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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의 한반도평화워치] 선거 결과따라 한반도 정세 급변, 외교 전략 청사진 시급

미국 대선과 한반도의 미래

20년 전 미국 대선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조지 W 부시가 아니라 앨 고어가 당선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2001년 9·11 테러가 터졌더라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 북·미 관계는 수교까지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40여일 남은 미국 대선 결과는 세계 정치와 한반도 미래에, 이보다 훨씬 더 큰 격차를 가져다줄 것이다.
 

트럼프 당선되면 북·미 협상 재개되며 북핵 문제 타결 가능성
한국 정부와 논의 없이 미군 감축이나 다른 양보할 수도
바이든은 동맹·중국 협조받는 다자적 북핵 해법 추구
부통령 시절 만든 이란 핵합의 모델 적용할 가능성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지난 4년간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그는 경제적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쇠락한 러스트 벨트 제조업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를 기반으로 당선됐다. 그래서 재선되면 반세계화, 보호주의, 경제 디커플링 등 1기의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가치나 동맹, 국제기구, 다자 질서 등은 약화할 것이다. 결국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대침체 상황에서 미·중 경쟁은 심화하고, 세계는 리더십 공백 상태 속에서 1930년대처럼 암울한 혼란기로 빠져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첫째 관심사는 북핵 문제다. 아마도 북·미 협상은 재개되고 어떤 형태로든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북·미 간 물밑 접촉의 징후가 최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중동에서 여러 평화 외교를 성사시키고 있는데 노벨상을 타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도 북·미 핵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있다.
  
중국 견제 쿼드 플러스에 한국 참여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그런데 문제는 북한, 특히 최근 김여정이 언급했던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요구에 미국이 어떤 대가를 주고 타협을 이뤄낼 것인가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와 사전 논의 없이 미군 감축이나 다른 양보를 할 수도 있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었기에 그렇다.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는 현 정부 임기 내 전환이라는 우리 정부의 희망과 달리, 최근 미국 측의 태도가 다소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 협상도 풀어야 할 과제다.
 
난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은 한국이 쿼드 플러스(Quad Plus)에 가입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쿼드 플러스는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각 협력체에 베트남·한국·뉴질랜드 등을 추가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이다).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향후 한·미 동맹의 미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가 논란이 되었을 때 미국이 조용히 한국을 방어라인에서 제외하는 ‘신 애치슨라인’ 설정 가능성까지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는 어떨까? 그는 지난 4년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것을 망쳐놓았는데 자신은 개혁을 통해 중산층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고 세제 개혁, 의료보험체계와 교육 강화, R&D 투자로 첨단기술 발전, 인프라 투자 확대, 청정경제로 1000만개 일자리 창출 등을 공약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지금처럼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 환경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한 개혁 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바이든 외교의 캐치프레이즈는 한마디로 ‘민주주의 동맹(democratic alliance)’이다. 민주주의와 동맹을 재건해서 미국의 안보·번영·가치를 추구하고 미국 경제의 미래를 보호하겠다고 한다. 트럼프가 약화한 민주주의를 다시 강화하고 그것을 전 세계적으로도 확산시킬 것이다. 취임 후 1년 이내에 ‘민주주의 정상회담(Summit for Democracy)’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주의 동맹들의 경제력은 세계 경제의 50%를 넘기 때문에 이것을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불공정 경쟁 관행이나 환율 조작, 지구온난화 같은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국은 이와 같은 민주주의 동맹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요청받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중 압박에의 동참 요청은 트럼프와 같은데 그 양상이 좀 다를 뿐이다. 또 이 같은 맥락에서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에 한국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길고 험난한 상향식 북핵 협상 가능
 
북핵 협상은 트럼프와 달리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즉 관료·협상가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지부진해져 결국 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바이든도 북핵 타결의 의지는 상당히 있기에 동맹과 중국의 협조를 받아가며 다자적 해법을 추구할 수 있다. 특히 그는 부통령 시절 만들어낸 이란 핵 합의(JCPOA)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란이 합의를 준수한다면 트럼프가 폐기한 핵 합의로 되돌아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모델을 북핵 협상에 적용해보려 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민주당 주변 북핵 전문가 중 일부는,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로 하되 현실을 인정해서 우선은 핵 감축 협상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의 경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북한과의 불완전한 타협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협상 과정 자체는 트럼프보다 길고 힘들 수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방위비 분담과 관련하여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취임 첫날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재가입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드러나듯 청정에너지와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화석연료 사용 감소,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 약정보다 더 강한 약속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산적한 한·미 현안, 큰 그림 갖고 대응해야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우리에게는 시급한 한·미 현안이 산적해 있다. 북핵, 주한미군, 쿼드 플러스, 방위비 분담, 민주주의 동맹네트워크, 한·미·일 3각 협력 등의 문제들이 다 함께 얽혀있다. 이는 사안 하나하나를 다룰 때 한·미 동맹과 한국의 외교 전략에 대한 미래 청사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물론 미래 청사진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미·중 관계의 흐름이라는 전반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이웃인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우리는 경제 관계에서 그 힘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안보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이라는 동맹이 있다. 이들 두 대국이 서로 대결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다. 우리는 그 와중에 핵으로 무장한 북을 설득해 비핵화와 평화 공존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경제(중국), 안보와 가치(미국), 평화(북한)라는 3대 목표 간의 부딪침 속에서 어떤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인가? 세 개 다 동시에 달성하기 힘들다면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두 개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그 경우 부작용, 특히 관련국의 보복에 대응할 플랜은 무엇인가? 각각의 선택의 경우 비용과 이득은 어떻게 계산되는가? 미·중으로부터 비슷한 압박을 받는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그런 사례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쿼드 플러스나 바이든의 민주주의 동맹네트워크 참여 요구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대신 북핵 해법, 남북 협력, 한반도 평화 정착과 관련한 우리의 방책을 미국이 수용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중국의 대응을 관리할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래 청사진 없이 사안 하나하나에만 매달리다 보면 뒤에 가서 보니 서로 아귀도 안 맞고, 우리 국익도 최대한으로 추구하지 못한다. 또 주변국들에는 헤매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그래서 그들로부터 불필요한 추가적 압박을 당할 수도 있다. 전략적 모호성도 큰 그림 아래 추진해야 ‘전략적’일 수 있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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