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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北에 핵공격없다" 발끈…美는 이미 표적 90개 찍어놨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은『격노(Rage)』를 출간하며 2017년 북ㆍ미 간 갈등 상황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이 대북 핵 공격을 고민했던 내밀한 상황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박용한의 배틀그라운드]

 
출간 이전 이런 내용이 외신을 통해 일부 공개되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4일 “(대북)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전계획에 없고,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언급할 만큼 민감하게 대응했다.
 
한·미는 한반도 전면전과 국지 도발, 북한 내 군사 쿠데타ㆍ민중 봉기ㆍ대규모 탈북 등 급변 사태가 일어날 경우 군사적 대응방안을 담은 '작전계획 5015'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한·미가 합의한 작전계획과는 별도로 미국은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의 동의 없이 미국 대통령이 결단할 경우 실행에 옮기는 작전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6·25전쟁을 마친 직후 북한 지역 90개 목표를 핵무기로 공격하는 작전을 마련한 뒤 뒤 이를 계속 발전시켜왔다.
 
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미국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 북한 핵 공격 계획을 다룬 ‘일급비밀’(Top Secret)인 ‘1959년에 대비한 핵무기 소요연구(Atomic Weapons Requirements Study for 1959)’를 작성했다.
 
당시 계획은 60년이 지난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비밀 해제돼 공개됐다. 미 전략공군사령부가 작성한 보고서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가정을 두고 옛 소련을 중심으로 중국,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등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도 함께 다뤘다.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NARA)가 공개한 800여 페이지의 방대한 자료에 ‘N.KOREA’로 표기된 북한 지역 핵무기 공격 표적도 포함돼 있다. 북한 도시 28곳을 비롯해 군사 및 산업시설, 북·중 접경지역, 항구 등 타격지점은 90개가 넘었다.
 
미국의 핵공격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여기에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 지역 목표가 다수 포함됐다. 1956년에 작성된 비밀문건에 포함된 북한의 주요 도시를 보여준다. [중앙포토]

미국의 핵공격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여기에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 지역 목표가 다수 포함됐다. 1956년에 작성된 비밀문건에 포함된 북한의 주요 도시를 보여준다. [중앙포토]

미국이 계획한 북한 지역 표적에는 평양의 군 지휘시설과 공항 등이 포함돼 있다. 북한이 핵 또는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전쟁에 나설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대목은 핵 공격 대상 목록의 전반부에 북ㆍ중 접경 도시인 신의주가 주요 공격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신의주를 중요하게 본 것이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이어지는 연결망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항구도시 장전ㆍ남포ㆍ송림ㆍ청진 등과 산업ㆍ군사시설도 목록에 있었다. 전쟁 초기 주요 군사력을 파괴하고 장기전에 대비해서도 전쟁 수행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산업 시설도 공격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1956년 북한 핵 공격 대상 90곳 선정  

미국이 작성한 문건에는 핵무기 공격 지역을 선정한 이유와 구체적인 좌표까지 포함됐다. [중앙포토]

미국이 작성한 문건에는 핵무기 공격 지역을 선정한 이유와 구체적인 좌표까지 포함됐다. [중앙포토]

핵 공격 목록에는 구체적인 좌표와 함께 공격 대상으로 분류한 근거가 제기됐다. 북한 동해안 항구도시 청진을 예로 본다면 핵 공격 목표가 9개나 지정됐고 지명 옆에는 세 자리 숫자로 된 카테고리 코드가 함께 표기됐다. 이런 코드는 공격 대상의 속성으로 보인다. 코드 숫자만 봐서는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별도 목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미군은 공격 목표의 유형을 490개 코드로 세분화했다. 목록에서 청진의 세부 공격 목표 중 하나의 코드 ‘194’를 찾아보니 전력 시설이었다. 코드 ‘280’은 항구, ‘254’는 해군 기지를 의미했다. 군수공업으로 전용될 수 있는 산업시설도 공격 목표에 포함됐다. 코드 ‘270’을 찾아보니 선철 생산시설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대상을 핵 공격 목표로 분류했을까. 전 세계 표적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활주로ㆍ군사시설ㆍ산업시설이 주요 목표로 분류됐다. 또한 코드 ‘275’로 분류된 ‘인구’ 역시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인구 밀집지역을 공격한다는 의미다. 북한 지역 공격 목표도 이런 기준에서 분류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베트남전 당시인 1966년 B-52D가 융단 폭격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베트남전 당시인 1966년 B-52D가 융단 폭격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국의 대북 핵 공격 지점은 미군 지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8자리 숫자 좌표(WAC: World Area Code)로 표기했다.
 
이처럼 상세한 정보가 공개됐지만, 그 옆에 비어있는 공간도 눈에 띈다. 공격 목표에 할당된 핵무기의 수량과 종류는 여전히 비밀로 묶여 가려져 있었다. 공격 목표를 타격할 핵무기 종류와 수량이 노출되면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당시 핵 공격 계획은 미ㆍ소 양대 진영이 충돌하는 냉전 시기에 만들어졌다. 제3차 세계대전을 염두에 둔 계획으로, 오늘날엔 상황이 많이 변했다. 공격 목표를 타격할 핵무기 성능도 달라졌다. 오늘날 핵 공격 목표는 이런 전략 목표와 군사력 변화를 반영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대북 공격은 기본적으로 지휘부ㆍ군사시설ㆍ핵 개발 시설 등에 초점을 두되 인명 피해는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무기 공격은 북한의 보복 공격과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막아내는 작전과 동시에 이뤄질 것이다.
 

