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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한 재고도 연내 소진···화웨이, 美제재 벗을 묘수 없다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⑫ : 美 화웨이 제재 본격 시작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고사(枯死) 작전 개시!"

[중앙포토]

[중앙포토]

미국이 예정대로 공격 단추를 눌렀다. 5월과 8월에 만든 화웨이 제재안, 15일 발효했다. 미국 장비와 기술, 소프트웨어를 쓴 반도체는 미 정부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팔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 기술과 장비를 안 쓰는 업체는 거의 없다. 외주 생산이든 직접 수입이든, 화웨이는 이제 반도체를 외부에서 절대 못 구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화웨이도 안다. 제재 직전까지 ‘사재기’했다. 중국 인민일보와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15일 전까지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화웨이의 특별 화물기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중국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가 만든 화웨이의 ‘기린 9000’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자유시보는 “화웨이는 전용 화물기를 한 번 띄우는데 700만 대만 달러(약 2억8300만원)를 썼다”며 “제품 중엔 품질 검수나 포장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도 있었다”고 전했다. 제재 전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마련한다)’해 재고 확보에 나선 거다.

그래 봤자 올해까지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업계가 예상하는 화웨이의 반도체 재고 소진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의리쩌강(李澤剛) 연구원은 중국 화하시보(華夏時報)에 “화웨이는 재고를 최대한 확보해 버티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재고를 무한정 쌓아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사진 셔터스톡]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사진 셔터스톡]

왜 그럴까. 반도체 업계는 처리 속도나 저장용량 개발 경쟁을 한다. 화웨이나 삼성, 애플 등 업계를 선도하는 스마트폰 업체는 자사를 대표하는 최고 사양의 ‘하이엔드 제품’에 최신 반도체를 쓴다. 화웨이가 재고를 많이 쌓아둬도 이 반도체는 시간이 지나면 ‘구식칩’이 될 수밖에 없다. ‘스펙’에서 경쟁 스마트폰 업체 제품에 밀린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년 상반기부터 화웨이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타격을 입을 거라 본다. 중국 GF증권은 지난해 2억 4000만 대였던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내년 5000만 대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TF인터내셔널증권은 “최악의 경우 화웨이는 (내년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이동통신 기지국, 서버, 컴퓨터, TV 등 화웨이가 강점을 보인 분야에서도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불 보듯 뻔하다. 화웨이로선 회사 존폐 위기도 생각해야 한다. 

화웨이는 이제 어떻게 나올까.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따져봤다. 3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 

1. 공급업체가 미국 정부 허가를 받게 한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정면돌파다. 제재가 있어도 미국 정부만 허가하면 반도체를 살 수 있긴 하다. 실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미디어텍 등 화웨이와 거래를 해온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상무부에 거래 허가 요청을 해놨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응답이 없다. 허가해 줄 거면 미국이 제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 자체 반도체를 만든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재고로 버티는 건 내년까지다. 이후엔 미국 기술이 안 들어간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인민일보와 신경보 등 중국 언론에서도 화웨이가 살길은 자체 반도체 생산이라 강조한다. 하지만 이 방안의 성공 가능성은 중국에서도 밝지 않다. 화웨이 칩을 생산할 후보였던 중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SMIC 마저 미국이 제재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화웨이는 중국 정부 도움을 등에 업고 생산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게 쉽나. 중국 IT 매체 운영상세계망(運營商世界網)의 캉자오(康釗) 편집인은 화하시보에 “화웨이는 홀로 반도체 생산 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며 “인수합병, 제휴로 해야 하는데 이것도 빨라야 10년 안에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3. 파산 또는 매각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장은 파산보다 사업 매각에 방점을 뒀다. 지난해 말 기준 화웨이의 현금 보유량이 3710억 위안(약 64조원)이다. 화웨이가 1년 반 정도 버틸 수 있어 파산 가능성은 적다고 본 거다.
 
다만 제재가 계속되면 핵심 자회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하이실리콘은 매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어차피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와 함께 제재에 엮여 있다. 이럴 바엔 중국 내 다른 곳에 매각돼 기회를 노려 보는 게 하이실리콘으로선 나을 수 있다. 제재 대상에서 빠지는 걸 노려보는 거다. 이러면 하이실리콘이 가진 반도체 설계 능력으로 중국 내 다른 기업에서 반도체 생산을 도모할 수 있다. 화웨이도 하이실리콘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미국이 하이실리콘을 사들인 중국 기업 등에 추가 제재를 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돼 있다.

정말 통로가 다 막혔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미국의 물샐틈없는 제재에 당황한 중국과 화웨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선 ‘제2의 화웨이’가 나오려면 100년 이상이 걸릴 거란 평가도 나온다. 화웨이가 고꾸라지면 중국 산업에도 큰일이란 거다. 5G와 반도체 등 첨단 영역에서 중국이 10년 이상 퇴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중국 언론은 연일 미국 제재의 부당함과 화웨이의 피해를 강조할 뿐이다. 대안으론 반도체 생산 자립을 내세운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기업이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말만 반복한다. 구체적 방법론은 안 보인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그래서일까. 일각에선 스마트폰과 반도체 대신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란 말도 나온다. 중국 매체신랑(新浪)과학기술은 “애플이 세계를 제패한 건 아이폰이 아닌 소프트웨어였다” 며 “화웨이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과연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외통수’일까. 시진핑 주석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머릿속엔 어떤 묘수가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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