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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曰] 극우와 우는 다르다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국에도 진정한 의미에서 극우파가 있을까. 흔히들 과격 ‘아스팔트 보수’, 넷우익 ‘일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한 극단주의 개신교 세력 등을 극우파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구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극우주의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대개 극우파란 극단적 민족·국가주의자, 반유대·반이민 인종주의자를 일컫는다. 역사적으로는 이탈리아 파시스트와 독일 나치, 미국 백인 국수주의자, 이슬람 원리주의자 등을 들 수 있다.
 

급진 우파 중심 개천절 집회 강행키로
이번 기회에 극단주의 세력과 단절해야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폴 슈메이커 지음, 후마니타스)에 따르면 극단적 우파는 다중적 공동체 정체성을 거부하며 종교·인종·종족 등에 근거한 단일한 공동체에 속한다는 비전을 꿈꾼다. 또 자신들의 정치 공동체에 대한 외부인의 유입을 막는데 이를 위해 이민을 반대하고 기존 이주자들에 대해서도 시민권과 권리, 서비스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현대 다원적 사회 내에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는 현실을 혐오하며 인종주의를 설파하는 지도자 숭배와 같은 풍습을 갖고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한국엔 극우파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에선 인종주의자들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이루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극단적 ‘반일’을 내세우는 진보·좌파의 민족주의 성향이 보수 우파나 극우파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도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극우주의는 아니지만 급진우파 혹은 극단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그리고 일부 보수단체는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선 일반 보수파가 급진세력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광복절 집회를 주최했던 ‘8·15 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오는 10월 3일 개천절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극우가 됐던 급진우파가 됐던 온건보수가 됐건 코로나19가 다시 우리의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개천절 반정부 집회를 강행하는 것은 당장 취소해야 한다.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방역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감염 확산 우려가 있는 대규모 집회를 다시 도심에서 벌이는 것은 보수 진영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공멸 행위나 다름없다. 그 책임은 당연히 집회 주최 측이 온몸으로 떠안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정부의 정책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이번만큼은 ‘비대면 시위’에 그쳐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연일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책임 있는 정당인 국민의힘은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이번 개천절·한글날 대규모 집회를 막아야 한다. 지난번 광복절 때와 같은 어정쩡한 반대로는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단호한 의지를 보이며 사활을 걸고 반대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돌아올 ‘계산서’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보수 야당은 이번 기회에 극우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극단주의 세력과는 완전히 단절해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 극우와 일반적 보수우파는 완전히 다르다. 독일에선 아무리 급해도 중도우파인 기민기사연합이 극우 독일대안당(AfD)과 손잡지 않는다.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전선이 약진에 성공했지만 이들과 협치할 우파 정치 세력은 없다. 지금은 우파의 분열이 아니라 우파의 재정립을 생각해 봐야 한다. 눈앞의 작은 정치적 이익에 연연하다가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한경환 총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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