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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 권력]전투력 갖춘 '文지킴이' 진격…與지도부도 떤다

'#우리가추미애다' 해시태그 운동은 지난 9일 유튜브 '시사타파TV'에서 제안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유튜브 캡처]

'#우리가추미애다' 해시태그 운동은 지난 9일 유튜브 '시사타파TV'에서 제안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유튜브 캡처]

 
“추미애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나. 오늘부터는 우리 모두 추미애가 되는 겁니다.”

46만 도달 ‘#내가추미애’ 해시태그
직접 올려 문파 여론 이끈 건 48명

팬클럽 활동하다 권리 당원 입당
의견 다르면 항의전화·문자폭탄

 
지난해 9~12월 ‘조국 수호’ 촛불 집회를 주도한 ‘개싸움 국민운동 본부’ 이종원(47) 대표가 지난 9일 밤 본인의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TV’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이날 “추미애가 무너지면 검찰개혁 날아가고, 결국 문재인 정부 위기로 간다”며 ‘#우리가추미애다’ 해시태그(hashtag) 달기 운동을 제안했다.
 
댓글 공세는 곧바로 시작됐다. 이날 방송 채팅창과 다음날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 채팅창은  ‘#우리가추미애다’ 구호로 도배됐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우리가추미애다’는 줄줄이 이어졌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엔 당의 소극적인 대응을 질타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지층이 결집하자 당 지도부도 수세(守勢)에서 공세(攻勢)로 전환했다.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최고위원 3명이 “모든 의혹은 거의 사실이 아니다”라며 야당 성토에 나섰고, 14일 회의에선 이낙연 대표가 “야당이 정치공세를 계속하면 우리는 사실로 대응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문파(文派·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가 소극적이던 당 지도부를 견인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문파’의 위력이 어느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팬클럽을 넘어 “이제는 與 주류”

‘문파’는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과거엔 온라인 팬클럽을 중심으로 모였지만, 최근엔 SNS에서 개별 활동을 하는 사람부터 문파 유튜브 방송 청취자까지 다양하다. 클리앙(www.clien.net)이나 루리웹(www.ruliweb.com) 같은 웹사이트도 문파의 대표적 활동 공간으로 꼽힌다.
 
이들 상당수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2015년 말 벌어진 ‘문재인 구하기 10만 당원 운동’ 이후 민주당 권리당원이 됐다. 개인 사업을 하는 김모(37·여)씨 역시 2015년에 입당한 문파다. 김씨는 “그 당시 민주당에서 여러 가지 일(내부 갈등)이 있는 걸 보고 의견을 내려면 당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권리당원 신모(44·회사원)씨 역시 “안철수 전 의원이 탈당하는 걸 보고 문 대통령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입당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문파의 신년 행사인 '문파 라이브 에이드-해피뉴이어 토크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문파의 신년 행사인 '문파 라이브 에이드-해피뉴이어 토크쇼'의 모습. [연합뉴스]

 
온라인에 흩어져 있다 보니 문파의 인적 구성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다만 지난해 1월 국회 의원회관에 1200여 명이 모인 ‘문파 라이브 에이드’ 행사 참석한 한 권리당원은 “연령대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했지만, 정치적인 행사치고는 40~50대 여성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제 민주당에서 문파 비율을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대표 시절 이후 입당한 당원 비율이 80%가 넘으니, 문파는 이제 당 주류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과거 당원들은 이슈에 따라, 지역·연령에 따라 입장이 갈렸지만 이제는 ‘문 대통령이 하는 건 다 옳다’는 식의 팬덤 성격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공격성을 띈 ‘文 지킴이’

“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문파의 핵심 정서다. 이면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지지자들이 못 지켰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일부 문파는 자신을 ‘달(Moon)빛기사단’이나 ‘문(文)꿀오소리’로 지칭한다.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적들은 그냥 놔두지 않겠단 취지다. 온라인에서 ‘문파’나 ‘문꿀오소리’라고 쓰인 열쇠고리나 스카프, 머그잔을 구매해 자랑스레 갖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일부 문파는 평소엔 유순하지만, 싸울 때는 물러섬이 없다는 동물 벌꿀오소리에 자신을 빗대 '문꿀오소리'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트위터 캡처]

일부 문파는 평소엔 유순하지만, 싸울 때는 물러섬이 없다는 동물 벌꿀오소리에 자신을 빗대 '문꿀오소리'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트위터 캡처]

 
문파 대부분은 보수 야당과 검찰, 언론을 문 대통령의 적으로 본다. 문파가 추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적극적인 것은 “이 논란이 결국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주적(主敵)과의 싸움”(50대 여성 문파 강모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슈에 대해 시시각각 대응하는 기동성은 문파의 특징이다. 외국의 트위터 분석 사이트 트윗바인더(tweetbinder)를 이용해 ‘#우리가추미애다’ 해시태그 1주일 치(10~17일)를 분석한 결과, 이 해시태그가 도달한 이용자(potential reach)는 최대 46만7768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를 직접 적은 사람(original contributors)은 48명에 불과했다. 소수가 단기에 여러 건을 올리고 공유하면서, 야당과 검찰·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문파 여론을 움직였단 얘기다.
 
