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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이상 처벌? 폐지? 정부 '낙태죄 어쩌나' 17개월 산고

헌재는 지난해 4월 11일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뉴스1

헌재는 지난해 4월 11일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뉴스1

 
낙태죄 결정시한이 석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행 낙태죄를 유지 여부를 결정해 연말까지 대체 법안을 내놔야 한다. 법률을 개정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예민한 사안이어서 그런지 정부는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어떤 결론을 내도 낙태죄 찬·반입장을 각각 주장해온 종교계나 여성계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7개월 지났지만
정부, 아직 처리 방향 확정 못해, 시한 석달 남아

 

이르면 24일 관계 차관회의 열려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은 이르면 24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법무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등 5개 부처 차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3일 관계장관회의를 하려다 차관회의로 변경됐다.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 조항(형법 268조·270조)에 대한 위헌 청구 심판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7명 재판관의 의견은 헌법 불합치(4명)·단순 위헌(3명)·합헌(2명)이었다.

지난해 4월 11일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주최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환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주최측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1일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주최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환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주최측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까지 낙태죄 관련 대체법안 마련해야 

형법 269조는 낙태한 임부(妊婦)를 처벌하는 자기 낙태죄를, 270조는 낙태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 낙태죄를 담고 있다. 헌법 불합치는 위헌성은 인정되나 대체 법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제도다. 당장 해당 법률을 무효화할 경우 법 공백과 사회적 혼란 등이 우려돼서다. 시한이 올 12월 31일이다. 
 
정부는 그간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현행 형법에서 아예 낙태죄 처벌 조항을 삭제할지, 아니면 특정 ‘임신 주수’를 넘겨 이뤄진 낙태행위를 처벌할지를 놓고 논의해왔다. 형법을 고치면 모자보건법도 이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현행 모자보건법상의 낙태죄 예외규정을 손봐야한다. 
 

임신 14주 내외 낙태허용 논의 

24일 차관회의에 개정 방향이 구체화할 지 관심이다. 지난달 차관회의에서는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신 14주 때 태아는 보통 키 10~12㎝, 몸무게 70~120g에 해당한다. 
 
‘14주’는 헌재 결정문에 나와 있다. 당시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모두 ‘단순 위헌’ 의견)은 결정 이유에서 “임신 14주 무렵까진 어떠한 사유 요구 없이 임신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제시한 ‘낙태 자기결정권’ 한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헌재가 제시한 ‘낙태 자기결정권’ 한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OECD중 높은 낙태율 

임신 주수 기준을 두고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은 일종의 절충안이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낙태를 일부 합법화해 여성의 자기결정권·건강권을 지키면서, 태아의 생명 보호권도 보호하자는 취지다. 복지부의 ‘인공 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한국의 낙태율은 15.8건(가임기 여성 1000명당)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하지만 지난달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양평위)가 낙태죄 전면 폐지를 권고하면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고 한다. 지난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는 한국정부에 한국의 안전하지 않은 낙태 성행 실태 등을 지적하며 낙태 합법화 의견을 제출했다. 양평위는 이 내용 등을 반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낙태죄 비범죄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죄 폐지요구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낙태를 처벌한다고 해 낙태가 줄고 그런 건 아니다. (여가부는) ‘낙태 비범죄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부처간 회의에선 여성계뿐 아니라 종교계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수 제한이 도움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임신기간이 길수록 (낙태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경제적 이유 등으로 (낙태시기가) 미뤄지는 취약계층들이 있다. 이 경우 (주수가) 처벌요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결정되는 지난해 4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천주교성폭력상담소 등 종교계 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위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결정되는 지난해 4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천주교성폭력상담소 등 종교계 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위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만만치 않은 낙태죄 유지 

낙태죄 유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법률 개정이 태아의 생명존중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7일 34주 된 태아를 낙태 수술한 의사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4월 1심 유죄 판결이 뒤집혔다. 그 사이 법은 바뀌지 않았지만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 결과를 갈랐다. 

 
한국천주교주교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여성의 행복과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 없다”며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낙태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차희제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생명대행진 2020’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낙태법 개정 방향은 반드시 태아 생명 보호를 제 1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손문금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현재로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헌재 결정에 따라 형법과 (복지부 소관) 모자보건법이 같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황수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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