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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니스트의 눈] 예비역들이 추미애 사태에 분노하는 3가지 이유

반칙 아니냐고 묻는데, 불법은 없었다니…

카투사(KATUSA)는 주한 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병력이다. 외출·외박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휴가는 한국 육군 규정에 따라 엄격하다. 사진은 주한 미군과 함께 훈련하는 카투사. [연합뉴스]

카투사(KATUSA)는 주한 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병력이다. 외출·외박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휴가는 한국 육군 규정에 따라 엄격하다. 사진은 주한 미군과 함께 훈련하는 카투사.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서 모 일병 휴가 문제는 이 땅의 예비역 병장들에겐 처음부터 딱 그림이 그려진 사안이다. 2년 가까이 군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반칙과 특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그렇게 만든다. 탈영이냐 합법적인 휴가이냐는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이 땅의 예비역들이 뿔을 내는 대목은 두 가지 지점이다. 우선, 여당 대표 보좌관이 휴가 연장을 위해 추 장관 아들의 상급부대 대위와 통화했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팩트다. 한마디로 부적절하다. 김어준식 표현을 빌리면 ‘고약한 냄새가 풀풀 난다’.
 

왜 거짓말과 말 뒤집기 반복하나
오직 진실 말한 당직 병사 난도질
보좌관, 상급부대 찔러 휴가 연장
군법은 몰라도 국민 정서법 위반

또 하나, 당시 서 일병은 당직 사병과 선임 병장으로부터 복귀를 지시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알았다. 복귀하겠다”고 했다. 만약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반장(상사)과 선임에게 개인 연가를 요청해야 했다. 예비역들의 눈에 ‘특권과 반칙’이 어른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대 지휘 계통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엄마 보좌관이 상급 부대에 전화해 불허됐던 휴가가 거꾸로 연장돼 내려오는 기적이 일어났다. 패싱 당한 지원반장과 선임들로선 ‘특권과 반칙’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런 기적이 왜 여당 대표 아들에게만 일어나느냐고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의혹을 덮기 위해 진보 쪽이 온갖 막말과 거짓말을 쏟아내는 것도 불편하다. 군대를 마친 예비역들이 이 사안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혹시 군 미필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도 이런 불만 때문이다. 예비역들의 분노를 이렇게까지 자극하는 요인들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거짓말
 
추 장관은 사건 초기 단계부터 “아들이 무릎 수술받았다. 면제받을 수 있는데도 군대 갔다”고 주장했다. 의혹을 미담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하지만 서 일병이 앓았던 슬개골 연골연화증과 추벽증후군은 면제 대상이 아니었다. 병무청은 “그런 병으로 면제된 케이스는 ‘0’”라고 답변했다.
 
서 일병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다 싶으면 아무 말이나 던졌다. 서 일병 변호인은 “카투사 휴가는 미군 규정에 따른다”고 했다. 자주국방을 앞세우고 “반미 좀 하면 어때”라는 민족해방(NL) 진영의 논리와 정반대로 가는 초강수였다. 하지만 육군본부가 “카투사의 외출·외박은 미군 허가 사항이지만 휴가는 한국군 규정에 따른다”고 발표하자 머쓱해졌다. 거짓말이었다.
 
가장 거슬리는 것은 추 장관의 말 뒤집기였다. 국회에서 “보좌관이 군대에 전화했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사실이 있지 않다.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겠나”라고 딱 잘라 부인했다. 하지만 다음날 신원식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하자 “전화를 걸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번복했다. 추 장관의 민원 전화에 대한 답변은 ‘그런 사실이 없다→시키지 않았다→확인하고 싶지 않다→간여한 바 없다→모른다’로 끊임없이 바뀌었다. 지금 민주당은 “보좌관이 전화를 걸었지만,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휴가 연장에 특혜는 없었고 단순한 행정처리 착오라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2 터무니없는 당직 사병 인격살인
 
서 일병 휴가 타임 라인

서 일병 휴가 타임 라인

지금 복기해보면 공익제보자인 당직 사병은 유일하게 진실을 이야기한 인물이다. 지난 2월부터 증언한 게 차례차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를 찾아가 “(서 일병을) 휴가자로 정정해 올리라”고 지시한 대위도 당초 그런 사실을 부인하다가 최근 검찰의 재조사에서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날수록 당직 사병을 향해 좌파 진영은 도를 넘는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사태 때 윤미향 전 대표를 지키기 위해 이용수 할머니에게 “치매 걸렸다” “토착 왜구”라는 입에도 담지 못할 막말을 퍼붓던 것과 마찬가지다. ‘메시지에서 밀리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판 격언이 떠오른다.
 
