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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번 마스크 안쓰는 유일한 그들···수어가 친숙해졌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왼쪽)이 2월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는 수화로 동시통역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왼쪽)이 2월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는 수화로 동시통역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중 앞에 서는 이들이 있다. 하루 두 번 정부의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함께 전달하는 수어(手語, 수화언어의 줄임말) 통역사다. 손동작은 물론 입 모양, 표정을 활용해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만큼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등장한다. 과거엔 TV 화면 오른쪽 하단의 작은 원 모양 안에 등장했다면 지금은 브리핑하는 공직자 옆에 나란히 서서 통역을 한다. 
 
김철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23일 코로나19 브리핑 수어 통역에 대해 “K-방역, K-진단키트에 이어 K-수어 통역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침 23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수어의 날’이다. 김 활동가는 "오랫동안 힘써왔지만, 수어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위기상황을 맞아 오히려 변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어 통역 진정 넣자 하루 만에 현실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 및 2차 항체가 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 및 2차 항체가 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브리핑 때 수어 통역사가 등장한 건 2월 4일부터다. 김씨는 “코로나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난무해 정부가 브리핑을 시작한 건데 KBS 등 일부 방송사만 수어 통역을 지원했고 이마저도 통역사마다 언어구현 방식이 달라 농인(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해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활동하는 장애벽허물기는 2월 3일 정부에 진정을 넣었다. 변화는 빨랐다. 바로 다음 날인 4일 오후 브리핑 때부터 수어 통역사가 직접 현장에 배치돼 브리핑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정부가 긴밀하게 대응했고 대처가 빨랐다”고 말했다.  
 
변화는 또 이어졌다. 이번 달부터 KBS와 SBS, MBC 지상파 3사의 저녁 메인 뉴스에서 수어 통역 송출이 시작됐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를 받은 지 3개월 만이자 장애벽허물기에서 문제를 제기한 지 2년 만의 결과다. 김씨는 “화면의 일부를 잘라내야 해서 방송사에서도 부담을 느꼈던 거로 안다”며 ”메인 뉴스에서 수어 통역을 해주는 사례는 해외에도 많이 없다. 한국이 장애인 방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뒤처졌었는데 이제는 선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입 모양 보이는 ‘립뷰마스크’ 화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 1천500장을 제작해 서울국립농학교와 청각장애 대학생을 지원하는 전국 44개 대학에 기부한다고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 1천500장을 제작해 서울국립농학교와 청각장애 대학생을 지원하는 전국 44개 대학에 기부한다고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온라인 상에선 청각장애인(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도 포함)을 배려한 립뷰마스크(lip-view mask)도 화제다. 가운데가 투명하게 처리돼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과 표정을 쉽게 볼 수 있는 마스크로 청각장애인을 위해 고안됐다. 
 
대전 지역에서는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사용 립뷰 마스크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해 전국에 마스크 3000장을 무상 배포했다. 각 지자체에서도 청각장애 민원인을 위해 립뷰 마스크를 비치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립뷰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나도 동참하고 싶다” “작은 배려가 멋지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수어 이용한 챌린지, 명과 암

8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강주해 목사가 인권위에 제출할 '수어 왜곡과 비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차별진정서'를 들고 있다. 의대생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덕분이라며 챌린지'의 손 모양은 '덕분에 챌린지'에 사용한 수어 '덕분에'를 뒤집어 사용한 것으로 이는 수어에 대한 왜곡과 비하라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8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강주해 목사가 인권위에 제출할 '수어 왜곡과 비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차별진정서'를 들고 있다. 의대생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덕분이라며 챌린지'의 손 모양은 '덕분에 챌린지'에 사용한 수어 '덕분에'를 뒤집어 사용한 것으로 이는 수어에 대한 왜곡과 비하라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수어 인식 개선에 있어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의 역할도 컸다. 지난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시작한 이 캠페인은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려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달하는 의미를 담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사회 저명한 인사들이 참여해 인기를 끌었다.
 
다만 김씨는 “수어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 개선 부분에 있어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해당 손동작은 '덕분에'라는 뜻이라기보다는 ‘님’이라는 뜻으로 상대를 높여주는 의미가 있다. 수어의 원래 뜻과는 조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의료 파업 때 수어 뜻을 왜곡한 ‘덕분이라며 챌린지’가 사용돼 논란이 됐다. 비장애인들이 농인들이 쓰는 수어의 의미를 비틀거나 모방해 깜짝 이벤트 등에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언어의 본래 의미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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