핵 공격은 전면전 막는 작전과 동시 수행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에 나설 경우 확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포토]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에 나설 경우 확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포토]

1단계 작전은 북한의 방공망을 제거한다. 이지스 구축함ㆍ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북한의 SA-2와 SA-5 등 중장거리 대공미사일과 레이더를 파괴한다. 눈과 창을 제거하는 것이다. 방공망이 무너지면 이때부터는 20㎞ 상공에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띄워 24시간 실시간으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볼 수 있다.
 
2단계는 군 지휘 기능 무력화다. 평양 북쪽 대성산 국사봉의 지하벙커 ‘철봉각’을 공격해 지휘 통신 능력을 마비시킨다. 미 본토 또는 괌 기지에서 출격하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벙커버스터(GBU-28)를 투하해 파괴한다. 무게는 14t으로, 60m 깊이에 있는 벙커의 철근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다. 유사시 지하 벙커로 숨을 김정은을 제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인명 피해 없이 북한의 전력공급망과 유ㆍ무선 통신시설을 망가뜨리는 스마트 폭탄(흑연탄ㆍEMP탄)도 쓰일 수 있다. 통신망이 파괴되면 북한군 지휘부는 예하 부대로 명령을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으며 대서양을 횡단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으며 대서양을 횡단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3단계는 핵ㆍ미사일 시설 파괴. 평북 영변의 5㎿ 원자로 등 핵시설을 비롯한 미사일 공장 등이 타격 목표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과 연료저장고도 파괴 대상이다.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F-35B 스텔스 전투기와 공군 기지에서 날아온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고, 이지스함과 잠수함에서는 토마호크 미사일로 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단시간 내 수백 개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4단계는 함북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 파괴다. 모압(MOABㆍGBU-43) 폭탄이 사용될 수 있다. 특수전수송기 MC-130에서 투하돼 지하 60m 아래 구조물도 파괴한다.
 
최대한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되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지휘 시설과 미사일 저장 시설은 핵무기로 파괴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예전 핵 공격 계획은 북한 지역을 대부분 파괴하는 데 목표를 뒀지만, 오늘날은 최소한의 핵심 시설을 정밀하게 파괴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핵탄두 5800개 보유, ICBM 400기 항시 대비 

지난 2월 공개된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참여한 대규모 연합훈련 모습. 미국은 2018년 이후 전략폭격기인 B-52가 한반도 인근을 비행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미 공군 제공]

지난 2월 공개된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참여한 대규모 연합훈련 모습. 미국은 2018년 이후 전략폭격기인 B-52가 한반도 인근을 비행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미 공군 제공]

미국은 그런 작전 구상과 수단을 갖추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2017년 9월 3일(현지시각) 국가안보회의(NSC) 직후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전멸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할 많은 군사적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약 5800개의 핵탄두와 400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를 탑재한 핵전략 잠수함 14척, 핵무기 탑재 폭격기 66대가 항시 출격에 대비하고 있다. 과거 핵무기 공격이 주로 폭격기에 싣고 이동해 공중에서 투하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면 현재는 은밀한 침투수단과 다양한 원거리 정밀 두발수단이 개발, 배치돼 핵무기 전략이 크게 변했다.
 
2018년 5월 26일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네브라스카함(SSBN 739)이 미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서 트라이던트 Ⅱ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2018년 5월 26일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네브라스카함(SSBN 739)이 미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서 트라이던트 Ⅱ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B-2 스텔스 폭격기는 은밀하게 목표 지점 상공으로 침투해 핵무기(B61-7ㆍB83-1)를 투하한다. B-52H 전략폭격기는 좀 더 먼 곳에서 공격한다. 사거리가 2400㎞ 이상인 공중발사순항미사일(ACLM) AGM-86B를 쏜다. 여기엔 W80-1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미니트맨-Ⅲ’로 불리는 ICBM은 1만 3000㎞ 이상 날아가며, 태평양 건너 어떤 목표 지점이라도 마하 23(약 시속 2만 8176㎞)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어 30분 안에 타격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8월 미 공군의 ICBM ‘미니트맨 3’가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됐다. 탄두가 실리지 않은 이 미사일은 약 6700여㎞를 날아 목표 지점인 마셜군도의 환초에 명중했다. [로이터]

지난 2017년 8월 미 공군의 ICBM ‘미니트맨 3’가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됐다. 탄두가 실리지 않은 이 미사일은 약 6700여㎞를 날아 목표 지점인 마셜군도의 환초에 명중했다. [로이터]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은 수중에 은밀히 숨어 있다가 핵무기를 쏠 수 있다. ‘트라이던트-Ⅱ’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UGM-133A은 1만㎞ 이상 떨어진 공격 목표를 타격한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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