'#우리가추미애다' 해시태그 분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리가추미애다' 해시태그 분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파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요일별 담당자를 지정해 추 장관 사무실에 꽃바구니를 보내는 응원전을 펼쳤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고 기자들의 밀착 취재를 막는 ‘조국 수호대’ 활동을 벌인 것도 문파다. 당시 적극적으로 참가한 50대 여성 문파는 “누가 시키지 않았다. 뉴스 보고 화가 나서 아는 사람들과 연락해 시간을 내서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민주당 소속이라도 서슴없이 공격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16일 라디오 방송에서 추 장관 아들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이런 의혹 자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뒤, 이틀간 250여 통의 항의 전화와 400여 통의 비난 문자를 받았다. 올해 초 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졌던 금태섭 전 의원은 문파의 공격 끝에 당 윤리심판원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
 

든든한 응원군이지만 두려운 존재

민주당 의원들 입장에서 문파는 든든한 응원군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야당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파의 공격성은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들은 후원금과 응원 메시지를 보내다가도, 어떨 땐 호되게 비판할 수 있는 두려운 존재”라며 “메시지를 낼 때마다 역린을 건드릴까봐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론 문파에 경도된 발언이 설화(舌禍)를 낳기도 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추 장관의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는 논평을 냈다가 비판을 받고 5시간 만에 유감을 표명했다. 당 안팎에선 “추 장관 아들을 ‘몸이 아픈데도 병역을 마친 모범 사례’로 설명하는 문파 논리와 흡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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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내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리스크로 문파의 내분 가능성을 꼽기도 한다. 경선 과정에서 문파들이 이낙연파와 이재명파로 나뉘어 혈투를 벌이면, 내상이 적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들은 서로를 ‘○파리’(이재명 지지그룹→이낙연 지지그룹), ‘△빠’(이낙연 지지그룹→이재명 지지그룹)라고 부르며 이미 당원 게시판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문파의 넘치는 운동에너지가 당을 어디로 몰고 갈지 당 관계자들은 긴장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지난해 '조국 수호대'의 활동 모습. 이들은 조국 전 장관을 밀착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TV조선뉴스 캡처]

지난해 '조국 수호대'의 활동 모습. 이들은 조국 전 장관을 밀착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TV조선뉴스 캡처]

“문프 지키기 위해 시간 쪼개”…하루 80여 건 트윗 생산
50대 문파 강모(여)씨는 2012년 문 대통령 팬클럽 활동에서 출발해 이듬해인 2013년 팩스로 민주당에 입당한 고참 권리당원이다. 지난해 10~12월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 주변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막는 ‘조국 수호대’ 활동도 벌였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문파였던 강씨는 “민주당이라도 문프(문 대통령의 애칭)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은 강씨와의 일문일답.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예전엔 ‘정알못(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2012년 대선 때 사람 하나 보고 찍었고, 그 다음부터는 팬클럽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입당 계기는 뭔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이후 당내에서 모욕을 많이 당하셨다. 당시 내가 ‘당을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문 대통령은 당을 나올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에 들어가서 지켜드리자는 생각으로 입당했다.“
 
문파끼린 주로 어떻게 소통하나.
“나는 트위터를 이용해 주로 정보 공유를 한다. 온라인 당원으로 들어오신 분들은 온라인 소모임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요즘 트위터에선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누나.
“조국 전 장관님 관련한 내용이나, 정부에서 나온 정책 자료를 자주 공유한다. 특히 잘못된 보도에 대해 바로잡는 내용을 많이 공유한다. 추미애 장관 관련해서도 트위터에는 군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이 올리는 얘기가 많다. 그런 것도 공유한다.”
 
문파가 왜 조국·추미애 장관 사수에 나서나.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보수 야당과 검찰, 언론의 공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를 무사히 마치려면 정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강씨는 트위터에 하루 80여 건의 게시물을 올린다. 조 전 장관의 게시물을 포함해 리트윗(RT)한 글들이 대부분이지만, 적지 않은 숫자다.

 
언제 트위터를 하나.
“틈틈히 시간을 쪼갠다. 직장 다닐 때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했다. 문파 가운데는 2017년 대선 때 자신의 연차를 다 모아 한달을 쫓아다니신 분도 있다. 저도 그렇고 모두 일반 시민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인데, 남은 목표는 뭔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그 다음에 우리 진영의 좋은 사람으로 차기 정권을 안정되게 했으면 좋겠다. 퇴임하시고 양산에서 편하게 지내시게 하고 싶다.”
 
최근 박용진 의원의 발언을 놓고 당내 비판이 많았다. 어떻게 보았나.
“자기가 튀기 위한 발언을 한 거라고 본다. 사실도 제대로 모르고 어떻게 그런 말을…. 저희는 민주당이라고 다 옹호하지 않는다. 내 자식이니까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영선 장관은 과거에 미웠지만, 요즘은 일을 잘 해서 좋다.”
 
전당대회 때 어떤 기준으로 투표했나.
“문 대통령과의 합(合)을 기준으로 뽑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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