민주당의 황희 의원은 당직 사병의 실명을 거론하며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공범 세력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추 장관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풍경이 예비역들의 감정을 더 상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당직 사병의 난도질에 앞장서는 의원들은 대부분 6개월 방위를 마친 단기 사병 출신이거나 군 면제자들이다. 뒤집어 말하면 민주당 안의 예비역 병장이나 장교 출신들은 이번 휴가 사태가 무작정 옹호할 수 없는 부끄러운 사안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뜻이다.
  
3 사조직처럼 망가지는 국가 조직
 
국민 정서의 역린을 건드리는 또 하나는 검찰과 국방부의 일탈이다. 서울동부지검은 8개월 동안 수사를 미적거렸다. 최근 정치 문제로 비화하자 최모 보좌관과 추 장관 아들을 소환했다. 늑장 수사다. 또 지역 대대의 중령과 대위가 “보좌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도 깔아뭉갰다. 여기에다 뒷북 수사 검사들은 추미애 법무장관에 의해 무더기로 승진·영전했다.
 
이미 수사 결론은 뻔해 보인다. 추 장관이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당직 사병의 오해와 억측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선을 긋고 페이스북에 “(아들 휴가는)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썼다. 검찰의 재조사도 이 기준에 맞추는 조짐이다. 이미 진보언론들은 “서울 동부지검은 6월 21일 최 보좌관이 3차 휴가를 문의하는 전화를 했을 때 ‘연가를 쓰라’는 군 간부의 말을 사실상의 구두 승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엄마 비서가 나흘간의 개인 연가를 대신 따내 주었지만, 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군무이탈이 아니라 행정착오라는 결론이다.
 
국방부도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서 일병을 보호하느라 무리하게 군대 전통을 무너뜨렸다. 휴가 명령지와 병가 심의 자료가 몽땅 없는데도 “지휘관의 구두 휴가 명령만 있었다면 합법”이라고 했다. 이제  장병들이 지휘 계통을 밟아 분대장-소대장-대대장으로 휴가 신청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집에서 엄마 비서를 시켜 카톡으로 대대 참모에게 휴가 연장을 받아내는 게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비정상적인 휴가를 합법으로 세탁시켜 주면서 국방부 스스로 망가진 꼴이다. 지금 예비역들이 몸담았던 예전 군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 그런 사병이 있었다면 “군기가 빠져 가지고…직속 상관이 핫바지냐”며 한소리 들었을 것이다. 군법 위반이 아니라도 국민 정서법 위반이라며….
 
사라진 공정…큰 후유증 남을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주말 청년들 앞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37번이나 썼다. 추 장관 사태는 불공정과 관계가 없으며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눈치다. 어제는 권력기관 개혁회의를 열어 추 장관에게 검찰 개혁을 당부했다. 휴가 파문은 잔불 정리 수순으로 들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우리 사회는 이 사안을 “공정하냐, 반칙 아니냐”는 잣대로 바라보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위법은 없었다”며 덮고 지나갈 분위기다. 국민 정서는 아랑곳없이 자기편만 챙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덮는다고 덮일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추 장관 아들의 휴가는 ‘특혜’라고 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특권과 반칙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있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사법적 책임 없다며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것이다.
 
지역대장이 진짜 제대로 승인했다면 개인 연가는 불법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세 번이나 선임 병장들이 귀대하라고 전화했는데 입대 7개월의 서 일병은 집에서 엄마 보좌관을 통해 상급 부대를 찔러 휴가 연장을 따냈다. 그런 신공을 이 땅의 예비역들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어 분노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방부가 아무리 합법이라고 우겨도 왜 그 따뜻한 햇볕이 여당 대표의 아들·딸에게만 내리쬐는가, 라고 이 땅의 가재와 붕어들은 묻고 있다. 공정이 사라진 자리에 민심 역풍이라는 큰 후유증이 남을 듯싶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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