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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이해충돌방지 김영란법 망친 이상직

 
 

이해충돌방지 포함됐던 김영란법 엉터리로 만든 국회의원들
이제 와 다시 법만들자..다시 장난 못치게 유권자가 감시해야

 
 이스타항공 노조가 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의 '진짜 오너' 이상직 의원이 지난 7일 605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된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이스타항공 노조가 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의 '진짜 오너' 이상직 의원이 지난 7일 605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된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1.

국회의원들이 법 만든다면서 국민 속이는 걸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때가 많습니다.  
 
최근 건설업자 출신 박덕흠 의원(국민의힘)이 관련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부당한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떠올랐습니다.  
그와 동시에 여당을 중심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 의원이 가족소유 건설업체를 여럿 거느리고 있으면서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죠. 건설업자로서 사익추구와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공익추구가 서로 충돌한다는 의미입니다.

 
2.

황당한 것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안만들려고 온갖 꼼수를 써온 당사자가 바로 국회의원들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와 새삼‘이해충돌방지법 만들자’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입니다.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은 김영란법입니다. 김영란은 법안을 제안한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름이죠. 2015년 통과된 법의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입니다.  
 
그런데 사실 김영란이 붙인 법의 원래 이름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입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김영란 본인은 법 통과 직후 ‘반쪽’이라고 한탄했습니다.  
 
3.

사실은 반의 반쪽도 안되는 엉터리 법이 김영란법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면서 얼마나 장난 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김영란법은 원래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법적으로 강요하기위해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청렴과 거리가 먼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손발을 묶는 법을 좋아할 리 없죠. 그래서 세 번에 걸쳐 법을 무력화시키면서 자신들은 쏙 빠져나갑니다.

 
4.

법을 무력화하는 첫째 기술은 물타기입니다. 원래 적용(처벌)대상이 공직자인데 여기에 민간인을 대거 끼워넣습니다.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심사과정에서 권익위원회에 적용대상 확대를 요구합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그 대상입니다.  
특히 인터넷과 잡지까지 모든 언론인을 적용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주인공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원입니다. 온갖 비리의혹 당사자인 의원 입장에선 언론이 눈에 가시겠죠.  
 
이에 적극 동조한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강기정과 김기식 등입니다. 운동권출신 강기정은 지난 8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이었고,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은 2018년 금융위원장 자리에 올랐다가 비리혐의로 물러났습니다.  
 
5.

두번째 기술은 예외만들기입니다. 잔뜩 물을 타 적용대상을 넓혀놓고 정작 핵심당사자는 예외조항으로 쏙 빠집니다.  
 
선출직공직자(국회의원)와 정당 시민단체가 ‘제3자 고충민원 전달하는 것’은 예외로 빼버립니다. 정치인과 NGO의 청탁은 고충민원이란 얘기죠.  
추미애 아들 생각이 납니다. 결론적으로 언론인이 들어가고 국회의원은 빠진 셈이 됐습니다.  
 
6.

마지막으로 세번째 기술은 그냥 ‘왕창 들어내기’입니다. 바로 김영란법의 핵심 ‘이해충돌방지’ 관련 조항들이 한방에 사라졌습니다.  
 
공직자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직무와 관련된 사적활동은 신고하게 만들고, 스스로 회피하게 만들고, 직무상 비밀 이용도 금지하고, 가족채용도 막는 등등..모두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더 악성은 아예 관련 속기록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국회속기록은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옮겨적는 방식이기에 조작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아예 속기록이 없습니다. 회의실 밖에 나가 따로 얘기했다는 거죠. 그게 밀실야합입니다. 속기록은 남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여야 합의로 거짓말 합니다. 추후 심도 있게 논의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시늉만 했지 실제 논의는 없었습니다.  
 
7.

그 결과는.. 국회의원들은 맘대로 이해충돌 무시하고 사리사욕을 챙겨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목포 문화재거리에 차명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던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김영란법이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박덕흠이나 이상직과 같은 경우도 이렇진 않았을 겁니다. 제대로 적용했다면 온전한 국회의원 몇이나 될까요?

 
8.

그런 국회의원들이 다시 이해충돌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떠들어대니 우습죠.  
 
어이없는 이해충돌 사례가 이어지면서 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기 때문일 겁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여론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지금이라도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이번엔 정말 장난 못치게 잘 지켜봐야 합니다. 이해충돌방지법에 관해선 여야 한통속입니다. 유권자들이 직접 지켜봐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속기록을 요구해야 합니다. 장난 친 의원은 기억했다가 다음에 낙선운동해야 합니다.  
또 눈 뜬 채 코 베일 수는 없습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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