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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의혹이 불붙였다…이해충돌방지법 반격카드 꺼낸 與

해묵은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다시 여야 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으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이 가족 관련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진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을 과녁으로 삼아 반격에 나서면서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물론,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삼성물산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사실 등을 싸잡아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은 그러한 의원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 원천적으로 이해충돌방지법도 필요하다”며 “올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당시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당시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가족이 소유한 기업들이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논란을 언급하며 “국회 역사상 최대·최악의 이해충돌 사건”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윤 의원에 대해서도 “최소한 정무위에서 사임해야 한다”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해충돌 시비를 먼저 제기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이 그의 아들 관련 검찰 수사가 이해충돌 관계에 있다고 보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권익위는 지난 14일 제출한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검찰 수사 땐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정반대 해석을 내놨었다.
 
성일종 간사를 포함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관련 답변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성일종 간사를 포함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관련 답변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충돌에 관한 입법 제안은 해를 거듭하며 꾸준히 나왔다. 이해충돌에 관한 해석이 들쭉날쭉한 데다 여야가 각자 유불리에 따라 정쟁 소재로 삼아 오면서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은 2015년 제정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척·회피의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공직자 본인·가족, 4촌 이내 친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최종안에서는 통째로 빠졌다.
 
가령 국정 전반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경우 가족이나 친인척에겐 연좌제에 준하는 제약이 가해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정무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간사였던 김기식 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청탁금지법이 전 국민의 관심 사안이라 더는 논의를 미룰 수가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명료하게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입법하자고 해서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두 가지 내용만 담겼다”고 설명했다.
 
2015년 1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제외한 청탁금지법 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1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제외한 청탁금지법 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3월 3일 이해충돌방지 부분을 덜어낸 청탁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정무위에서는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신설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기식 전 의원이 법 적용 대상자들에 대한 제척·회피제도 대신 4촌 이내 친족의 직무 관련 사항을 기관장에 사전 신고토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업무를 하면서 회피하면 되는 걸 일일이 신고하게 하는 것도 문제”(같은 당 신학용 의원)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유야무야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이해충돌방지 취지를 담은 청탁금지법·국회법·공직자윤리법·국감국조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지난해 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 출신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도시재생 사업 관련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3건(심상정 의원, 채이배 전 의원, 권익위)이 발의됐지만, 여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며 한 차례의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이해충돌'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이해충돌'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권익위는 21대 국회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다시 발의했다. 내용 면에서 2015년과 큰 차이가 없지만, 175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 경우 법안이 급속히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밖에도 보유한 주택 수에 따라 상임위 활동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 관련 입법이 여럿 발의된 상황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번 국회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중론도 만만찮다. 민주당 내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는 지난해 3월 공개한 ‘이해충돌방지 입법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제도가 존재할 뿐 이와 같은 입법례는 없다”며 “이해충돌방지법은 반드시 입법돼야 하지만 매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구소의 정책위원장인 김기식 전 의원은 “투명성 강화 취지를 살린 사전신고제 도입으로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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