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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용률 2% 일본의 성년후견인제도가 실패한 까닭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0)

2019년 6월 금융심의회는 ‘고령사회의 자산형성·관리’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보면 고령자 본인이 치매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고령자의 자산관리 문제를 중대한 정책으로 채택하고 대처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 보고서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바로 고령기를 3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 마다 핵심적인 자산관리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먼저 40대 후반부터 고령준비기에는 은퇴를 대비해 인생계획을 세우고 저축을 하는 시기다. 충분한 은퇴자금을 갖고 있고 아직 판단력이 있는 고령전기(65세 이후)는 영업 세일즈맨에게 속지 않도록 금융이해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75세 이후 고령후기에는 치매에 걸려 경제적 판단능력이 훼손되거나 상실될 가능성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2000년 고령후기의 자산관리 대책으로 후견인을 활용하는 성년후견제도를 만들었다. 성년후견제도는 판단능력이나 의사능력이 떨어진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사진 pxhere]

일본정부는 2000년 고령후기의 자산관리 대책으로 후견인을 활용하는 성년후견제도를 만들었다. 성년후견제도는 판단능력이나 의사능력이 떨어진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사진 pxhere]

 
문제는 고령후기의 자산관리다. 고령자의 자산을 둘러싸고 분쟁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2000년 고령후기의 자산관리 대책으로 후견인을 활용하는 성년후견제도를 만들었다. 성년후견제도는 판단능력이나 의사능력이 떨어진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거래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의사능력이라고 한다. 그런 능력이 없으면 부당한 계약을 강요 당해 손해를 보거나 재산을 잃는 위험이 있다. 의사능력이 떨어진 사람과의 거래는 법적으로 무효이지만, 피해자가 그 사실을 주장해 재산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성년후견제도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후견인을 선임하고 의사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치매, 정신적 질환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이 제도를 충분히 이용하지 않고 있다. 제도가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2019년 치매고령자가 500만명에 이르렀지만 후견제도의 이용자는 약 22만명에 불과하다.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이 1035만명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후견서비스에 대한 잠재적 니즈는 매우 크다. 현재 후견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2%라는 것은 제도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다음과 같은 상황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고령의 부모가 이용하는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부모의 치매증세가 의심되기 때문에 후견인을 동반해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족이 본인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도 예금을 인출하거나 해약할 수 없다. 은행은 가정재판소에 후견인을 신청하고 후견인을 동반하면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자녀가 자신을 후견으로 추천해 신청했지만 전혀 알지 못한 법률전문가가 선임되었다. 그 이후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부모의 예금을 인출할 수 없고, 법률전문가 후견인은 부모의 예금에서 매우 적은 생활비만 지급한다. 후견인은 피후견인 본인을 만나지도 않고, 매년 한 번 가정재판소에 재산의 이동과 잔액에 관한 간단한 보고서만 제출하고 몇십 만엔의 보수를 챙겨간다. 후견인을 바꾸고 싶지만 쉽지 않다. 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그 상태가 계속된다면 암울하다. 은행에 따져봐도 소용없고 가족의 의사결정만으로 본인의 예금을 인출도 해약도 할 수 없다고 반복해서 말할 뿐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제도의 혜택을 볼까. 가족은 불편하고, 본인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를 돌보는 가족은 부모를 위해 부모의 재산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불합리하게 생각할 것이다. 부모의 재산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후견인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불하고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참기 어렵다. 법률 전문가인 후견인은 고령자의 건강문제와 간병 상황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다. 부모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고, 상속 대책을 유연하게 세울 수 없다.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치매 고령자가 점점 늘어나고 후견인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친척과 전문직만으로 시장수요에 대처하기 어렵다. 2000년 성년후견제도가 만들어질 때 가족후견인은 전체의 91%였지만 2019년에는 22%까지 크게 감소하였다. 가족후견인이 감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고령자 독신세대가 늘어나면서 본인의 후견인이 될 친척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가족후견인의 부정이 늘어나면서 가정재판소는 친척 후견인을 선임하지 않고 제3자 후견인을 선호한 결과 변호사와 사법서사 등 전문직 후견인이 크게 늘어났다. 전문직 후견인은 2000년에 전체의 8%였지만, 2019년 69%까지 급증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본인 친척이 후견인을 맡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현재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장래의 상속을 전제로 고령자의 재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자산운용 대행 서비스도 필요하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의료 복지 서비스를 추천해야 한다. [사진 pxfuel]

장래의 상속을 전제로 고령자의 재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자산운용 대행 서비스도 필요하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의료 복지 서비스를 추천해야 한다. [사진 pxfuel]

 
성년후견 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직의 절대 수가 한정돼 있고, 전문직에게 후견서비스를 받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후견인은 피후견인 본인, 그 가족과 만나 재산상태·건강상태 등에 관해 충분히 대화해 피후견인에게 적합한 복지 간병시설 서비스와 재산 활용을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 치매고령자의 금융재산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은행예금으로 묶여 있으면 가족에게 경제적 손실이 크다. 자금이 융통되지 않으면 사회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래의 상속을 전제로 고령자의 재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자산운용 대행 서비스도 필요하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의료 복지 서비스를 추천해야 한다. 현재 고령자 의료 복지, 간병시설의 구조는 다양하고, 시설규모와 서비스 내용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이렇게 고령자의 건강상태를 판단하고 적합한 조언을 하려면 법률 지식만으로 부족하다. 고령자 의료와 복지, 간병지식을 갖춰야 하고, 전문가적 카운셀링 스킬도 필요하다. 
 
주식회사 후견인 제도에서는 피후견인은 상생하기 어려운 서비스 담당자를 자연스럽게 교체할 수 있다. 후견인이 갑작스런 질병과 사건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법인이 계속해 후견역할을 할 수 있다. 고령자의 재산을 그 니즈에 맞게 관리할 수 있다. 성년후견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늘어나면 시장경쟁을 통해 서비스 품질이 높아질 수 있다. 조직마다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서비스에 따라 가격도 다양하게 책정될 것이다. 그러면 후견인에게 지급되는 보수도 적정한 시장가격이 형성될 것이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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