔다. 
김진문 신성약품 대표도 본지 기자와 만나 “1259만 명분 중 500만 명분이 공급됐다가 접종이 중단된 상황”이라며 “200만 명분은 김포 물류센터에 있고, 나머지 500만 명분은 제약사에서 아직 받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 증 상온에 노출돼 접종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백신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백신 중단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신성약품의 모습. 뉴스1

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 증 상온에 노출돼 접종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백신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백신 중단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신성약품의 모습. 뉴스1

만 13~18세 청소년 무료 예방접종이 2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고, 접종 시작 전 중단된 만큼 실제 신성약품 백신으로 접종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문제가 된 500만 명 분이 전량 회수된 상황은 아니다. 질병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00만 명분 중 350만 명 물량을 샘플링 조사하고 있으며 2주가량 소요된다”며 “나머지는 각 의료기관·보건소에서 보관기준에 의거해 보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임신부와 12세 이하 어린이 등의 무료 백신 물량은 의료기관(병·의원), 보건소가 제약사를 통해 자체 조달한다고 밝혔다. 생후 6개월∼만 12세 이하 어린이 백신 454만 명, 임신부 14만 명, 지자체사업 60만 명, 국방부용 군인 접종분 57만 명분 등 총 528만 명분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통상 만 12세 이하의 무료 독감 백신은 각 병원이 제약사와 직접 조달 계약을 맺고 공급받은 뒤 정부에 추후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병·의원은 유료 백신의 경우엔 제약사로부터 직접 구매해 판매한다. 
 
서울성모병원 강현미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2세 이하 독감 백신은 직접 제약사에서 확보해놓은 상황"이라며 "백신은 콜드체인(2~8도 적정 온도 보관) 유지가 중요한데, 중간에 도매업체를 통한 배송 없이 직접 건네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무료접종 독감 백신은 병의원 내과와 보건소에서 주로 접종하는데, 이 물량은 통상 중간 도매업체를 통해 조달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만 13~18세, 만 62~64세가 무료접종 대상에 추가됐고, 이들 백신 물량도 신성약품을 통해 조달하게 됐다는 얘기다.   
신성약품이 각 지방자치단체(보건소)에 백신을 공급하면 각 보건소에서 병의원으로 전달되는 경로라고 한다.  
 
정부는 신성약품의 백신 일부가 상온 노출된 만큼, 식약처의 품질검사 결과에 따라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즉시 물량 공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에서 독감 백신 사고 관련 사과를 요구하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데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실태를 조금 파악해보면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백신이 실제 냉동차에서 벗어나 운반된 시간은 1시간, 10분 이내인 것 같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하는 백신 상온 노출 안전기간보다 턱없이 짧아 위험한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회장도 "백신이 상온 노출되면 인체에 부작용이 생긴다기보다는 약효가 떨어진다. 즉 독감 예방 효능이 떨어진다"며 "이번 사고에서 어느 정도 상온 노출이 됐느냐가 관건인데, 정부 설명대로 약간 시간의 노출이라면 약효에 크게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약계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섭씨 25도 안팎에 노출돼도 2주 미만이라면 안전성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료접종 북새통…2만원, 4만원 가격 천차만별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일선 소아과 병원에는 유료 접종 문의가 크게 늘었다.  
 
40대 주부 김모씨는 "주말에 아이는 무료접종을 맞추려고 예약해 놨는데 영 찜찜해서 병원에 유료 접종으로 바꿔 예약했다"고 말했다.  
한 주부도 온라인 맘카페에 "날도 추워지는데 무료접종이 2주 후 재개될지도 모르겠고, 백신도 부족할까봐 돈 내고 온 가족이 맞았다"며 "다섯 식구 독감 주사에 20만 원 들었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썼다. 
 
현재 독감 유료접종은 시중에서 3만5000원~4만원 선이다. 하지만 일부  무료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연금수급자 105만 명분도 무료접종키로 하면서 백신이 모자랄 가능성이 커졌다.  
질병청은 105만 명 무료접종 관련해 "기존에 유료 물량으로 민간에 공급된 단가를 적용해 확대된 지원 대상자에 비용을 상환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의료계, 지자체 등과 조속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료 접종분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임현택 회장은 "정부가 올해 백신 생산량 중 많은 물량을 무료 접종분으로 가져가서 유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씨가 마른 상태"라며 "제약사가 제시한 가격도 올랐고, 오른 가격으로 구하려해도 백신을 구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병의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통상의 문제가 발생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지 이틀째인 23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백신 수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유통상의 문제가 발생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지 이틀째인 23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백신 수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유료 접종 수요가 늘어날 경우 접종 비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지역이나 병원 규모에 따라 독감 유료접종 비용이 2만원대에서 4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관계자는 "병의원마다 매년 제약사와 독감 백신 계약을 하는데, 아무래도 대규모로 공급받으면 단가가 떨어지지만 소형 병원은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다"며 "유료 접종 비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료접종 수요가 커지면서, 유료·무료 독감 백신 차이점에 대한 궁금증도 늘고 있다. 품질 차이가 크다는 등의 말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유·무료 백신 제품의 차이는 없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공급한 제약사는 GC녹십자, LG화학, 보령바이오파마, 일양약품, 한국백신, 사노피파스퇴르, SK바이오사이언스 등으로 모두 4가 독감 백신을 제공했다. 
작년의 경우 국가 무료접종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3종(A형 2종·B형 1종)을 예방할 수 있는 3가 백신이었고, 병의원은 4종(A형 2종·B형 2종)을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은 유료 접종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 무료접종 백신도 4가로 바뀌었고, 유·무료 백신이 병의원별로 제약사만 다를뿐 동일한 제품이다. 
 
한 소아과 관계자는 “만 12세 미만 백신 제품은 올해는 모두 4가로 동일하다”며 “백신 양이 부족할까봐 노파심에 돈을 내고 맞으려는 사람들이 많긴하다”고 전했다.  
 
백민정·문희철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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