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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1등 지적장애인 속인 부부…윤미향 '준사기'에 영향줄까

지난 1월 30일 정의연 '김복동 센터' 건립기금을 기부하는 길원옥 할머니(왼쪽). 오른쪽은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윤 의원은 할머니의 심신미약을 이용해 기부하게 한 준사기 혐의로 기소됐다.[연합뉴스]

지난 1월 30일 정의연 '김복동 센터' 건립기금을 기부하는 길원옥 할머니(왼쪽). 오른쪽은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윤 의원은 할머니의 심신미약을 이용해 기부하게 한 준사기 혐의로 기소됐다.[연합뉴스]

12년간 단골 손님이었던 60대 지적장애인이 로또에 당첨되자, 석달간 당첨금 8억 8500만원을 편취한 부부가 실형에 처해졌다.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18일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3년 6월과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피해자 심신미약 이용, 法 "준사기 넉넉히 인정"

검찰이 이 부부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준사기다. 이중 피해자의 심신미약을 이용한 '준사기'는 중증 치매를 앓는 길원옥(92) 할머니에게 7920만원을 기부하게 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에게 적용된 범죄명이다. 법조계에선 이 로또사기 유죄 판결이 윤 의원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있다. 
 

로또사기 사건의 전말 

로또사기 혐의를 받은 부부는 1심에선 무죄, 2심에선 유죄 판단을 받았다. 두 판결을 가른 핵심 쟁점은 피해자 A씨의 심신미약 여부였다. 길 할머니의 '심신미약' 상태를 두고 검찰과 윤 의원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윤미향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미향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사건의 피해자인 A씨는 문맹이자 지적장애 3급으로 사회적 연령은 10세 정도였다. 피고인 부부는 피해자가 로또에 당첨된 사실을 알게된 뒤 "충남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 테니 같이 살자"는 취지로 말해 총 8억 8500만원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건물의 명의는 A씨가 아닌 피고인의 이름으로 돼 있었다. 부부는 A씨에게 받은 돈 중 일부를 가족에게 썼다. 또 올린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A씨는 "모두 몰랐던 일"이라 주장했다. 부부는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A씨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1심 무죄는 왜 뒤집혔나  

1심 법원은 A씨가 재물소유에 관한 개념을 알고 있고, 복권 당첨금을 수령한 뒤 피고인의 반대에도 보험에 가입한 점 등을 들어 A씨와 부부간의 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졌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이 기소한 윤미향 의원 혐의와 액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이 기소한 윤미향 의원 혐의와 액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담배를 구매하고 음식을 사먹는 행위와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판단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A씨가 일부 의사결정 능력이 있더라도, 거액의 부동산 거래에선 심신미약 상태라 본 것이다. 
 
법원은 또한 A씨가 일관되게 "건물의 명의가 피고인 이름으로 된 줄 몰랐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피고인들이 A씨를 상대로 사기를 벌인 것이 맞다고 봤다.  
 

준사기도 넉넉히 인정된다는 판단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근거로 검찰이 피고인에게 적용한 특가법상 사기죄와 준사기죄 모두 유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준사기의 경우 사기죄의 보충적 규정이고, 피고인의 적극적인 사기행위가 있을 경우엔 사기죄만 인정하는 판례를 근거로 사기죄에 대한 유죄 선고만 했다. 
 
법원은 다만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가정하에서도 피고인들이 준사기죄를 저질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두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왼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해 11월 1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왼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해 11월 1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윤미향 재판, 검찰에겐 긍정적 신호 

로또사기 사건의 1·2심이 달리 판단한 쟁점들은 윤 의원의 준사기 혐의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부분들이다. 윤 의원은 검찰이 특정한 범죄 시기(2017년 11월~2020년 1월)에 길 할머니가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며, 할머니의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길 할머니가 당시 거액의 기부금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상태란 의료기록을 확보해 윤 의원을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할머니의 심신미약을 입증할 객관적 의료기록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 판례가 윤 의원의 유죄를 입증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있다. 법원이 피해자의 일상 생활과 거액의 금전 거래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의 기준을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윤미향 의원이 기소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길원옥 할머니 동영상. [페이스북 캡처]

윤미향 의원이 기소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길원옥 할머니 동영상. [페이스북 캡처]

윤 의원 측 "길 할머니 의사결정 능력 있었다" 

검찰은 길 할머니가 윤 의원의 범죄기간 수요집회에 나오는 등 일상생활을 했을지라도, 수천만원의 기부금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었다고 보고있다. 윤 의원이 모두 부인하는 주장들이다. 한 현직 검사는 "윤 의원 사건에서도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 여부가 핵심 쟁점일 것"이라 했다. 
 
하지만 로또사기 부부 사건보다 윤 의원 사건의 입증 난도가 더 높다는 지적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로또사기 부부는 검찰이 사기와 준사기를 모두 적용해 둘 중 하나만 유죄가 나오면 됐지만 윤 의원은 준사기뿐"이라며 "검찰이 길 할머니의 당시 상태에 대해 얼마만큼의 진술과 증거를 갖고있는지가 핵심"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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