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담동 라이카 스토어에서 만난 사진작가 임정의(오른쪽)씨와 아들 준영씨. 선친 임인식과 큰 아버지 임석제 등 3대 네 명의 사진작가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기록했다. 우상조 기자
조부 임인식 6·25 종군 사진대장
부친 임정의 한국 1호 건축사진가
아들 임준영도 기록사진 대 이어
“고단한 길” 아버지들은 다 말려
그의 가족사도 유명하다. 형님 임석제(1918~96)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아들 임정의(1944~)는 대한민국 1호 건축 사진전문가다. 손자 임준영(1976~) 역시 예술 및 기록사진작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대를 이어 카메라에 담은 셈이다. 일례로 임인식, 임정의, 임준영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은 그 변천 과정의 소중한 기록이다. 2016년엔 임준영씨가 네 사람의 사진을 함께 담은 ‘The Big Flow(대를 잇다)’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임정의·준영 부자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한 집안’이라는 수식어에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와 암실 작업을 많이 했죠. 사진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아버지는 제가 사진가가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돈 못 버는 직업이라는 거죠. 하하”(임정의)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 1954년 임인식씨가 렌즈에 담은 기록이다.
“저 역시 아들이 사진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안 된다’고 했죠. 정말 고단한 길이란 걸 아는데 어떻게 아들에게 하라고 하겠어요.”(임정의)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 1997년 임정의씨가 렌즈에 담은 기록이다.
“식당도 3대에 걸쳐 하다 보면 손자 대에선 변화하죠.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과 입맛을 도입해야 하니까요. 앞서 세 분이 하신 일을 저 역시 따라가고는 있지만 저만의 현대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임준영)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 2014년 임준영씨가 렌즈에 담은 기록이다.(위 사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것을 쌓아 올리기에만 급급했지 옛것을 보관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소중한 자산이잖아요. 사진으로나마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데 개인 힘으론 어렵네요. 협업하자는 제안은 들어오지만 제대로 된 작업을 하자는 단체나 기업은 없어 안타깝습니다.”(임정의)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