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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 택한 여당, DJ 아들 퇴출시켜 국면 전환 노려

김홍걸 의원 전격 제명 왜

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왼쪽)이 지난달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해찬 대표(왼쪽 셋째) 등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왼쪽)이 지난달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해찬 대표(왼쪽 셋째) 등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의원에 대해 전격적으로 제명 결정을 내린 것은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국면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렇잖아도 정국이 온통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논란으로 뒤덮인 상황에서 더 이상 끌려만 가서는 안 된다는 당내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던 터였다.
 

이낙연, 긴급 최고위서 속전속결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 덮고
한국판 뉴딜 등 법안 처리 의도

DJ 측근 김한정 ‘결단 촉구’ 한몫
시간 쫓기는 이 대표, 반전 계기로

더욱이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맞아 집권 여당으로서 적잖은 입법 과제도 마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추석을 앞두고 전 국민 통신비 지원과 2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감염병 전문병원과 한국판 뉴딜, 공정경제 3법 관련 법안들도 조속히 처리해야 할 숙제들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와 민생 긴급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정공법’을 통해 현재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 당 지지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와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당 윤리감찰단을 설치해 김홍걸·이상직 의원 의혹 조사에 나서고 윤미향 의원의 당원권을 정지시키는 등 당내 크고 작은 논란들을 원칙에 따라 처리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방침에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이날 김홍걸 의원 제명도 이 같은 당 지도부의 정국 인식에 따른 결정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박광온 사무총장에게 김 의원 제명 의결에 필요한 당헌·당규 보고를 받은 뒤 최고위원들에게 각자의 견해를 물었고, 모든 참석자들이 동의하면서 만장일치로 제명 결정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김 의원 본인이 탈당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중앙선관위 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테니 당 입장에선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사안 자체가 너무 단순하고 명백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의 ‘정신적 지주’인 DJ의 아들을 불명예 퇴출시킨다는 부담에도 이처럼 신속하게 제명 결정을 내린 데는 동교동계 의원들의 영향도 적잖았다고 한다. 이미 DJ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한정 의원이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홍걸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자 당내에선 “사실상 탈당과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한정 의원은 DJ가 민주당 총재일 때 공보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김대중 정부 내내 청와대 부속1실장을 지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DJ를 직접 수행했다. 2016년 김홍걸 의원의 민주당 입당을 권유한 당사자도 김한정 의원이었다. 김홍걸 의원이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을 지낼 때는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특수 관계에도 불구하고 김한정 의원이 이날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는 글을 공개적으로 띄우면서 당 안팎에선 “모종의 조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한정 의원은 이날 김대중 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된 일화도 꺼냈다. DJ 지시로 미국으로 건너가 김홍걸 의원을 만났는데 “(김 의원은)액수는 차이가 있지만 수차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청탁을 들어준 일은 없다”며 시인했다고 한다. 김한정 의원은 “(보고를 받은) 대통령님의 낙담과 충격의 모습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속이 타던 여사님은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한정 의원이 이처럼 과거 일화까지 언급한 것은 김홍걸 의원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29일 새 당대표로 선출된 뒤 곧바로 9월 정기국회를 맞이하며 그동안 준비해온 여러 모습들을 선보이려 했지만 추 장관 아들 논란이 3주 가까이 지속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에 몰리자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정기국회가 끝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선 출마를 위해 당대표를 그만둬야 해 당대표로서 실력을 입증할 시간도 결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 만큼 국면 전환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나흘간의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어제 끝났다. 불행하게도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공방으로 시작해 공방으로 끝이 났다”며 “야당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정치 공세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게 분명해졌다.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분위기 전환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이 대표의 현장 행보는 이날이 사흘째였다. 지난 16일과 17일에는 조계종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잇따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협조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주말에도 민생 현장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19일엔 전남 남원·구례·하동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선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현장을 찾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오현석·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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