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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오전 김종인 10분 오후엔 이낙연 20분 ‘빈손 만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을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느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을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느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임현동 기자

정치권의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논의에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오전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후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경제민주화 주창해온 김 위원장
규제3법 관련 “걱정말라” 원론답변
박, 만남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 떠
이 대표 “경제계 의견 들어볼 것”

오전 11시부터였던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비공개였고 10분 만에 끝났다. 박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대신 기자들과 만났다. “박 회장의 경제인 나름의 우려를 들었다”며 “나는 우리가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적절히 심의하는 과정에서 (재계의 우려를) 잘 반영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나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관련해 공약을 만든 사람”이라며 “그때는 지금 법안보다 더 강한 공약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친기업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김 위원장은 이와 달리 재벌개혁론자로 분류된다. 기업규제 3법 중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 등은 그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있던 내용이다. 김 위원장의 최근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연달아 도왔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아쉬움이 강하게 담겨 있다. 그는 전날 당 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한구 전 원내대표 등을 언급하며 “경제민주화 법안에 반대했던 그들이 지금 어떻게 됐느냐”고 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이날 ‘우려’ ‘큰 손실’ ‘지금 법안보다 더 강한 공약’이란 표현엔 국민의힘 기존 노선과의 차이뿐 아니라 박 회장과 이견도 배어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 자신의 의지는 강하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낸 법안이라고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20일 언론 인터뷰), “개정된 당 정강·정책과 모순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17일 백 브리핑) 등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내 이견은 적지 않다. 당장 주호영 원내대표부터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의견을 정리해 나가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와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법안 이름만 공정경제지 핵심은 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 등 반발도 있다.
 
게다가 당색을 해피핑크에서 빨강·노랑·파랑의 3원색으로 바꾸는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이날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개인적·정치적 목적을 추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총선 패배 당시 느꼈던 긴장감과 위기감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일도 있다. 김 위원장은 또 “특히 서울에서 엄청난 패배는 당 존립에 대한 커다란 경고다. 아직 3040 여론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지 않다”며 “현명한 국민은 이 당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이냐, 형식적 구호만 낼 것이냐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박 회장과 이낙연 대표와의 회동은 20분간 이어졌다. 처음 10분은 공개 발언을 하는 식으로 포토타임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토론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이 대표는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 다만 경제계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는 것에 동의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면담 후 서둘러 국회를 떠났다.
 
현일훈·손국희·김홍범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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