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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뒷받침한다던 아베, 총리 내려놓자마자 야스쿠니 갔다

지난 16일 퇴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6년 8개월 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위터 캡처]

지난 16일 퇴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6년 8개월 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위터 캡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리 퇴임 사흘 만인 19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외교부가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약 7년 만에 일본 정상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리로 교체되면서 허니문 효과를 기대했던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오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16일 국무총리에서 퇴임한 것을 영령들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올렸고, 야스쿠니 신사의 방명록에는 ‘전 내각총리대신’임도 명시했다.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지난 2013년 12월 이후 약 6년 8개월 만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 야인 신분이 되자마자 참배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재집권 1주년을 맞은 2013년 12월 26일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한국·중국은 물론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실망감을 표출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일본 지도부가 이웃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취한 것에 실망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냈다.
 
이후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패전일(8월 15일)이나 야스쿠니 신사의 봄·가을 제사에 공물 또는 공물 대금을 보내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아베 전 총리의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스가 총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퇴임 무렵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가 정권을 뒷받침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16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신임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전 관방장관. [AP=연합뉴스]

지난 16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신임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전 관방장관. [AP=연합뉴스]

외교부는 즉각 반발했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식민 침탈과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상징적 시설물인 야스쿠니 신사를 퇴임 직후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일본 지도급 인사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지적한다”고도 했다.
 
외교부의 이날 성명은 통상 내각의 장관급 인사나 의회 관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할 때 내던 정부 입장이다. 그런데 전직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같은 성명을 냈다. 스가 신임 총리의 대외정책에 아베 전 총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의식해 정부가 경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외교 당국 간에는 일본 총리 교체를 계기로 한·일 간 해빙 무드를 기대하는 기류도 있다. 외교부와 외무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양측의 입국 제한을 기업인에 한해 푸는 방안을 한창 논의하고 있다.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런 마당에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여전히 근본적으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한·일 관계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전직 일본 총리의 행보에 대해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중요한 건 향후 1년간 스가 정부와의 관계”라며 “내년 총재 선거에서 재선해야 하는 스가 총리의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올 연말이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를 개선할 적기”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은 아베 전 총리의 참배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를 실무 수준에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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