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신용호의 시선] 추미애 리스크, 여당을 뒤흔들다

신용호 논설위원

신용호 논설위원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 “소설을 쓰시네”의 전조는 지난 3월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사위에 출석해서다. 당시 태도는 ‘야당 무시’ 딱 그거였다. 거슬리는 질문엔 답을 하려 하지 않거나 곤란한 질문엔 아예 장황한 동문서답식 답변을 했다. 딴생각을 하다 답변을 놓치기도 한다. 같이 티격태격한 걸 보면 야당의 수준도 비슷했지만, 그가 오만했다는 생각은 떠나질 않았다.
 

오만함이 자초한 조국 시즌2
국회서 조금만 자세 낮췄다면…
여당은 구하기 나섰다 역풍

하이라이트는 팔짱 끼기다. 오신환(미래통합당 전 의원)이 당시 특정 사건에 대한 장관의 압수수색 지시의 부당성에 대해 따져 묻자 추미애는 불쾌한 듯 질의를 듣다 팔짱을 낀다. 20여초를 그렇게 있었다. 의원 질의에 장관이 팔짱을 끼는 건 노골적인 무시다. 5선의 그가 국민을 대신해서 질의하는 걸 모를 리 없다. 법사위 민주당 위원 몇몇이 회의 후 모였는데 “(태도가) 그게 뭐냐. 정말 불안하다. 총선 때까지 가만있어 주기만 하면 좋겠다”는 걱정을 나눴다고 한다.
 
걱정은 현실이 됐다. 지난 7월 27일 법사위. 윤한홍(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의 군 특혜 의혹 수사를 지휘한 동부지검장이 승진한 것을 두고 ‘보은 승진이 아니냐’고 따지자 추미애는 “소설을 쓰시네”란 말을 내뱉는다.  
 
지난 3월 팔짱 끼는 그를 보며 언젠가 여권에 부담이 될 큰 일을 내리라 짐작했다. 오만함이 만든 ‘추미애 리스크’는 그렇게 확실히 고개를 쳐들었다. 사실상 “소설을 쓰시네”가 사소할 수도 있었던 의혹을 ‘조국 시즌 2’로 키웠다.
 
추미애는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오랜 시간을 보낸 의원들 중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 자기 중심적이어서  자신밖에 모르는 행동들로 인한 불만이다. 예컨대 당 대표 시절, 실무책임자 의견도 묻지 않고 실무자 인사를 해버리는 식이다. 윤석열(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든 안면몰수 코드 인사도 추미애니까 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런 추미애를 구하겠다고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다. 국방부와 권익위까지 나서 모양새를 구겼다. 당은 일단 특혜 의혹이 위법한 사안이 아닐 거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국 사태 때처럼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강하다. 한 중진 의원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밀리면 끝이라 본다”고 말했다.
 
근데 176석의 여당, 이 황급한 코로나 시대에 ‘추미애 올인’이 웬 말인가.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당 대변인은 아들 서씨가 군대 간 일을 “안중근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카톡으로 휴가 연장 가능” “제보 사병은 단독범이라 볼 수 없다” “카투사는 편한 군대” 등의 막말도 부메랑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악재가 추미애의 태도, 즉 오만에서 비롯된 거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팔짱’과 ‘소설’을 넘어 끝까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까지 모두 ‘분노 유발’ 그 자체라서다.
 
실제 국회에서 조금만 자세를 낮췄다면, 논란이 불거졌을 때 먼저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다. 거기다 사람들은 추미애의 태도와 그가 부채질한 불공정에 불만인데 불법이 아니라 문제가 없다는 여당의 인식은 화를 더 돋울 뿐이다. 언제부터 민주당이 법을 그리 중시했는지 모르지만, 뻔한 잘못을 위법이 아니라며 버티다 민심을 잃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지 않나.
 
당에 쓴소리하다 ‘문자 폭탄’을 전문으로 받는 박용진(의원)이 지난 26일 "의혹 자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교육과 병역은 국민의 역린이다. 그래서 낮은 자세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면서다. 그에게 왜 그랬는지를 더 물었다. 그는 "불법이냐 합법이냐는 검찰에서, 규정은 국방부에서 따지면 된다. 우리는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냐”며 "국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잘하고 있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은 대중노선이기 때문에 성공했고 이는 상식과 눈높이에서 시작했던 것”이라며 "이게 민주당의 길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향해 가야 한다”고 했다. 상식적이고 합당한 지적이다. 그런 걸 저당에선 왜 박용진만 말하는지.
 
법조인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의 스타일로 봐선 이번 사안을 놓고 당장 이런저런 결단을 내릴 것 같지 않다. 양대 대선주자 이낙연(당 대표)·이재명(경기지사)도 현재까지 추미애를 감싸는 쪽이다. 장관 임명 제청권을 가진 총리 정세균도 "민망하다”곤 했지만 거기까지가 다일 것 같다. 다들 이러니 큰일인 거다.
 
신용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