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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Wide]헬스케어·보안…SKT, 빅테크 기업 변신 성공할까

국내 통신업계엔 해묵은 '숙제'가 하나 있다. '통신 내수기업 탈피'가 그것. 국가 통신 인프라를 담당하는 통신사들의 성격상 사업영역이 국내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사업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 1위라는 자리에도 불구하고 신사업 도전을 통한 글로벌 기업 변신에 몸부림치고 있다. 마침 지난해부터 전략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며 투자 지분 가치가 상승한데 이어, 자회사들이 줄지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SK텔레콤의 '투자 대박'과 신성장은 가능할까.
 
SK텔레콤은 22일 증시에서 23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 3월 23일 대비 43.5%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자회사 가운데 원스토어를 기점으로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 IPO 대어들의 상장이 본격화되면 기업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 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SK텔레콤 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SKT, 비통신 자회사가 전체 매출의 35% 올려

실제로 SK텔레콤 자회사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SK텔레콤 전체 매출에서 미디어·e커머스·보안 등 비통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5%(8조원)로 늘었다. 2016년에는 20%에 불과했다. 또 2017년 한해 이들 자회사의 영업손실이 161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33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을 단순 통신사가 아닌 네이버·카카오와 함께 빅테크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원스토어다. 최근 '통행세' 논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토종 앱마켓이다. 원스토어 거래액은 2018년 2분기 11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2122억원으로 2년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원스토어는 내년 1분기 상장 가능성이 높은데, 공모 규모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라이프시큐리티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보안회사 ADT캡스도 IPO 대어로 꼽힌다. 현재 2조원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주단 모집을 위해 금융사들의 투자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목표 금액의 150% 넘게 부킹된 것으로 파악됐다. e커머스 기업 11번가와 유료방송 사업자 SK브로드밴드 등도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시장에서는 11번가 3조원, SK브로드밴드 5조원 규모로 IPO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

11번가

 

인크로스·IDQ·나녹스 등 글로벌 전략적 투자 이어져 

SK텔레콤의 '투자 대박'은 글로벌 전략 투자에서 먼저 터졌다. 지난해 535억을 들여 인수한 디지털 광고기업 인크로스(지분율 34.6%)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후 '언택트' 주로 분류돼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2018년 약 700억원을 투자해 1대 주주(지분율 68.1%)로 있는 스위스의 양자암호 전문기업 IDQ는 5G 상용화로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매출이 2018년 15.5%, 2019년 18.1% 증가세다. 지난해 SK텔레콤이 273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지분율 5.8%)가 된 이스라엘 헬스케어기업 나녹스의 주식은 상장가 대비 93% 상승(18일 기준)했다.
IDQ(ID Quantique) 연구진들이 SK텔레콤 분당사옥에서 '갤럭시 A 퀀텀' 스마트폰과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을 테스트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IDQ(ID Quantique) 연구진들이 SK텔레콤 분당사옥에서 '갤럭시 A 퀀텀' 스마트폰과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을 테스트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통신사 이미지를 벗으려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이동통신 보급률이 120%를 넘어선 포화상태라 통신사업만으로 추가 성장을 노리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통신업계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이동통신과 신사업을 양대 성장 엔진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ICT 복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는 “이제부터 시장에서 통신회사가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사업 전초기지는 지난해 말 신설된 코퍼레이트2센터(Corp2센터)다. 하형일 Corp2센터장은 신사업에 대한 재무·법무 등의 지원을 총괄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 IPO 의사결정을 맡고 있다. 하 센터장은 "원스토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웨이브는 넷플릭스와, ADT캡스의 솔루션 보안은 아마존 링과 경쟁중"이라면서 "SK텔레콤의 지형은 이미 KT·LG유플러스보다 네이버·카카오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전문가 "'SKT=통신사' 이미지 희석할 '한방 전략' 필요"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SK텔레콤이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면서 인수합병과 전략적 투자를 반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의 뇌리에 남을만한 '한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기업이 '틱톡'을 인수하면 향후 사업 방향성 변화를 읽을 수 있지만, SK텔레콤이 11번가로 e커머스 사업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은 큰 변화라 느끼지 않는다"면서 "'SK텔레콤=통신사'의 이미지를 희석할만큼 임팩트 있는 '한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SK텔레콤이 싸이월드나 네이트를 운영하다 고전한 것처럼, 네트워크 사업자가 일반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신사업으로 확장한 뒤에, 그에 적합한 경영논리로 바꾸고 조직체계와 문화를 변화하는 등 체질개선 노력을 병행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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