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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한국 페미니즘, 긴즈버그 배워야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플랭크를 하고 있는 긴즈버그. [유튜브 캡쳐]

건강관리를 위해 플랭크를 하고 있는 긴즈버그. [유튜브 캡쳐]

 

미국 대법관 긴즈버그 타계..아이돌 못지않은 인기와 추모열기
50년간 탁월한 능력과 노력으로 여성 인권평등 실질적 개선

 
 
 
1.
미국의 두번째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가 18일 타계했습니다.  
판사로서는‘정의 수호자’이고 인권운동가로는‘진보 아이콘’‘페미니즘의 상징’이라는 최고의 찬사가 쏟아집니다.  
 
심지어 긴즈버그로부터 ‘사기꾼’이라 욕먹었던 트럼프조차 “미 역사의 선구자”라며 조기 게양을 명령했습니다.  
물론 트럼프는 11월 대선 전에 후임으로 보수 재판관을 임명하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립서비스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만..암튼 그 정도로 의식해야 하는 거물이란 얘기입니다.  
 
2.
긴즈버그는 그럴만합니다.  
기본적으로 그의 탁월한 능력은 어느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습니다. 1933년 태어난 그는 여성차별이 심하던 1950년대에 하버드 대학과 콜럼비아 대학을 최우수로 졸업합니다.  
같은 대학생 남편이 암에 걸려 누워있는 동안 남편 친구들의 필기를 일일이 옮겨 전달해주고, 어린 아이들을 혼자 키우면서 수석졸업한 겁니다.  
 
3.
페미니즘이란 어려운 싸움을 50년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밀어붙여온 의지와 지구력도 대단합니다.  
 
판사의 길로 가려했으나 법원의 남성장벽에 불가능해지자 대학교수가 됐습니다.  
여성차별을 성(sex)이 아닌 젠더(gender)란 과목으로 가르칩니다. 성은 단순한 동물학적 분류라면, 젠더는 역사적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행동도 적극적입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여성인권프로젝트 책임을 맡아 대법원에 6번의 소송을 걸어 5번을 이깁니다.  
1970년대에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대법원을 설득해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판결을 받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5번이나..  
 
1993년 대법관이 되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중에서 본인이 가장 의미있다고 말한 판결은 동성결혼의 합법화입니다.  
 
4.
특히 대단한 것은 온갖 성차별을 직접 당했으면서도 늘 유연한 태도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긴즈버그는 어려서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소리지르면 지는 것’이라고 배웠다고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가장 보수적인 동료 대법관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건ㆍ합리 진보로 평가됩니다.  
정신적으로 강인하다는 얘깁니다. 젊어서부터 여러 암과 싸워온 그는 정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마다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했다고 합니다. 키 155㎝, 몸무게 45㎏에 불과합니다만..
 
5.
이런 노력과 업적이 쌓여 마침내 긴즈버그는 법관이면서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추모열기가 뜨겁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상당한 추모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국경을 초월한 사이버 페미니즘 시대임이 실감 납니다.  
사실 긴즈버그는 아이돌 스타이기에 그의 삶을 다룬 책은 물론 영화와 다큐멘터리, 동영상 등이 꽤 있습니다.  
 
6.
우리나라의 경우 페미니즘의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2015년 웹사이트 메갈리아가 남성을 공격하면서 페미니즘이 본격 확산됐고, 2016년 ‘여자가 미워서 죽였다’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분노의 불길을 댕겼습니다.  
최근 이어지는 미투까지..사건의 연속입니다. 와중에 디지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다보니 자극적이고 대립적인 양상이 심각합니다.  
 
긴즈버그는 50년간 늙은 남자 대법관들을 하나씩 설득해 법을 바꿈으로써 실질적인 여성의 지위향상을 확보했습니다. 제도를 바꾸는 페미니즘은 느리지만 가장 확실하답니다.  
 
7.
우리는 이제 시작입니다.  
 
곧 논란이 될 폭탄 하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니다. 정의당에서 법을 내놓았는데, 벌써 보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 개신교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까지 ‘동성애 보호법’이라며 결사반대입니다. 긴즈버그가 가장 의미있는 업적으로 꼽은 바로 그 ‘동성결혼 합법화’와 같습니다.  
 
조두순이 출소한다고 하자 허둥지둥..없는 대책을 찾는 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이 가능할까요? 긴즈버그에게 배워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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